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동도(同途)

태화당 2019. 8. 7. 10:10

동도(同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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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선계무욕(不知禪界無欲)

만설욕계무선(漫說欲界無禪)

일등공행산하로(一等共行山下路)

안중각자별풍연(眼中各自別風烟)

소은거산대은재전 (小隱居山大隱在廛)

이승출진보살동진(二乘出塵菩薩同塵)

일편백운횡곡구(一片白雲橫谷口)

기다귀인미각원(幾多歸人迷却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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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禪界)에 욕()이 없는 줄 알지 못하고서

공연(空然)히 욕계(欲界)에 선()이 없다고 설하나니

한가지로 함께 산 아랫길을 가지만

안중(眼中)엔 각자 다른 풍연(風烟)이로다.

소은(小隱)은 산에 거주하고 대은(大隱)은 저자에 있고

이승(二乘)은 출진(出塵)하고 보살은 동진(同塵)하나니

한 조각 흰 구름이 골의 입구에 가로놓이매

얼마나 많은 귀인(歸人)이 근원을 미()해 버렸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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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행 어떤 법사(法師)가 묻되 욕계(欲界)엔 선()이 없거늘 선()이 욕계에 거지(居止)하니 이 국토에 무엇을 의빙(依憑)하여 선()을 세우겠습니까. 선사(禪師. 鵝湖大義禪師니 마조의 法嗣)가 이르되 법사는 단지 욕계에 선()이 없는 줄만 알았지 선계(禪界)에 욕()이 없는 줄을 알지 못하는가. 법사가 이르되 무엇이 이 선()입니까. 선사가 손으로써 허공에 점찍었다. 법사가 대꾸가 없자 황제(唐憲宗)가 이르되 법사(法師)는 무수한 경론(經論)을 강()하는데 단지 이 일점(一點)도 오히려 어찌하지 못합니까 [普菴印肅禪師語錄卷下]. ()은 도연(徒然), 공연(空然)의 뜻.

3~4행은 무문도찬선사어록(無門道燦禪師語錄. 道燦笑翁妙堪法嗣. 大慧宗杲下三世)에 나오는 구절. 일등(一等)은 동일(同一), 일향(一向)의 뜻. 풍연(風烟)은 멀리 보이는 공중에 서린 흐릿한 기운.

5~8행 전()은 가게 전. 저자 전. 출진(出塵)이란 진로(塵勞. 번뇌의 異名)를 벗어나는 것. 동진(同塵)은 화광동진(和光同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