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주해

벽암록 제55칙 수시 본칙 평창

태화당 2021. 8. 27. 07:39

垂示云 穩密全眞 當頭取證 涉流轉物 直下承當 向擊石火閃電光中 坐斷誵訛 於據虎頭收虎尾處 壁立千仞 則且置 放一線道 還有爲人處也無 試擧看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온밀(穩密)하여 전진(全眞)이므로 당두(當頭)에 취증(取證)하며 흐름에 건너가 사물을 운전하여 직하(直下)에 승당(承當)한다. 돌을 치는 불과 번쩍하는 번갯빛 가운데를 향해 효와(誵訛)를 좌단(坐斷)하며 호두(虎頭)에 의거하여 호미(虎尾)를 거두는 곳에 벽립만인(壁立千仞)은 곧 그래 두고 일선도(一線道)를 놓으매 도리어 사람을 위하는 곳이 있느냐 아니냐. 시험삼아 들어보아라(擧看).

 

五五*道吾*漸源至一家*弔慰 源拍棺云 生邪死邪道什麽 好不惺惺 這漢猶在兩頭 吾云 生也不道 死也不道*龍吟霧起 虎嘯風生 *買帽相頭 老婆心切 源云 爲什麽不道蹉過了也 果然錯會 吾云 不道不道惡水*驀頭澆 前箭猶輕後箭深 回至中路太惺惺 源云 和尙快與某甲道 若不道 打和尙去也却較些子 罕逢*穿耳客 多遇*刻舟人 似這般不唧?漢 入地獄如箭 吾云 打卽任打 道卽不道再三須重事 就身打劫 這老漢滿身泥水 初心不改 源便打好打 且道打他作什麽 *屈棒元來有人喫在 後道吾遷化 源到石霜擧似前話知而故犯 不知是不是 是則也大奇 霜云 生也不道 死也不道可殺新鮮 這般茶飯却元來有人喫 源云 爲什麽不道語雖一般 意無兩種 且道與前來問是同是別 霜云 不道不道天上天下 曹溪波浪如相似 無限平人被陸沈 源於言下有省瞎漢 且莫瞞山僧好 源一日將*鍬子 於法堂上 從東過西 從西過東也是死中得活 好與先師出氣 莫問他 且看這漢一場懡㦬 霜云 作什麽*隨後婁藪 源云 覓先師*靈骨*喪車背後懸藥袋 悔不愼當初 爾道什麽 霜云 洪波浩渺白浪滔天 覓什麽先師靈骨也須還他作家始得 成群作隊作什麽 雪竇著語云 蒼天蒼天*太遲生 賊過後張弓 好與一坑埋却 源云 正好著力且道落在什麽處 先師曾向爾道什麽 這漢從頭到尾 直至如今 出身不得 太原孚云 先師靈骨猶在大衆見麽 閃電相似 是什麽破草鞋 猶較些子

 

道吾; 道吾圓智 圓智(769-835) 唐代僧 豫章(江西)海昏人 俗姓張 世稱道吾圓智 又稱宗智 幼時依涅槃和尙出家 後投藥山惟儼門下 得其心印而嗣其法 歷訪諸山 至潭州(今湖南長沙)道吾山 大振禪風 唐太和九年示寂 壽六十七 諡號修一大師 [祖堂集五 聯燈會要十九 傳燈錄十四]

漸源; 漸源仲興 仲興 唐代僧 道吾宗智(靑原下三世)法嗣 一日問法次 竟打宗智 事後宗智揮之去 潛居人間三載 宗智寂後 忽悟前緣 乃就石霜求正 石霜爲設齋懺悔 後居潭州(今湖南長沙)漸源 [傳燈錄十五 五燈會元五]

弔慰; 禪門拈頌集第五六四則 拈頌說話曰 弔慰者 弔死慰生也

龍吟霧起虎嘯風生; 比喩氣勢威武雄壯

買帽相頭; 同相頭買帽 謂購買帽子而見其頭 揀擇適合者以買之 多喩按來機之不同 采取不同的應機作略或接引施設 相 省視

驀頭; 忽然 突然 頭 助詞

穿耳客;; 指異國人 特指菩提達磨 於叢林中 轉指聞法悟道之伶俐衲僧 祖庭事苑六 穿耳客 謂達摩祖師也 然穿耳非佛制 稱之 蓋表梵人之相

刻舟; 刻舟求劍 呂氏春秋十五曰 楚人有涉江者 其劍自舟中墜於水 遽契(刻也)其舟曰 是吾劍之所從墜 舟止 從其所契者入水求之 舟已行矣 而劍不行 求劍若此 不亦惑乎

屈棒; 寃屈的棒 屈 寃屈 寃抑 寃枉

鍬子; 卽鍬 一種掘土器 子 助詞

隨後婁藪; 與隨摟搜同義 猶豫不決 進退維谷

靈骨; 指舍利 新作設利羅 室利羅 此云骨身 身骨 通常指佛之遺骨 亦卽佛舍利 又尊稱死者之遺骨 亦稱靈骨

喪車背後懸藥袋; 形容不應時宜 徒勞無益之事

太遲生; 太 表示程度過分 相當于甚 生 語助辭 相當于然或樣字

 

五五()하다. 도오(*道吾)와 점원(*漸源)이 한 상가(喪家; )에 이르러 조위(*弔慰)했다. 점원이 관을 두드리며 이르되 죽었습니까 살았습니까.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매우(; ) 성성(惺惺)하지 못하구나. 저한(這漢; 이 자)이 오히려 양두(兩頭; )에 있다. 도오가 이르되 살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용이 읊조리매 안개가 일어나고 범이 읆으매 바람이 생긴다(*龍吟霧起 虎嘯風生). 머리를 보고 모자를 사는구나(*買帽相頭)(묻는 말에 알맞게 답함). 노파심이 간절하다. 점원이 이르되 무엇 때문에 말하지 못합니까. 차과(蹉過; 놓침)했다. 과연 착회(錯會)했다. 도오가 이르되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 더러운 물을 갑자기(*驀頭) 끼얹는구나. 앞 화살(初答)은 오히려 가볍지만 뒤의 화살(今答)이 깊다. 회귀하다가 중로에 이르러 너무 성성(惺惺)하다. 점원이 이르되 화상은 시원하게 모갑에게 말해 주십시오. 만약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화상을 때리겠습니다(는 조사). 도리어 조금은 상당하다. 천이객(*穿耳客)은 드물게 만나고 각주인(*刻舟)은 많이 만난다. 이런 종류의 부즉류한(不唧?漢) 같은 것은 지옥에 들어가기가 화살과 같으리라. 도오가 이르되 때린다면 곧 때리는 대로 맡기지만 말하라 한 즉 말하지 못한다. 재삼(再三) 중사(重事)를 쓰는구나(중대사인 고로 재삼 함부로 설파하지 않음). 몸으로 나아가 겁탈한다(就身打劫). 이 노한이 온몸이 진흙물이면서 초심을 바꾸지 않는구나. 점원이 바로 때렸다. (; ) 때렸다. 그래 말하라 그를 때려 무엇하려느냐. 굴방(*屈棒)은 원래 어떤 사람이 먹었다(는 조사) 후에 도오가 천화(遷化)했다. 점원이 석상(石霜)에 이르러 앞의 화()를 들어 보였다. 알면서도 짐짓 범하는구나.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옳은 즉 또한 매우 기특하다. 석상이 이르되 살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가히 매우 신선(新鮮)하다. 이런 종류의 다반(茶飯)은 도리어 원래 어떤 사람(도오)이 먹었다. 점원이 이르되 무엇 때문에 말하지 못합니까. 말은 비록 일반(一般)이나 뜻은 양종(兩種)이 없다. 그래 말하뢰 전래(前來)의 물음과 더불어 이 같은가 이 다른가. 석상이 이르되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 천상천하로다. 조계(曹溪)의 파랑(波浪)이 상사한 것 같지만 무한한 평인(平人)이 육침(陸沈)을 입는다. 점원이 언하에 살핌이 있었다. 눈 먼 자야 다만 산승(원오)을 속이지 말아야 좋으리라. 점원이 어느 날 초자(*鍬子; , 가래)를 가지고 법당상(法堂上)에서 종동과서(從東過西; 동으로 좇아 서에 이름. )하고 종서과동(從西過東)하였다. 또한 이는 사중득활(死中得活)하였다. 잘 선사(先師)에게 출기(出氣)하여 줌이다. 남에게 묻지 말고 다만 저한(這漢)의 일장마라(一場懡㦬)를 보아라. 석상(石霜)이 이르되 무엇하느냐. 수후루수(*隨後婁藪). 점원이 이르되 선사(先師)의 영골(*靈骨)을 찾습니다. 상거의 배후에 약대를 매달았다(*喪車背後懸藥袋). 당초(當初)를 삼가지 않았음을 후회하는가. 네가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석상이 이르되 홍파(洪波)가 호묘(浩渺)하고 백랑(白浪)이 도천(滔天)하거늘 무슨 선사의 영골을 찾느냐. 또한 모름지기 저 작가(석상)에게 돌려주어야 비로소 옳다. 성군작대(成群作隊)하여 무엇하겠는가(천만 인이 석상 1인만 같지 못하다는 뜻). 설두가 착어하여 이르되 창천, 창천. 너무 더디다(*太遲生). 도적이 지나간 후에 활을 당기는구나. 좋게 한 구덩이에 매각(埋却)해 주겠다. 점원이 이르되 바로 잘 착력(著力)할까 합니다. 그래 말하라 어느 곳에 떨어져 있느냐. 선사(先師)가 일찍이 너를 향해 무어라고 말하더냐. 이 자가 머리로부터 꼬리에 이르기까지 바로 여금에 이르도록 출신(出身)을 얻지 못했따. 태원부(太原孚)가 이르되 선사의 영골이 아직 있다. 대중은 보느냐, 섬전(閃電)과 상사하다. 이 무슨 해진 짚신이냐 오히려 조금은 상당하다.

 

道吾; 도오원지임. 원지(圓智) (769-835) 당대승. 예장(강서) 해혼 사람이니 속성은 장이며 세칭이 도오원지(道吾圓智)며 또 명칭이 종지(宗智). 어릴 때 열반화상에게 의지해 출가하였고 후에 약산유엄(藥山惟儼)의 문하에 투신해 그의 심인(心印)을 얻어 그의 법을 이었음. 제산(諸山)을 역방(歷訪)하다가 담주(潭州; 지금의 호남 장사) 도오산(道吾山)에 이르러 선풍을 대진(大振)했으며 당 태화 9년에 시적했으니 나이는 67이며 시호는 수일대사(修一大師) [조당집5. 연등회요19. 전등록14].

漸源; 점원중흥임. 중흥(仲興) 당대승. 도오종지(道吾宗智; 청원하 3)의 법사. 어느 날 법을 묻던 차에 마침내 종지를 때렸음. 사후(事後)에 종지가 지시하여 떠나게 했음. 인간에 잠복하여 거주하기 3()에 종지가 입적한 후 홀연히 전연(前緣)을 깨달았고 이에 석상(石霜)에게 나아가 구정(求正)하자 석상이 설재(設齋)하고 참회하게 했음. 후에 담주(지금의 호남 장사) 점원(漸源)에 거주했음 [전등록15. 오등회원5].

弔慰; 선문염송집 제564. 염송설화에 가로되 조위(弔慰)란 것은 조사위생(弔死慰生; 사자를 조문하고 생자를 위문함)이다.

龍吟霧起虎嘯風生; 기세의 위무(威武)가 웅장함에 비유.

買帽相頭; 상두매모(相頭買帽)와 같음. 이르자면 모자를 구매하면서 그 머리를 보고 적합한 것을 간택하여 그것을 사는 것이니 다분히 내기(來機)의 부동(不同)을 살펴서 부동(不同)의 응기작략(應機作略) 혹 접인시설(接引施設)을 채취(采取)함에 비유. ()은 성시(省視; 살펴봄).

驀頭; 홀연, 돌연 두는 조사.

穿耳客;; 이국인(異國人)을 가리킴. 특별히 보리달마를 가리킴. 총림 중에서 전()하여 법을 듣고 오도하는 영리한 납승을 가리킴. 조정사원6. 천이객(穿耳客) 이르자면 달마조사임. 그러나 천이(穿耳; 귀를 뚫음)는 불제(佛制)가 아니지만 그것을 일컬음은 대개 범인(梵人)의 모양을 표시함임.

刻舟; 각주구검(刻舟求劍). 여씨춘추15에 가로되 초인(楚人)에 강을 건너는 자가 있었다. 그의 검이 배 가운데로부터 물에 떨어지자 급히 그 배에 새기고(; 刻也) 가로되 이는 나의 검이 좇아 떨어진 곳이다. 배가 멎자 그 새긴 곳으로부터 물에 들어가 그것을 구하려 했다. 배는 이미 떠났지만 검은 가지 않았건만 검을 구함이 이와 같으니 또한 미혹함이 아니겠는가.

屈棒; 원굴(寃屈; 원통하고 억울함)의 방(). ()은 원굴, 원억(寃抑; 원통하고 억울함), 원왕(寃枉; 원통).

鍬子; 곧 초(; 가래. )니 일종의 굴토기(掘土器). 자는 조사.

隨後婁藪; 수루수(隨摟搜)와 같은 뜻이니 유예하며 결정하지 못함. 진퇴유곡.

靈骨; 사리(舍利; sarira)를 가리킴. 신역으론 설리라(設利羅)ㆍ실리라(室利羅)로 지으며 여기에선 이르되 골신(骨身)ㆍ신골(身骨). 통상으론 불타의 유골을 가리키며 또 곧 불사리임. 또 죽은 자의 유골을 존칭하여 또한 영골(靈骨)로 일컬음.

喪車背後懸藥袋; 시의(時宜)에 상응하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면서 무익한 일에 형용함.

太遲生; ()는 정도가 과분함을 표시하며 심()에 상당함. ()은 어조사며 연() 혹 양자(樣字)에 상당함.

 

道吾與漸源 至一家弔慰 源拍棺木云 生邪死邪 吾曰 生也不道 死也不道 若向句下便入得 言下便知歸 只這便是透脫生死底關鍵 其或未然 往往當頭蹉過 看他古人行住坐臥 不妨以此事爲念 纔至人家弔慰 漸源便拍棺問道吾云 生邪死邪 道吾不移易一絲毫 對他道 生也不道 死也不道 漸源當面蹉過 逐他語句走更云 爲什麽不道 吾云 不道不道 吾可謂赤心片片 將錯就錯 源猶自不惺惺 回至中路又云 和尙快與某甲道 若不道 打和尙去也 這漢識什麽好惡 所謂好心不得好報 道吾依舊老婆心切更向他道 打卽任打 道卽不道 源便打 雖然如是 却是他贏得一籌 道吾恁麽*血滴滴地爲他 漸源得恁麽不*瞥地 道吾旣被他打 遂向漸源云 汝且去 恐院中*知事探得 與爾作禍 密遣漸源出去 道吾忒殺傷慈 源後來至一小院 聞行者誦*觀音經云 應以比丘身得度者卽現比丘身而爲說法 忽然大悟云 我當時錯怪先師 爭知此事不在言句上 古人道 沒量大人 被語脈裏轉却 有底情解道 道吾云不道不道 便是道了也 喚作打背翻筋斗 敎人摸索不著 若恁麽會 作麽生得平穩去 若脚踏實地 不隔一絲毫 不見*七賢女*屍陀林 遂指屍問云 屍在這裏 人在什麽處 大姊云 作麽作麽 一衆齊證無生法忍 且道有幾箇 千箇萬箇 只是一箇 漸源後到石霜 擧前話 石霜依前云 生也不道 死也不道 源云 爲什麽不道 霜云 不道不道 他便悟去 一日將鍬子 於法堂上 從東過西 從西過東 意欲呈己見解 霜果問云 作什麽 源云 覓先師靈骨 霜便截斷他脚跟云 我這裏洪波浩渺白浪滔天 覓什麽先師靈骨 他旣是覓先師靈骨 石霜爲什麽却恁麽道 到這裏 若於生也不道 死也不道處 言下薦得 方知自始至終全機受用 爾若作道理 擬議尋思 直是難見 漸源云 正好著力 看他悟後道得自然奇特 道吾一片頂骨如金色 擊時作銅聲 雪竇著語云 蒼天蒼天 其意落在兩邊 太原孚云 先師靈骨猶在 自然道得穩當 這一落索 一時拈向一邊 且道作麽生是省要處 作麽生是著力處 不見道 一處透千處萬處一時透 若向不道不道處透得去 便乃坐斷天下人舌頭 若透不得 也須是自參自悟 不可容易過日 可惜許*時光 雪竇頌云

 

血滴滴地; 形容苦口婆心 地 助詞

瞥地; 速急之意 猶言一瞥 瞥然 瞥 倏忽 疾視 暫見之意 地 助詞

知事; 僧院司事務僧之總名 禪院諸役擬朝官 分兩班 都寺 監寺 副寺 維那 典座 直歲諸役爲東班 稱此等僧爲知事

觀音經; 自法華經中 抽取觀世音菩薩普門品一品別行者 稱爲觀音經

七賢女下; 太略佛說七女經文也 詳見吳月支國居士支謙譯之佛說七女經

屍陀林; 玄應音義七 屍陀林 正言尸多婆那 此名寒林 其林幽邃而寒 因以名也 在王舍城側 死人多送其中 今總指棄屍之處 爲屍陀林者 取彼名之

時光; 時節光陰 卽時間 時候

 

도오와 점원이 어느 집에 이르러 조위(弔慰)했다. 점원이 관목(棺木)을 두드리며 이르되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도오가 가로되 살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니 만약 구하(句下)를 향해 곧 입득(入得; 은 조사)하면 언하에 곧 돌아갈 곳을 알지니 다만 이것이 생사를 투탈(透脫)하는 관건(關鍵)이요 그 혹 그렇지 못할진대 왕왕 당두(當頭; 당면, 當下. 두는 후철)에 차과(蹉過; 놓침)하리라. 저 고인을 보건대 행주좌와에 차사(此事)로써 생각을 삼음에 방애되지 않았다. 겨우 인가(人家)에 이르러 조위하면서 점원이 곧 관을 두드리며 도오에게 물어 이르되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도오가 한 실터럭만큼도 이역(移易)하지 않고 그를 대하여 말하되 살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점원이 당면에 차과(蹉過; 놓침)하여 그의 어구(語句)를 쫓아 달리면서 다시 이르되 무엇 때문에 말씀하지 못합니까. 도오가 이르되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 하니 도오를 가히 적심(赤心)이 편편(片片)이므로 착오를 가지고 착오로 나아감이라고 이를 만하다. 점원이 오히려 스스로 성성(惺惺)하지 못해 돌아오다 중로(中路)에 이르러 이르되 화상은 시원하게 모갑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말씀하지 않으시면 화상을 때리겠습니다 하니 이 자가 무슨 호악(好惡;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알겠는가. 이른 바 호심(好心)에 호보(好報)를 얻지 못함이다. 도오가 의구히 노파심이 간절하여 다시 그를 향해 말하되 때린다면 곧 때리는 대로 맡기지만 말하라 한 즉 말하지 못한다. 점원이 곧 때렸다. 비록 그러하여 이와 같으나 도리어 이 그(점원)1()를 영득(贏得; 이기는 것. 득은 조사)했다. 도오가 이렇게 혈적적지(*血滴滴地)로 그를 위했지만 점원은 이러히 불별지(*瞥地)를 얻었다. 도오가 이미 그의 때림을 입고 드디어 점원을 향해 이르되 너는 다만 떠나거라. 원중(院中)의 지사(*知事)가 탐득(探得)하여 너에게 화()를 지어 줄까 염려한다 하고는 몰래 점원을 보내어 나가게 했으니 도오가 상자(傷慈; 자비로 손상하는 마음이 무거움이니 과도한 자비)가 너무 심했다. 점원이 후래 어느 소원(小院)에 이르러, 행자가 관음경(*觀音經)을 독송(讀誦)해 이르되 응당 비구신(比丘身)을 써야() 득도(得度)할 자에겐 곧 비구신을 나타내어 설법한다 함을 듣고 홀연히 대오하고 이르되 내가 당시에 선사(先師)를 착괴(錯怪; 착오로 괴이히 여김)하였다. 차사(此事)가 언구상(言句上)에 있지 않는 줄 어찌 알았으리오 하였으니 고인이 말하되 몰량대인(沒量大人)도 어맥(語脈) 속에 전각(轉却)됨을 입는다 하였다. 어떤 이는 정해(情解; 情識으로 이해함)로 말하되 도오가 이른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가 곧 이 말해 마침인지라 등 뒤에서 근두(筋斗; 곤두박질)를 번복(翻覆;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모색함을 얻지 못하게 함이라고 불러 짓나니 만약 이러히 이회한다면 어떻게 평온함을 얻어 가겠는가. 만약 실지(實地)를 각답(脚踏)하였다면 한 실터럭만큼도 막히지 않는다. 보지 못하는가, 칠현녀(*七賢女)가 시다림(*屍陀林)에 노닐다가 드디어 시체를 가리키며 이르되 시체는 이 속에 있거니와 사람은 어느 곳에 있느냐. 큰 언니가 이르되 뭐라고, 뭐라고(作麽作麽)하매 일중(一衆)이 일제히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으니 그래 말하라 몇 개가 있느냐 천 개 만 개가 다만 이 1개다. 점원이 후에 석상에 이르러 전화(前話)를 들자 석상이 의전(石霜)히 이르되 살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점원이 이르되 무엇 때문에 말하지 못합니까. 석상이 이르되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 하매 그가 곧 깨달았다(는 조사). 어느 날 초자(鍬子; . 가래)를 가지고 법당상(法堂上)에서 종동과서(從東過西)하고 종서과동(從西過東)한 것은 뜻에 자기의 견해를 보이고자 함이었다. 석상이 과연 물어 이르되 무엇하느냐. 점원이 이르되 선사(先師)의 영골(靈骨)을 찾습니다. 석상이 곧 그의 발꿈치를 절단하여 이르되 나의 이 속엔 홍파(洪波)가 호표(浩渺)하고 백랑(白浪)이 도천(滔天)하거늘 무슨 선사의 영골을 찾는다 하느냐 하니 그가 이미 이 선사의 영골을 찾거늘 석상이 무엇 때문에 도리어 이러히 말했는가. 이 속(석상이 말한 것)에 이르러 만약 살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못하는 곳에서 언하(言下)에 천득(薦得)한다면 바야흐로 처음으로부터 마침에 이르기까지 전기(全機)의 수용(受用)임을 알려니와 너희가 만약 도리를 지어 의의(擬議)커나 심사(尋思)한다면 바로 이 보기 어렵다. 점원이 이르되 바로 잘 착력(著力)할까 합니다 하니 그의 깨친 후의 말함(道得)을 보아라 자연히 기특하여 도오의 1() 정골(頂骨)이 금색과 같으며 칠 때 구리 소리를 짓는다. 설두가 착어하여 이르되 창천, 창천이여 하니 그 뜻이 양변(兩邊)에 떨어져 있다. 태원부가 이르되 선사의 영골이 아직 있다 하니 자연히 말함(道得; 은 조사)이 온당(穩當)하다. 1낙삭(落索; 문장의 一段一節)을 일시에 잡아서 한 쪽을 향하게 하고 그래 말하라 어떤 것이 이 생요처(省要處)며 어떤 것이 이 착력처(著力處)인가. 말함을 보지 못하느냐 1처를 투득(透得)하면 천 처 만 처를 일시에 투득한다 하니 만약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 한 곳을 향해 투득해 간다면 곧 이에 천하인의 혀(舌頭)를 좌단(坐斷)하려니와 만약 투득함을 얻지 못한다면 또한 모름지기 이 자참자오(自參自悟)할 것이며 용이하게 과일(過日)함은 옳지 못하니 시광(*時光)을 가히 아낄지니라(可惜許). 설두가 송해 이르되

 

血滴滴地; 고구(苦口; 거듭 간곡하게 권함)의 파심(婆心; 노파심)을 형용. ()는 조사.

瞥地; 속급(速急; 급속)의 뜻. 일별(一瞥)ㆍ별연(瞥然)이라고 말함과 같음. ()은 숙홀(倏忽; 갑자기)ㆍ질시(疾視; 빨리 보다)ㆍ잠견(暫見; 잠시 보다)의 뜻이며 지는 조사.

知事; 승원(僧院)에서 사무(事務)를 맡은 승려의 총명(總名). 선원(禪院)의 제역(諸役)은 조관(朝官)을 본떠 양반(兩班)으로 나누었으니 도사(都寺)ㆍ감사(監寺)ㆍ부사(副寺)ㆍ유나(維那)ㆍ전좌(典座)ㆍ직세(直歲)의 제역(諸役)이 동반(東班)이 되며 이들 승려를 일컬어 지사(知事)라 함.

觀音經; 법화경 가운데로부터 관세음보살보문품 1품을 뽑아내어 따로 행하는 것을 일컬어 관음경이라 함.

七賢女下; 불설칠현녀경문(佛說七女經文)을 매우 생략하였음. 상세한 것은 오() 월지국(月支國) 거사 지겸(支謙)이 번역한 불설칠녀경(佛說七女經)을 보라.

屍陀林; 현응음의7. 시다림(屍陀林; Śītavana) 정언(正言)은 시다바나(尸多婆那)니 여기에선 이름이 한림(寒林). 그 숲은 유수(幽邃)하고 추우며 인하여 이름했음. 왕사성 곁에 있으며 죽은 사람을 다분히 그 가운데 송치하며 여금엔 모두 시체를 버리는 곳을 가리킴. 시다림(屍陀林)이라 하는 것은 그것을 취해서 이름했음.

時光; 시절광음(時節光陰). 곧 시간. 시후(時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