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 수승사(修僧史; 僧史를 修撰함)인 승통(*僧統) 찬녕(*贊寧)의 통혜록(通惠錄)에 이르되 당말 오월(吳越)의 전충의왕(*錢忠懿王)이 치국(治國)하던 여가에 내전(*內典)을 구심(究心; 專心으로 研究함)했다. 인하여 영가집(*永嘉集)을 열독(閱讀)하다가 동제사주차처위제 약복무명삼장즉렬(*同除四住此處爲齊 若伏無明三藏則劣)이란 구가 있었는데 이해하지(曉) 못해 운거(*雲居)의 소국사(*韶*國師)에게 물었다. 이에 이르되 천태(*天台) 국청사(*國清寺)에 적법사(*寂*法師)가 있어 교법을 잘 홍포(弘布; 弘)하니 반드시 이 말씀(語)을 이해할 것입니다. 왕이 법사를 불렀고 이르자 힐문(詰問; 詰)했다. 법사가 가로되 이것은 천태 지자대사(*智者*大師)의 묘현(妙玄) 가운데의 글입니다. 당시(時)에 안사(*安史)의 병잔(兵殘; 전쟁의 殘餘)을 만났고 최근(近)엔 곧 회창의 분훼(*會昌焚毀)로 중국의 교장(敎藏)이 잔궐(殘闕; 殘缺)하여 거의 없어졌습니다. 여금에 오직 해동(*海東) 고려에서 천교(闡敎; 敎學을 열어 밝힘)가 바야흐로 성(盛)하고 전서(全書)가 거기에 있습니다. 왕이 듣고서 개연(慨然; 感慨)했다. 곧 국서(國書)와 지폐(*贄弊)의 사신(使臣; 使)을 고려에 파견(派遣; 遣)하여 일가(一家)의 장소(章疏)를 구취(求取)했다. 고려국군(*高麗國君)이 이에 승인(僧人; 僧)에게 칙명(勅命; 勅)했으니 가로되 체관(*諦觀)이란 자였고 천대교부(天台敎部)로써 보빙(*報聘)하여 우리(我; 중국을 가리킴)에게 환귀(還歸)했다. 체관(觀)이 이미 이르자 곧(就) 나계(*螺溪)에서 적공(寂公)에게 품학(稟學; 受學)했고 마침내(終焉) 대교(大敎)가 이에 이르러 중창(重昌)했다. 체관이 능히 대본(大本)을 탐색(探索)하여 사교의(四敎儀)의 글을 녹출(錄出)해 2권을 이루었다. 그 상권은 일가(一家)의 판교(*判敎)와 입의(*立義)를 밝혔고 하권은 남북(南北) 제사(諸師)의 종도(宗途)와 이계(異計)를 밝혔는데 후에 고산원(*孤山圓) 법사에 이르러 교감(校勘)하여 간판(刊板; 刻版)했다. 단지 여금에 상권의 글만 행(行)하는 것은 대개(大蓋; 蓋) 사구(辭句)가 간요(簡要)하고 의지(義旨)가 이명(易明)함으로 말미암아 학자가 진성(眞誠; 誠)으로 그것에(之) 자뢰(資賴; 資)하면서 가히 그 일화(一化)의 대강(大綱)을 요지(了知; 了)하니 어찌 가로되 소보(小補)라 하겠는가. 하권은 곧 남북 고사(古師)의 문의(文義)의 호만(浩漫)함을 파척(破斥)한지라 고로 얻더라도 그것을(之) 느슨하게(緩) 여겼다. 예컨대(如) 이 글의 말미(末尾; 末)에 가리켜 이르되 차하(此下)로부터(自從) 제가(諸家)의 판교의식(判敎儀式)을 약명(略明)한다 했으니 또한(抑) 후권(後卷)의 대략을 가히 볼 것이다. 왕이 적사(寂師)를 위해 나계(螺溪)의 위에 가람(*伽藍)을 세우고 가로되 정혜원(定慧院)이라 했고 진호(進號; 호를 進升시킴)하여 정광대사(淨光大師)라 했으며 추시(追諡)하여 구조(九祖)라 했다. 아울러 동환(東還; 東國에서 돌아옴)한 교장(敎藏)을 모두(悉) 스님에게 부촉(付屬; 付)했으니 교문(敎門)의 중흥(中興)은 실로 여기에서 기초(基礎)한다. 소공(韶公; 德韶)은 마침(適) 지자(智者)와 동성(同姓)이며 이에 또 종승(*宗乘)을 비찬(毘贊; 輔佐)했고 또한(且) 이웃 불롱(*佛隴)에 거주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咸) 의심하기를 그는 지자(智者)의 후신(後身)인가 하였다.
사명(*四明) 초암법사(草菴法師) 도인(*道因)의 교원유사(敎苑遺事)에 이르되 옛적에 지자선사(智者*禪師)가 바닷가에 방생지(放生池)를 창설(剏設; 剏은 創과 같음)했고 그가 방생(放生; 放)하면서 반드시 귀계(*歸戒)를 주고 대법(大法; 불법)을 설한 연후에 바다 가운데로 그것을(之) 놓아주었다(縱). 지자가 멸한 후 당말(唐末)에 이르자 중국 천태의 도가 침식(浸息)했으나 해동의 고려와 신라 여러 나라는 이 교를 성홍(盛弘)했다. 부종(扶宗) 계충법사(*繼忠法師)가 이르되 지자(智者)의 인연(緣)은 이 지방에 있지만 교가 해동에 펼쳐진(敷) 것은 이는 필히 방생지 중의 모든 물고기가 문교품계(聞敎稟戒)하여 보생(報生; 應報로 출생)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설을 듣는 자가 자못 나무라며(譏) 탄수(誕殊; 虛誕하고 奇怪함)로 삼거니와 교리(敎理)에 빙거(憑據; 憑)가 있는 줄 알지 못한다. 유수(流水)의 십천(十千) 천자(天子)가 곧 어보(魚報)를 면했다 했으니 어찌 이것 밖이겠는가.
명 만력(萬曆) 9년(1581) 겨울 사문(*沙門) 지각(智覺)이 정업당(淨業堂)에서 교재(*校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