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주해

벽암록 제61칙 수시 본칙 평창 송 평창

태화당 2021. 8. 27. 08:13

佛果圜悟禪師碧巖錄卷第七

 

垂示云 建法幢立宗旨 還他本分宗師 定龍蛇別緇素 須是作家知識 劍刃上論殺活 棒頭上別機宜 則且置 且道獨據寰中事一句作麽生商量 試擧看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법당(法幢)을 건립하고 종지(宗旨)를 세움은 도리어 저 본분종사며 용사(龍蛇)를 정()하고 치소(緇素)를 분별함은 모름지기 이 작가지식(作家知識)이다. 검인상(劍刃上)에서 살활을 논하고 방두상(棒頭上)에서 기의(機宜)를 분별함은 곧 그래 두고 그래 말하라 유독(惟獨; ) 환중사(寰中事)에 의거하는 1구를 어떻게 상량(商量)하는가, 시험삼아 들어보아라(擧看).

 

六一擧 風穴垂語云興雲致雨 也要爲主爲賓 若立一塵我爲*法王於法自在 花*簇簇錦簇簇 家國興盛不是他屋裏事 不立一塵掃蹤滅跡 失却眼睛 和鼻孔失也 家國喪亡一切處光明 用家國作什麽 全是他家屋裏事 雪竇拈拄杖云須是壁立千仞始得 達磨來也 還有同生同死底衲僧麽還我話頭來 雖然如是 要平不平之事 須於雪竇商量始得 還知麽 若知許爾自由自在 若不知朝打三千暮打八百

 

法王; 佛於法自在 稱曰法王

簇簇; 叢列成行貌

 

六一()하다. 풍혈(風穴)이 수어(垂語)하여 이르되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함은 또한 주()가 되고 빈()이 되고자 함이다. 만약 1()을 세우면 내가 법왕(*法王)이 되어 법에 자재한지라(2구는 법화경2 비유품에 나옴) 꽃이 족족(*簇簇)하고 비단(꽃이 많이 피어 비단 같음)이 족족하다. 가국(家國)이 흥성하고 이는 그(임제) 집안의 일이 아닌가. 1진을 세우지 않으면 자취를 쓸고 흔적을 없앰이며 눈동자를 잃어버린지라 콧구멍마저 잃었다. 가국이 상망(喪亡)한다. 일체처가 광명이거늘 가국을 써서 무엇하려느냐. 전부 이는 그(임제)의 가옥 속의 일이다. 설두가 주장자를 잡고 이르되 이 벽립천인(壁立千仞)을 써야 비로소 옳다. 달마가 왔다(조사의 玄機를 일시에 제기하여 온다) 도리어 동생동사(同生同死)하는 납승이 있느냐. 나에게 화두를 돌려보내라. 비록 그러하여 이와 같으나 불평(不平)의 일을 평()하려고 함이라서 반드시 설두와 상량(商量)해야 비소로 옳나니 도리어 알겠느냐. 만약 안다면 너의 자유자재를 허락하려니와 만약 알지 못한다면 아침에 3천을 때리고 저녁에 8백을 때리리라.

 

法王; 불타가 법에 자재한지라 일컬어 가로되 법왕이라함.

簇簇; 빽빽이 나열하여 줄을 이룬 모양.

 

只如風穴示衆云 若立一塵 家國興盛 不立一塵 家國喪亡 且道立一塵卽是 不立一塵卽是 到這裏 須是大用現前始得 所以道 *設使言前薦得 猶是*滯殼迷封 直饒句下精通 未免觸途狂見 他是臨濟下尊宿 直下用本分草料 若立一塵 家國興盛野老顰蹙 意在立國安邦 須藉謀臣猛將 然後麒麟出*鳳凰翔 乃太平之祥瑞也 他三家村裏人 爭知有恁麽事 不立一塵 家國喪亡 風颯颯地 野老爲什麽出來謳歌 只爲家國喪亡 洞下謂之轉變處 更無佛無衆生 無是無非 無好無惡 絕音響蹤跡 所以道 金屑雖貴 落眼成瞖 又云 金屑眼中瞖 *衣珠法上塵 己靈猶不重 佛祖是何人 七穿八穴 神通妙用 不爲奇特 到箇裏 *衲被蒙頭萬事休 此時山僧都不會 若更說心說性 說玄說妙 都用不著 何故 他家自有神仙境 南泉示衆云 *黃梅七百高僧 盡是會佛法底人 不得他衣鉢 唯有盧行者 不會佛法 所以得他衣鉢 又云 *三世諸佛不知有 *狸奴白牯却知有 野老或顰蹙 或謳歌 且道作麽生會 且道他具什麽眼却恁麽 須知野老門前 別有條章 雪竇*雙拈了 却拈拄杖云 還有同生同死底衲僧麽 當時若有箇漢出來 道得一句 互爲賓主 免得雪竇這老漢後面自*點胸

 

設使言前薦得; 以下四句風穴延沼語 見五燈會元十一

滯殼迷封; 意謂癡迷愚鈍 亦指被情識學解所纏 難以省悟

鳳凰; 神鳥也 雄曰鳳 雌曰凰 鳳不踐生草 噉竹實 棲乳桐 [首楞嚴經義疏釋要鈔六 法華經入疏一]

衣珠; 卽衣中寶 比喩人人自身具有的佛性 按法華經五百弟子授記品 有人至親友家醉酒而臥 此時親友忽有官事當行 以無價寶珠繫其衣裏 與之而去 其人醉臥都不覺知 起已 行至他國 爲求衣食 倍受艱難 若稍有得 便以爲足 後會遇親友 具語前事 其人乃以寶珠購其所需

衲被蒙頭; 以衲被覆蓋頭上 衲被 補修縫綴所製成被子 蒙 覆蓋 傳燈錄三十 石頭和尙草庵歌云 衲帔幪頭萬事休 此時山僧都不會

黃梅; 此指五祖弘忍 弘忍是湖北黃梅人 且在黃梅東山說法

三世諸佛不知有; 以下二句南泉語 見傳燈錄十 五燈會元十八

狸奴白牯; 狸奴 亦作黧奴貍奴 猫的別稱 白牯 白牛也 玉篇 牯 牝牛 正字通 牯 俗稱牡牛曰牯

雙拈; 指前頭家國興盛喪亡

點胸; 一手指胸口 二自我炫耀的動作 高傲 自負 此指二

 

지여(只如) 풍혈이 시중하여 이르되 만약 1()을 세우면 가국(家國)이 흥성하고 1진을 세우지 않으면 가국이 상망(喪亡)한다 하니 그래 말하라 1진을 세움이 곧 옳으냐 1진을 세우지 않음이 곧 옳으냐. 이 속에 이르러선 모름지기 이 대용(大用)이 현전해야 비로소 옳은지라 소이로 말하되 설사 언전에 천득하더라도(*設使言前薦得) 오히려 이는 체각미봉(*滯殼迷封)이며 직요(直饒; 縱然) 구하(句下)에 정통(精通)하더라도 촉도광견(觸途狂見; 부딪히는 길마다 미친 견해)을 면하지 못한다 하였다. (풍혈)는 이 임제하(臨濟下)의 존숙(임제하 3)이므로 직하(直下; 즉각)에 본분초료(本分草料)를 쓰나니 만약 1진을 세우면 가국이 흥성하거늘 야로(野老)가 빈축(顰蹙; 눈살을 찌푸림)함은 뜻이 입국안방(立國安邦)에 있음이다. 모름지기 모신맹장(謀臣猛將)을 빌린() 연후에 기린(麒麟)이 나오고 봉황(*鳳凰)이 나는지라() 이에 태평의 상서(祥瑞)이거니와 저 삼가촌(三家村) 속의 사람이 어찌 이러한 일이 있는 줄 알겠는가. 1진을 세우지 않으면 가국이 상망(喪亡)하므로 풍삽삽지(風颯颯地; 바람이 산들산들 불다)거늘 야로(野老)가 무엇 때문에 나와서 구가(謳歌)하는가, 다만 가국이 상망했기 때문이다. 동하(洞下; 조동하)에선 이를 일러 전변처(轉變處)라 하나니 다시는 무불무중생(無佛無衆生)하고 무시무비(無是無非)하고 무호무악(無好無惡)하여 음향과 종적이 끊어진지라 소이로 말하되 금가루가 비록 귀하지만 눈에 떨어지면 예병(瞖病; 眼疾. 白苔가 끼다)이 된다 하며 또 이르되 금가루는 안중(眼中)의 예()/ 의주(*衣珠)는 법상(法上)의 진()이다/ 기령(己靈; 자기의 靈性)도 오히려 소중하지 않거늘/ 불조가 이 어떤 사람인가(이상은 德山緣密의 게) 하였다. 칠천팔혈(七穿八穴)하는 신통묘용(神通妙用)도 기특함이 되지 않나니 이 속에 이르러선(到箇裏) 납피를 머리에 덮어쓰고(*衲被蒙頭) 만사를 쉬었나니 이때에 산승은 도무지 알지 못한다이다. 만약 다시 설심설성(說心說性)하거나 설현설묘(說玄說妙)한다면 모두 용()을 얻지 못하나니(不著) 무슨 연고냐, 타가(他家)는 저절로 신통경(神仙境)이 있어서이다. 남천이 시중해 이르되 황매(*黃梅)7백 고승은 모두 이 불법을 안 사람들이라서 그(5)의 의발을 얻지 못했고 오직 노행자(盧行者)가 있어 불법을 알지 못한지라 소이로 그의 의발을 얻었다 하며 또 이르되 삼세제불은 있음(향상사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三世諸佛不知有) 이노백고(*狸奴白牯)가 도리어 있음을 안다 하였다. 야로가 혹 빈축하고 혹 구가(謳歌)함을 그래 말하라 어떻다고 알며 그래 말하라 어떤 안목을 갖췄기에 도리어 이러하느냐. 모름지기 야로의 문전엔 따라 조장(條章)이 있는 줄 알아야 하리라. 설두가 쌍으로 염해(*雙拈) 마치고 도리어 주장자를 잡고 이르되 도리어 동생동사(同生同死)할 납승이 있느냐 하니 당시에 만약 어떤 개한(箇漢)이 나와 1구를 도득(道得; 은 조사)하여 서로 빈주(賓主)가 되었더라면 설두 이 노한의, 후면에 스스로 점흉(*點胸)함을 면득(免得; 은 조사)했으리라.

 

設使言前薦得; 이하 4구는 풍혈연소(風穴延沼)의 말이니 오등회원11을 보라.

滯殼迷封; 뜻으로 이르자면 치미(癡迷)하고 우둔함. 또한 정식(情識)과 학해(學解)에 묶이는 바를 입어 성오(省悟)하기 어려움을 가리킴.

鳳凰; 신조(神鳥). 수컷을 가로되 봉이며 암컷을 가로되 황임. 봉은 생초(生草)를 밟지 않고 죽실(竹實)을 먹으며 유동(乳桐)에 서식함 [수릉엄경의소석요초6. 법화경입소1].

衣珠; 곧 의중보(衣中寶)니 사람마다 자신이 갖추고 있는 불성에 비유함.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을 안험(按驗; 查驗)컨대 어떤 사람이 친우의 집에 이르러 술에 취해 누웠는데 이때 친우가 홀연히 관사(官事)가 있어 마땅히 떠나야 했다. 무가보주(無價寶珠)를 그의 옷 속에 묶고는 그에게 주고 갔다. 그 사람은 취해 누운지라 도무지 각지(覺知)하지 못했다. 일어난 다음 유행(遊行)하여 딴 나라에 이르러 의식(衣食)을 구하기 위한 연고로 배()로 간난(艱難)을 받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소득이 있으면 바로 족함을 삼았다. 후에 친우를 회우(會遇)했는데 앞의 일을 갖추어 말하자 그 사람이 이에 보주로 그가 수요(需要; 하는 바를 구매했다).

衲被蒙頭; 납피(衲被)로 머리 위를 덮어씀임. 납피(衲被)는 보수하고 꿰매어서 제작해 이룬 바의 피자(被子)며 몽()은 부개(覆蓋; 덮어쓰다). 전등록30 석두화상 초암가(草庵歌)에 이르되 납피(衲帔; 는 고대에 어깨와 등 위에 입혀 두는 服飾)를 머리에 덮어쓰고 만사를 쉬었나니 이때 산승은 도무지 알지 못한다(衲帔幪頭萬事休 此時山僧都不會).

黃梅; 여기에선 5조 홍인(弘忍)을 가리킴. 홍인은 이 호북 황매 사람이며 또 황매의 동산(東山)에 있으면서 설법했음.

三世諸佛不知有; 이하 2구는 남천(南泉)의 말이니 전등록10ㆍ오등회원18을 보라.

狸奴白牯; 이노(狸奴)는 또한 이노(黧奴)ㆍ이노(貍奴)로 지으며 묘(; 고양이)의 별칭임. 백고(白牯)는 흰 소임. 옥편 고() 빈우(牝牛; 암소). 정자통 고() 속칭 모우(牡牛; 수소)를 가로되 고().

雙拈; 전두(前頭; 앞쪽)의 가국의 흥성과 상망(喪亡)을 가리킴.

點胸; 1. 손가락으로 흉구(胸口)를 가리킴. 2. 자아(自我)가 현요(炫耀; 誇耀)하는 동작이니 고오(高傲), 자부임. 여기에선 2를 가리킴.

 

野老*從敎不展眉三千里外有箇人 美食不中飽人喫 且圖家國立雄基太平一曲大家知 要行卽行 要住卽住 盡乾坤大地是箇解脫門 爾作麽生立 謀臣猛將今何在有麽有麽 土曠人稀相逢者少 且莫點胸 萬里淸風只自知旁若無人 教誰掃地 也是雲居羅漢

 

從敎; 任隨 任凭

 

야로(野老), 눈썹을 펴지 못하는 대로 좇음은(*從敎) 3천 리 밖에 이() 사람이 있구나. 미식(美食)도 배부른 사람이 먹기엔 알맞지 않다. 다만() 가국(家國)에 웅기(雄基) 세움을 도모함이다 태평의 한 곡조를 대가(大家; 諸人)가 아느니라. 행하고자 하면 곧 행하고 머물고자 하면 곧 머문다. 온 건곤대지가 이(是箇) 해탈문(解脫門)이거늘 네가 어떻게 세울 것인가. 모신(謀臣)과 맹장(猛將)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있느냐 있느냐, 땅은 넓고 사람은 드물어 상봉하는 자가 적나니 다만 점흉(點胸)하지 말아라. 만 리 청풍이 다만 스스로 안다 곁에 사람이 없음과 같거늘 누구로 하여금 땅을 쓸게 할것인가. 또한 이 운거라한(雲居羅漢)이다.

 

從敎; 임수(任隨; 任凭과 같음). 임빙(任凭; 마음대로 하게 하다).

 

適來雙提了也 這裏却只拈一邊 放一邊 裁長補短 捨重從輕 所以道 野老從敎不展眉 我且圖家國立雄基 謀臣猛將今何在 雪竇拈拄杖云 還有同生同死底衲僧麽 一似道還有謀臣猛將麽 一口呑却一切人了也 所以道 土曠人稀相逢者少 還有相知者麽 出來一坑埋却 萬里淸風只自知 便是雪竇點胸處也

 

적래(適來; 조금 전)엔 쌍으로 염제(拈提)하여 마쳤고 이 속(今頌)에선 도리어 다만 1()을 염()하다가 1()을 방()하니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보충하며 무거운 것을 버리고 가벼운 것을 좇는지라 소이로 말하되 야로(野老), 눈썹을 펴지 못하는 대로 좇음은(*從敎) (설두)가 다만() 가국(家國)에 웅기(雄基) 세움을 도모함이다 하였다. 모신(謀臣)과 맹장(猛將)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함은 설두가 주장자를 잡고 이르되 도리어 동생동사할 납승이 있느냐 한 것이 말한, 도리어 모신맹장이 있느냐 한 것과 일사(一似)하여 한 입에 일체인을 삼켜버렸음이다. 소이로 말하되 땅은 넓고 사람은 드물어 상봉하는 자가 적다 했나니 도리어 상지(相知)하는 자가 있느냐. 나오너라 한 구덩이에 묻어버리겠다. 만 리 청풍이 다만 스스로 안다 함은 곧 이 설두의 점흉(點胸)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