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안화(眼花)

태화당 2019. 8. 5. 15:59

안화(眼花)

 

안화백주견망량(眼花白晝見魍魎)

화삽노중기상량(花揷爐中起商量)

끽반감면개상사(喫飯酣眠皆相似)

수지용공불상당(須知用功不相當)

 

안화(眼花)로 백주(白晝)에 도깨비를 보나니

꽃을 향로 가운데 꽃거늘 상량(商量)을 일으키도다

밥을 먹고 잠을 즐김은 다 서로 비슷하나

모름지기 용공(用功)이 상당하지 않음을 알아야 하리라.

 

   제목 해석 눈병으로 인해 허공에 꽃이 있어 보이는 현상.

   1행 망()은 산도깨비 망. ()은 산도깨비 량.

   2행 법축상좌(法閦上座. 五祖法演法嗣. 臨濟下十世)가 동림(東林)에 이르러 좌하(座下)에서 지냈는데 그(東林)가 평실(平實. 평범한 진실)의 지취(旨趣)를 얻었음을 보았다. 어느 날 한 가지의 꽃을 집어 동림의 선상(禪牀)을 한 바퀴 돌고 손을 돌려(背手) 향로 가운데 꽂고는 가로되 화상이여, 그래 말하시오, 뜻이 무엇입니까. 동림이 여러 번 하어(下語. 말을 내림. 한마디 이르는 것)했으나 다 계합(契合)치 못했다. 두 달이 넘어 동림이 드디어 스님에게 물어 가로되 네가 시험삼아 나를 위해 말해 보아라. 스님이 가로되 모갑(某甲. 이름을 대신해서 쓰는 말)은 단지 꽃을 가져 향로 가운데 꽂았거늘 화상이 스스로 의심하니 무슨 일이 있습니까 [宗鑑法林卷三十四].

   3~4행 원율사(源律師)가 묻되 화상(和尙)은 수도(修道)하면서 도리어 공()을 씁니까. 스님(大珠慧海니 마조의 法嗣)이 가로되 공을 쓰느니라. 가로되 어떻게 공을 씁니까. 스님이 가로되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곧 자느니라. 가로되 일체인(一切人)도 다 이와 같으니 스님의 용공(用功. 공을 씀)과 한가지입니까 아닙니까. 스님이 가로되 같지 않느니라. 가로되 무슨 연고로 같지 않습니까. 스님이 가로되 그들은 밥 먹을 때 밥 먹음을 즐기지 않고 백종(百種)을 수색(須索. 尋求의 뜻)하며 잘 때 잠을 즐기지 않고 천반(千般. 천 가지)을 계교(計較)하는지라 소이(所以)로 같지 않느니라. 율사가 입을 다물었다 [五燈全書卷六 大珠章]. ()은 술 즐길 감. 감면(酣眠)은 감와(酣臥)와 같은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