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진인(無爲眞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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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맹춘한(時到孟春寒)
빙설처처잔(氷雪處處殘)
초목곤충류(草木昆蟲類)
선각비춘안(先覺非春顔)
설무한인의(雪無寒人意)
화기용인견(花豈容人見)
인흥분별심(因興分別心)
만상상현면(萬象嘗見面)
욕궁본말자(欲窮本末者)
이락단상관(已落斷常關)
강립일○상(强立一○相)
미면파순관(未免波旬管)
조불위인처(祖佛爲人處)
난해역난단(難解亦難彖)
숙비종선근(夙非種善根)
종불입문한(終不入門限)
사가죽반승(乍可粥飯僧)
절막혹란언(切莫惑亂言)
불피사사훈(不被邪師熏)
흡사유입면(恰似油入麵)
불신불료오(不信不了悟)
전신근맹신(全信近盲信)
반신반불신(半信半不信)
미면회색신(未免灰色信)
숙감위신자(孰敢謂信字)
불위시성신(佛位始成信)
불견고인운(不見古人云)
불시안전진(佛是眼前塵)
화병불충기(畵餠不充飢)
위수불닉신(謂水不溺身)
타파공래간(打破空來看)
시도진실인(始覩眞實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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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맹춘(孟春)에 이르렀으나 추워서
빙설(氷雪)이 곳곳에 남았네
초목과 곤충의 무리가
먼저 춘안(春顔)이 아닌 줄 깨닫더라.
눈은 사람을 춥게 할 뜻이 없거늘
꽃인들 어찌 사람의 봄을 용납하리오
분별심을 일으킴으로 인해
만상이 늘 얼굴을 보이느니라.
본말(本末)을 궁구(窮究)하려는 자는
이미 단상(斷常)의 관문에 떨어졌고
억지로 일○상(一○相)을 세우면
파순(波旬)의 관할(管轄)을 면치 못하느니라.
조불(祖佛)의 사람을 위하는 곳은
이해하기 어렵고 또한 판단하기도 어렵나니
일찍이 선근(善根)을 심지 않았다면
마침내 문지방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
차라리 죽반승(粥飯僧)은 옳다 하려니와
간절히 혹란(惑亂)의 말을 하지 말 것이요
삿된 스승의 훈김을 입지 말지니
기름이 밀가루에 들어감과 흡사하니라.
믿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고
완전히 믿으면 맹신(盲信)에 가까우며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으면
회색신(灰色信)을 면치 못하리라.
누가 감히 신자(信字)를 이르느냐
불위(佛位)라야 비로소 신(信)을 성취하거니와
고인(古人)이 말함을 보지 못했느냐
부처도 이 눈 앞의 티끌이로다.
그림의 떡은 주림을 채우지 못하고
물을 말해도 몸이 잠기지 않나니
허공을 타파하고 와서 보아야
비로소 진실한 사람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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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당(上堂. 법문을 연설하기 위해 법당에 올라감)해 가로되 너희 등 제인(諸人)의 적육단상(赤肉團上. 육체의 身上. 肉團心을 일컬음)에 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어 늘 너희 제인(諸人)의 면문(面門. 面部)을 향해 출입하나니 증거(證據)하지 못한 자는 보아라 보아라. 때에 어떤 중이 묻되 무엇이 이 무위진인입니까. 스님(臨濟)이 선상(禪牀)에서 내려와 파주(把住. 꼼짝 못하게 움켜쥠)하고 이르되 말하라 말하라. 중이 의의(擬議. 추측해 헤아림)하자 스님이 밀어젖히고 이르되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인고 (無爲眞人是什麽乾屎橛). 곧 방장으로 돌아갔다 [傳燈錄卷十二 臨濟章].
1~4행 맹(孟)은 첫 맹. 맏 맹. 곤(昆)은 모두 곤.
5~8행 현(見)은 보일 현.
9~12행 단상견(斷常見)은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의 견해니 없다고 이해하는 것과 있다고 이해하는 것. 파순(波旬)은 인도말이니 번역하면 악마(惡魔). 관(管)은 주관할 관.
13~16행 단(彖)은 판단할 단. 숙(夙)은 일찍 숙. 종(種)은 심을 종. 한(限)은 문지방 한.
17~20행 사(乍)는 차라리 사. 죽반승(粥飯僧)은 죽과 밥만 챙겨 먹을 뿐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승인. 훈(熏)은 불김 훈. 연기 오를 훈. 선성(先聖. 永明延壽)이 이르되 차라리 파계를 수미산같이 함은 가(可)하거니와 가히 삿된 스승의 한 사념(邪念)에 훈습(熏習)됨을 입지 말아야 하나니 개자(芥子)만큼이라도 정식(情識) 중에 있을 것 같으면 마치 기름이 밀가루에 들어가매 영원히 가히 나오지 못함과 같느니라 [書狀 答李參政別紙].
21~24행 신(信)은 도(道)의 시원(始原. 元)이며 공덕(功德)의 어머니가 되는지라/ 일체 모든 선법(善法)을 장양(長養)하며/ 의망(疑網)을 단제(斷除)하고 애류(愛流)에서 벗어나게 하며/ 열반의 무상도(無上道)를 개시(開示)하느니라 (信爲道元功德母 長養一切諸善法 斷除疑網出愛流 開示涅槃無上道) [華嚴經合論卷二十九 賢首品]. 이로 알지라 한 법 이라도 가히 얻음이 있지 않음이 이름이 심신견고(深信堅固)니 금강과 같아서 가히 저괴(沮壞)하지 못하느니라. 신심(信心)이 없는 가운데 능히 부처를 보나니 만약 한 법이라도 가히 믿을 게 있으면 곧 이 사견(邪見)이요 일체를 믿지 않아야 비로소 그 믿음을 성취하느니라 [宗鏡錄卷二十六]. 물어 가로되 모든 불경에 무슨 연고로써 처음에 여시(如是)라는 말을 일컫는가. 답해 가로되 불법대해(佛法大海)에 신(信)이라야 능히 들어가고 지(智)라야 능히 제도(濟度)하나니 여시(如是)의 뜻이 곧 이 신(信)이니라. 만약 사람이 심중(心中)에 신(信)의 청정(淸淨)이 있으면 이 사람은 능히 불법에 들어가려니와 만약 신(信)이 없으면 이 사람은 능히 불법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 불신자(不信者)는 말하되 이 일이 이와 같지 않다 (不如是) 하나니 이는 불신의 모양이요 신자(信者)는 말하되 이 일이 이와 같다 (如是) 하느니라 [大智度論卷一 論]. 료(了)는 깨칠 료.
25~28행 서쪽에서 오신 적적(的的)한 뜻이여/ 바로 묵묵히 베풂 없음이 좋구나/ 성난 눈은 무슨 일을 성냄이냐/ 부처도 이 눈 앞의 티끌이로다 (西來的的意 正好默無陳 怒目瞋何事 佛是眼前塵) [太古錄 高麗太古普愚讚達磨]. 숙(孰)은 누구 숙.
29~32행 닉(溺)은 빠질 닉. 도(覩)는 볼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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