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연회도명(緣會逃名)

태화당 2019. 8. 10. 11:59

연회도명(緣會逃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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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곡지란무인식(幽谷芝蘭無人識)

이피중인호가고(已被衆人呼賈高)

추처낭중이다시(錐處囊中已多時)

불로원수어차고(不勞遠售於此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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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곡(幽谷)의 지란(芝蘭)은 아는 사람이 없지만

이미 뭇 사람들의 호가(呼賈)가 높음을 입느니라

송곳이 주머니 중에 처()한 지 이미 다시(多時)

노고롭게 멀리 가서 팔 게 아니라 여기에서 팔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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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석 연회(緣會)가 명예(名譽)를 도피(逃避)하다.

1~4행 고승연회(高僧緣會)는 일찍이 영취(靈鷲. 靈鷲寺 龍藏殿)에서 은거(隱居)하며 매일 연경(蓮經. 法華經)을 독송(讀誦)하며 보현관행(普賢觀行)을 닦았는데 뜨락의 연못에 늘 연화 몇 송이가 있어 사시(四時. 春夏秋冬)에 시들지 않았다. 국주(國主)인 원성왕(元聖王)이 그 서이(瑞異)를 듣고서 불러 벼슬을 주어 국사(國師)로 삼고자 했다. 스님이 그것을 듣고 곧 암자를 버리고 달아났는데 가다가 서령(西嶺) 바위 사이를 넘었다. 한 늙은이가 있어 막 밭을 갈다가 묻되 스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가로되 내가 들으니 방가(邦家. 은 나라 방. 國家)에서 뜬 말을 듣고 나를 벼슬로써 얽으려 하는지라 고로 그것을 피할 뿐입니다. 노인이 듣고 가로되 여기에서 파는 게 옳거늘 어찌 노고롭게 멀리 가서 팔려고 하는가 (於此可賈何勞遠售). 스님의 말은 이름을 팔면서 만족이 없음인가 합니다 (師之謂賣名無厭乎). 연회가 이르되 그가 자기를 업신여김이라 하고는 듣지 않았다. 드디어 몇 리가량을 가다가 시냇가에서 한 할미를 만났는데 물어 가로되 스님은 어디로 갑니까. 처음과 같이 답을 하자 할미가 가로되 앞에서 사람을 만났습니까. 가로되 한 늙은이가 있었는데 나를 모욕(侮辱)함이 심해 분을 내고 왔습니다. 할미가 가로되 문수대성(文殊大聖)이시거늘 말하는 데도 듣지 않음은 왜입니까. 연회가 듣고 바로 경송(驚悚)하여 급히 옹소(翁所)로 돌아와 이마를 찧으며 참회를 진술(陳述)하고 가로되 성자(聖者)의 말씀이거늘 감히 명령을 듣지 않겠습니까. 이제 다만 돌아가리이다. 시냇가의 할미는 그 어떤 사람입니까. 사수(斯須. 는 곧 사. 는 잠깐 수. 斯須는 잠깐. 잠깐만)에 가로되 변재천녀(辯才天女)입니다. 말을 마치자 드디어 은몰(隱沒)했다. 곧 암중(菴中)으로 돌아왔는데 잠깐 만에 천사(天使. 임금의 勅使)가 조서(詔書)를 싸고 와 그를 불렀고 연회가 업()인 줄 알아 마땅히 받고 이에 응조(應詔)하여 대궐에 다다라 책봉(冊封)하여 국사(國師)가 되었다 [三國遺事卷五]. ()는 지초 지. ()는 값 가. ()는 사고 팔 고. 살 고. 팔 고. ()은 주머니 낭. ()는 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