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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판 관련 월 기획 기사 ‘스님의 책상’ 코너에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스님을 취재했다. 평심사는 천안의 변두리 지역 시골 토굴사찰로 보시함조차 없는 사찰이었다. 이곳에서 사찰을 창건해 35년여 동안 선학(禪學)을 탐구한 정원스님은 혼자서 방대한 분량의 <태화선학대사전>을 편찬해 낸 장본인이다.
어느 학술연구 단체도 하기 힘든 이 연구작업을 스님은 혼자서 시골 토굴에서 시간과 시름하며 묵묵히 해 낸 것이다. 정원스님이 발간한 <태화선학대사전>은 한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 발간된 선교사전과 선어해설서 20여종을 대조해 지난 40여 년간의 선어록(禪語錄) 연구를 통해 정리한 결정체로 분량면이나 단어 수, 예문 등을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태화선학대사전>은 총 10권으로 분량만 1만24쪽에 달하고, 사목(詞目)은 4만2235항(項), 예문은 3만4068조(條)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나온 선학사전을 뛰어넘는다. 일본의 <선학대사전>과 중국의 <선종대사전>은 표제어도 없고 분량도 1800여 쪽과 614쪽 정도다.
이런 엄청난 연구성과를 사전으로 만들어 냈지만 스님에게는 고민이 많았다. 사전을 발간하기 위한 비용도 구하기 힘들었고, 유통시키는 것도 난관이었다. 스님은 궁여지책으로 직접 편집을 해 인쇄소에 맡겨 제본까지 해서 사찰에서 직접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150질을 제작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불교계 언론 일부에서 스님의 <태화선학대사전>을 소개했지만 판매실적은 부진했다. 사전을 판매해 스님이 만들고 싶은 선학서적도 더 내고 싶은데 꿈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기사가 나간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정원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현직 총무원장 스님이 <태화선학대사전>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 당시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도움을 주었다는 내용은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상당량의 사전을 주문해 주었다고 했다. 현 총무원장인 원행스님도 지인을 통해 사전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했다.
정원스님은 “불교학을 공부하는 전문 학자들도 방대한 선학대사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데 전·현직 총무원장 스님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됐으며 선학연구 결과물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불교교학, 특히 선학(禪學)에 대한 연구는 한국불교의 중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전·현직 총무원장 스님들은 간파한 듯하다. 이번 기회에 선학에 관심있는 불자들도 <태화선학대사전>에 대해 눈길을 한번 더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신문3491호/2019년6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