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천(壺天)
야금도서은심수(野禽逃暑隱深樹)
초충락서고성대(草蟲樂暑高聲帶)
유인문아피서방(有人問我避暑方)
수지호리별세계(須知壺裏別世界)
들새들은 더위를 도피하여 깊은 수림(樹林)에 숨었고
풀벌레들은 더위를 즐겨 목청을 높이는구나
나에게 피서의 방도를 묻는 사람이 있다면
모름지기 단지 속의 별세계를 알아라 하리라.
1~2행 금(禽)은 날짐승 금. 락(樂)은 즐길 락. 성대(聲帶)는 목청.
4행 단지 속의 별세계란 한(漢)의 여남(汝南) 사람인 비장방(費長房)이 어느 날 시장에서 한 노인이 약재를 팔다가 장이 파하자 앞에 걸어둔 단지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보고 노인에게 도를 가르쳐 주길 청했다. 그 노인을 따라 깊은 산에 들어가 수도했으나 도를 깨치지 못했는데 떠날 때 노인이 부적(符籍) 한 장을 주며 말하되 이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세상의 귀신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했다. 과연 귀신을 부리며 살았으나 부적을 잃어버리자 귀신에게 죽임을 당했다 함 [後漢書]. 또 비장방이 한 단지로써 집을 삼고 술로 세상의 근심을 잊었다는 고사(故事)에서 호중천지(壺中天地)라는 말이 유래됨. 평심사는 별세계라서 더위를 모르고 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고 또 다른 깊은 뜻이 있지만 입 열기를 사양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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