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진경(眞經)

태화당 2019. 8. 5. 16:17

진경(眞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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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하로성낭랑(看經何勞聲瑯瑯)

출식입식시하경(出息入息是何經)

지시폐구뇌장설(只是閉口牢藏舌)

춘래의구백화향(春來依舊百花香)

시청휴창태평가(時淸休唱太平歌)

도태부전천자령(道泰不傳天子令)

정반성상무근량(定盤星上無斤兩)

막축고저만상하(莫逐高低漫上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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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看經)하면서 어찌 낭랑(瑯瑯)한 소리에 힘쓰랴

숨 내쉬고 숨 들이쉼이 이 무슨 경인고

다만 이 입 닫고 굳게 혀를 감추어도

봄이 오매 의구히 온갖 꽃이 향기롭더라.

시절이 맑으면 태평가를 부르지 아니하고

도가 크면 천자의 명령을 전하지 아니하나니

정반성(定盤星) 위에 근량(斤兩)이 없으므로

고저(高低)를 쫓아 부질없이 오르내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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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행 동인토국왕(東印土國王)이 이십칠조반야다라(二十七祖般若多羅)를 청하여 재()를 베풀었다. 왕이 물어 가로되 왜 간경(看經)하지 않습니까. 조사가 가로되 빈도(貧道)는 숨을 들이쉬매 음계(陰界)에 거주하지 않고 숨을 내쉬매 중연(衆緣)에 건너지 않나니 (入息不居陰界 出息不涉衆緣) 늘 이와 같은 경을 전독(轉讀)하기가 백천만억권(百千萬億卷)입니다 [從容錄卷一 三則]. 후당장종황제(後唐莊宗皇帝)가 화엄휴정선사(華嚴休靜禪師. 洞山良价法嗣)를 청해 궐내(闕內)에 들게 해 재()를 베풀었다. 대사(大師)와 대덕(大德)이 다 간경(看經)하는데 오직 스님의 일중(一衆)만 묵연(默然)하였다. 황제가 묻되 왜 간경하지 않습니까. 휴정이 가로되 도가 크면 천자의 명령을 전하지 않고 시절이 맑으면 태평가를 부르지 않습니다 (道泰不傳天子令 時淸休唱太平歌). 황제가 가로되 스님 한 사람이 간경하지 않음은 곧 옳다 하려니와 도중(徒衆)은 어찌하여 또한 간경하지 않습니까. 휴정이 가로되 사자굴 가운데엔 다른 짐승이 없고 코끼리왕이 가는 곳엔 여우의 종적이 끊깁니다 (獅子窟中無異獸 象王行處絶狐踪). 황제가 가로되 대사(大師)와 대덕(大德)들은 무엇 때문에 모두 간경합니까. 휴정이 가로되 해파리는 원래 눈이 없는지라 먹이를 구하려면 반드시 새우에게 의뢰(依賴)합니다 (水母元無眼 求食須賴鰕. 는 암고래 하. 새우 하). 황제가 크게 기뻐했다 [從容錄卷一 三則]. 어떤 한 중이 방 안에 있으면서 염경(念經. 讀經. 의 뜻)했다. 스님(雲居道膺이니 洞山 良价法嗣)이 창 너머에서 묻되 사리(闍黎. 阿闍黎의 준말. 相對僧의 호칭으로 쓰임)가 염()하는 것은 이 무슨 경인고. 대답해 가로되 유마경(維摩經)입니다. 스님이 가로되 유마를 물음이 아니라 염()하는 것은 이 무슨 경인고 [傳燈錄卷十七 雲居章]. ()은 랑()의 속자(俗字)니 옥소리 랑. 낭랑(瑯瑯)은 쇠붙이나 구슬이 부딪혀 나는 소리. 또는 새가 지저귀는 맑은 소리.

   3행 단지 능히 입을 닫고 굳게 혀를 감춘다면 곧 이 수신(修身)의 제일방(第一方)이니라 (但能閉口牢藏舌 便是修身第一方) [空谷集卷五 八十二則].

   7~8행은 공곡집권육 팔십팔칙(空谷集卷六 八十八則)에 나오는 구절. 정반성(定盤星)은 저울의 눈금. ()은 저울의 눈금 성. ()은 부질없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