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九】 남천이 육긍대부(*陸亘*大夫)와 어화(語話)하던 차에 대부가 이르되 조법사(*肇法師)가 말하기를 천지와 내가 동근(*天地與我同根)이며 만물과 내가 일체라고 했으니 또한 심히 기괴()합니다 함으로 인해 스님이 뜰 앞의 꽃을 가리키며 대부를 부르고 이르되 시인(時人)이 이 한 그루의 꽃을 봄이 마치 꿈과 상사하다.
설두현(雪竇顯)이 송하되 듣고 보고 깨닫고 아는 게 하나하나가 아니니/ 산하를 거울 속에 두고서 보지 말아라/ 상천(霜天)에 달이 떨어지고 밤이 거의 반(半)인데/ 누가 함께 맑은 못에 찬 그림자를 비추는가.
승천종(承天宗)이 송하되 대부가 조사(肇師)의 종(宗)을 잘못 알아/ 도리어 이르되 삼라가 일체라서 한가지라 하는구나/ 도리어 남천의 무한한 뜻을 추억하노니/ 뜰 앞에 꽃이 피어 춘풍에 미소하네.
장산천(蔣山泉)이 송하되 뜰 앞의 한 그루 꽃이/ 천지(千枝)며 다시 만악(萬蕚; 蕚은 꽃받침)이더니/ 고풍(高風)의 일진(一陣)이 오매/ 땅 가득히 홍영(紅英)이 떨어지네/ 가련하게도 유자(遊子)는 귀가하지 못하고/ 공연히 난간에 기대어 일사(日斜; 날이 저물다)에 이르렀다.
천동각(天童覺)이 송하되 이미의 조화의 근본을 조철하니(*照徹*離微造化根)/ 분운(紛紜)히 출몰함에서 그 문(門)을 본다/ 겁외(劫外)에 유신(游神)하며 무엇이 있는가 물으며/ 신전(身前)에 착안하여 묘함이 존재하는 줄 안다/ 범이 읊으니 소소(蕭蕭; 으스스하고 쓸쓸함)하며 바위가 취작(吹作)하고/ 용이 읊으니 염염(*冉冉)하며 동운(洞雲)이 어둡다/ 남천이 시인(時人)의 꿈을 점파(點破; 점검. 破는 조사)함은/ 당당한 보처존(*補處尊)을 알고자 함이다.
보녕용(保寧勇)이 송하되 대부가 작목(*作牧)하여 남천을 참견(參見)해/ 옛을 들어 지금을 밝히는 이사(理事)가 원만하다/ 마침 신명(身命)을 가지고 방하(放下)하는 곳에 이르자/ 무슨 연고로 도리어 망연(茫然)한지 알지 못하겠네.
삽계익(霅溪益)이 송하되 일지(一枝), 양지(兩枝), 천만지(千萬枝)를/ 금도(金刀)로 자르려고 하매 곧 이피(*離披)했다/ 이피(離披)하지 않음을 누가 있어 아느냐/ 절로 금일의 인심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추향(秋香)이 하룻밤에 쇠(衰)하는 건 아니다.
원오근(圜悟勤)이 송하되 산이 윤택하면 돌이 옥을 감추고/ 숲이 수려(秀麗)하면 못이 구슬을 숨긴다/ 이 한 그루 꽃을 봄이 꿈과 상사하다 하니/ 작연(灼然)히 근체(根體)가 같은 길이 아니다/ 왕노사가 규모(規摸)를 벗어난지라/ 장안의 바로 시끄러운 곳을 향해/ 유유(悠悠)한 육대부(陸大夫)를 부를 줄 알았다.
불감근(佛鑑勤)이 송하되 남천이 역담(瀝膽; 성의를 다함)하여 제군(諸君)을 위해/ 웃으며 정화(庭花)를 가리키니 별다른 이 봄이다/ 이 수주(守株)하며 한가히 대토(待兎)함이 아니라/ 바로 학을 타고 청운에 오름을 썼다.
석창(*石牎)이 송하되 천지가 동근(同根)인 일을/ 줄탁(啐啄)하니 매우 분명하다/ 구두(鈎頭; 갈고리)의 뜻을 식취(識取)하고/ 정반성(定盤星)을 인정하지 말아라.
운문고(雲門杲) 송하되 천지가 동근(同根)이란 1문(問)을 펴니/ 일찍이 발을 들지 아니하여서 이미 집이 망했다/ 음양이 없는 곳에 꽃을 거듭 피우니/ 옥이 본래 티가 없건만 도리어 티가 있어졌다.
죽암규(竹庵珪)가 송하되 만약 천지가 본래 동근(同根)인 줄 알았다면/ 마침내 응당 와서 다시 남에게 묻지 않으리라/ 도리어 남천의 친히 지사(指似; 가리켜 보임)함을 얻으니/ 등한히 꽃이 핀 몽중의 봄이다.
심문분(心聞賁)이 송하되 깊은 붉음이 꿈과 한가지라고 지점(指點; 지시)하니/ 다시 요염(妖艶)이 방총(芳叢)에 있지 않다/ 남천의 웃음 속에 봄을 옮겨 가서/ 잔향(殘香)을 머물러 둬 꿀벌을 취하게 하는구나.
혼성자(混成子)가 송하되 청송의 지조(志操)며/ 황금의 견고함이니/ 사시(四時)에 불변하고/ 백련(百鍊)해도 옮기지 않는다/ 각자의 성품이 자주(自住)하고/ 동근(同根)의 이치가 완전하나니/ 의지(意志)가 지극한 도며/ 순풍(淳風)이 앞에 있다.
법진일(法眞一)이 염하되 지여(只如) 이 한 그루 꽃을 어느 곳을 향해 붙이겠는가. 만약 낙처를 안다면 바로 능히 근원(根源)을 직절(直截)하려니와 그 혹 그렇지 못할진대 잎을 따고 가지를 찾음을 간절히 꺼린다.
황룡심(黃龍心)이 염하되 들기는 쉬워도 보기는 도리어 어렵나니 미로정상(彌盧頂上; 수미정상)에 천풍(天風)이 차고 아아(峩峩; 山體가 高大하고 가파름)함이 직하(直下; 즉각)에 창룡굴(蒼龍窟)이거늘 누가 감히 엿보겠는가(覷着).
영원청(靈源淸)이 상당하여 차화를 들어 至대부가 언하에 영지(領旨; 지취를 깨침)했다. 스님이 이르되 남천이 허공으로써 북을 만들매 육긍이 수미(須彌)를 써서 망치로 삼았나니 일격(一擊)에 음을 알아 궁근(窮根)하고 철체(徹體)하여 건곤의 만화(萬化)가 문득 무여(無餘)에 들어갔다. 이로 좇아 보장(寶藏)이 환히 열려 곧 가풍의 대전(大展)을 본다. 사람을 제도하는 공리(功利)를 다시 어찌 궁진하리오, 하물며 이 두두(頭頭; 낱낱)에 다 구족했음에랴.
원오근(圜悟勤)이 염하되 육긍이 손으로 금쇄(金鏁; 금 사슬)를 당기매 남천이 팔자(八字)로 타개하니 바로 칠진팔보(七珎八寶)가 목전에 나열함을 얻었다. 이에 불자를 세워 일으키고 이르되 천지는 일지며 만물은 일마니(*天地一指 萬物一馬) 온몸이 이 눈일지라도 분소(分疎; 분변)하지 못한다(不下).
운문고(雲門杲)가 상당하여 차화를 들고 이르되 이 일칙(*一則) 공안은 총림에 유포된 지 거의 3백 재(載)다. 중간에 무수한 선지식이 출세함이 있었지만 다만 이 일찍이 한 사람도 너희에게 분명히 판단해 줌이 있지 않았다. 경산(徑山)이 금일 너희에게 판단해 주겠다. 만약 이상(理上)을 향해 본다면 단지 남천이 저 육긍을 일점(一點)도 속임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의 다리 아래의 한 줄기의 털도 모착(摸着; 더듬다)하지 못하여 있다. 만약 사상(事上)을 향해 본다면 단지 육긍이 저 남천을 일점도 속임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꿈에라도 그의 오취기(*汙臭氣)를 보지 못하여 있다. 혹 어떤 사람이 나와 말하되 대소(大小) 경산이 설리설사(說理說事)하는가 한다면 곧 그를 향해 말하되 단지 이사상(理事上)을 향해 회취(會取)하라 하겠다.
심문분(心聞賁)이 염하되 조법사(肇法師)가 허공을 핍색(逼塞)하매 왕노사가 숨을 곳이 없었다. 서암(*瑞嵓)이 금일 다시 감히 치인(癡人)의 면전을 향해 설몽(說夢)하지 않으리니 이 너희 제인이 필경 어느 것을 가리켜 동근일체(同根一體)라는 것을 짓는가.
옥천선(*玉泉仙)이 상당해 거(擧)하다. 조법사가 말하되 천지가 동근이며 만물이 일체다. 또 말하되 만물을 회(會; 證會)하여 자기로 삼는 자(*會萬物爲己者)는 그 오직 성인인가 하노라. 스님이 이르되 조법사가 노역(老易; 노자와 주역)을 통달하여 이성(理性)을 궁진(窮盡)했고 경지(境智)를 융궁(融窮; 융합해 궁진하다)한지라 이 말을 설했으니 또한 심히 희유하다. 만약 납승의 분상(分上)에 의거하여 점검해 가져 온다면 다만 이것은 타근(桗根; 定止)하는 아사(阿師; 阿는 조사)니 다만 정석(矴石; 닻돌)을 깊이 던지고 닷줄을 잡고 방선(*把纜放舩)할 줄만 알았으니 대사(大似; 매우 흡사) 교주를 안고 조욕(*抱橋柱澡浴)함과 상사하다. 역파(逆波)에 키(*拖)를 잡고 바람을 보고 돛을 부릴 줄 알지 못했나니 어찌 우리 남천과 육대부의 상견하는 시절과 같겠는가. 육긍이 이르되 조법사가 또한 심히 기괴하나니 至마치 꿈과 상사하다. 남천화상이 일언지하에 입지(入地)한 근원(根源)을 쪼개어 내니 유기(由基)가 가전(架箭)하여 일발(一發)에 곧 적중함과 매우 흡사하다 하리라. 비록 그러하여 이와 같지만 능히 몇 사람이나 이 전지(田地)에 이름이 있겠느냐. 그 혹 밝히지 못했다면 자씨(*慈氏)가 다시 송출(頌出)해 주리라. 동근천지(同根天地)는 초연(超然)하지 못하나니/ 꽃을 봄이 꿈과 같다 하여 근원을 가리켰다/ 겁후(劫後)에 한가지로 무영수(無影樹)를 심으니/ 사람으로 하여금 노남천(老南泉)을 추억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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