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가안심화(慧可安心話)
이안견안무이견(以眼見眼無異見)
이심의심무별심(以心擬心無別心)
구심헐처시안심(求心歇處是安心)
개안합안유차심(開眼合眼幽且深)
눈으로써 눈을 보니 다른 보임이 없고
마음으로써 마음을 헤아리니 다른 마음 없도다
구하는 마음 쉰 곳이 이 안심(安心)인지라
눈을 뜨거나 눈을 감거나 그윽하고 또 깊도다.
제목 기도(祈禱)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어느 날 밤에 이상(異常)을 감지(感知)하였으며 빛이 방을 비췄고 그 어머니가 인하여 회임(懷姙)했다. 및 장성(長成)하매 드디어 방을 비춘 상서(祥瑞)로써 그를 이름해 가로되 광(光)이라 했다. (中略) 두루 대소승의(大小乘義)를 배우고 나이 서른둘에 도리어 향산(香山)으로 돌아와 종일 연좌(宴坐. 宴은 편안할 연)했다. 또 팔 년이 지나 적묵중(寂默中)에 문득 한 신인(神人)을 보았는데 일러 가로되 장차 과(果)를 받고자 한다면 왜 여기에서 체재(滯在)하는가. 대도(大道)가 멀지 않나니 너는 그 남쪽으로 가거라. 광(光)이 신조(神助)임을 알아 인하여 신광(神光)으로 개명(改名)했다. 다음 날 두통(頭痛)이 바늘로 찌름과 같음을 느꼈는데 그 스승이 그것을 치료하려고 하자 공중에서 소리가 있어 가로되 이것은 곧 환골(換骨)이요 상통(常痛)이 아니니라. 광(光)이 드디어 신(神)을 본 일을 스승에게 고백(告白)하니 스승이 그 정골(頂骨)을 보매 곧 오봉(五峯)이 수출(秀出)함과 같은지라 이에 가로되 너의 상(相)이 길상(吉祥)이니 마땅히 소증(所證)이 있으리라. 신이 너로 하여금 남쪽으로 가라 함은 이는 곳 소림달마대사(少林達磨大士)니 반드시 너의 스승이니라. 광이 가르침을 받고 소실(少室)에 나아갔다 [傳燈錄卷三 慧可章]. 오랫동안 이락(伊洛. 伊는 伊水. 洛은 洛水)에 거주하면서 뭇 서적을 박극(博極. 極은 窮究의 뜻)하다가 매번 탄식하여 가로되 공로(孔老)의 교(敎)는 풍규(風規)를 조술(祖述. 祖는 崇尙. 效法. 傳燈 會元 등엔 다 禮述로 되어 있음)한 것이로다. 요즘 들으니 달마대사(達磨大師. 西乾二十八祖 東震初祖. 乾은 天이니 西乾은 天竺國, 東震은 중국을 일컫는 말)가 소림(少林)에 머무신다 하더라 하고 곧 거기에 가서 아침저녁으로 참구(參扣)하였으되 달마가 단좌면벽(端坐面壁)하는지라 회려(誨勵. 일깨워 激勵함)를 듣지 못하자 신광(神光)이 스스로 헤아려 가로되 옛 사람은 도를 구하매 고골출수(敲骨出髓. 뼈를 두드려 골수를 뽑아냄. 大般若經卷三百九十八에 常啼菩薩이 이와 같이 한 기록이 있음)하고 자혈제기(刺血濟飢. 피를 내어 주린 이를 구제함. 賢愚因緣經卷二에 어떤 국왕이 다섯 夜叉를 위해 이렇게 한 기록이 있음)하고 포발엄니(布髮掩泥. 석가가 因地에서 然燈佛을 위해 머리카락을 펴 진흙을 가린 일. 瑞應經 寶積經 등에 나옴)하고 투애사호(投崖飼虎. 언덕에서 몸을 던져 주린 범의 먹이가 된 일. 金光明經卷四에 나옴)하였으니 옛날에도 오히려 이와 같았거늘 나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했다. 그 해(梁 中大通甲寅六年. 서기 534. 宗統編年) 십이월구일(十二月九日) 밤에 대설(大雪)이거늘 이조(二祖)가 섬돌 아래 섰는데 새벽 무렵(遲明. 遲는 乃, 至의 뜻)엔 눈이 쌓여 무릎을 지났다. 달마가 그를 가엾이 여겨 가로되 네가 여기에서 눈 속에 선 것은 마땅히 어떤 일을 구함이냐. 이조(二祖)가 슬프게 눈물 흘리며 가로되 오직 원컨대 자비로 감로문(甘露門)을 여시어 널리 군품(群品)을 제도(濟度)하소서. 달마가 가로되 제불(諸佛)의 묘도(妙道)는 광겁(曠劫)에 정근(精勤)하여 난행(難行)을 능히 행하며 참지 못할 것을 참아야 하거늘 어찌 소덕소지(小德小智)와 경심만심(輕心慢心)으로 진승(眞乘)을 바라고자 하는가, 옳은 곳이 있지 않느니라. 이조가 회려(誨勵)를 듣고 도를 향함이 더욱 간절해져 몰래 예리한 칼을 취해 왼쪽 팔을 절단하여 달마의 앞에 두니 달마가 이 법기(法器)임을 알고 드디어 물어 가로되 네가 눈 속에 서서 팔을 절단함은 마땅히 무슨 일을 위함이냐. 이조가 가로되 모갑(某甲)이 마음이 편안치 못하오니 스님께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시길 비옵니다. 달마가 가로되 마음을 가지고 오면 너를 편안케 해 주리라 (將心來與汝安). 이조가 가로되 마음을 찾았으나 가히 얻지 못하겠습니다 (覓心了不可得). 달마가 이르되 너에게 마음을 편안케 해 주길 마쳤노라 (與汝安心竟). 뒤에 달마가 그(神光)의 이름을 바꾸어 가로되 혜가(慧可)라 했다 [碧巖錄卷十 九十六則].
2~3행 의(擬)는 추측할 의. 헐(歇)은 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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