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파인소(怕人笑)

태화당 2019. 8. 7. 10:05

파인소(怕人笑)

 

요인소여파인소(要人笑與怕人笑)

백주견귀기다반(白晝見鬼幾茶飯)

수류임급경상정(水流任急境常靜)

화락수빈의자한(花落雖頻意自閑)

 

사람의 웃음을 요함과 사람의 웃음을 두려워함이여

대낮에 귀신을 봄이 얼마나 다반사(茶飯事)더냐

물은 흘러 임의대로 급해도 경계(境界)는 늘 고요하고

꽃은 떨어짐이 비록 잦더라도 뜻은 스스로 한가하니라.

 

1행 다릉욱산주(茶陵郁山主. 白雲守端修業師)가 늘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어떻게 걸음을 내딛느냐 (百尺竿頭如何進步) 를 참()했다. 어느 날 나귀를 타고 다리를 지나는데 바로 화두를 드는 사이에 나귀가 실각(失脚)함에서 욱()이 성찰(省察)이 있었다. 작송(作頌)해 이르되 나에게 밝은 구슬 한 알이 있는데/ 오랫동안 진로(塵勞. 번뇌의 다른 이름)에 관쇄(關鎖)됨을 입었도다/ 오늘 아침 진로가 없어져 빛이 나니/ 산하의 떨기마다를 조파(照破)하도다 (我有明珠一顆 久被塵勞關鎖 今朝塵盡光生 照破山河朶朶. 朶朶宗鑑法林萬朶라 하다). 드디어 도제(徒弟)인 수단화상(守端和尙. 楊岐法嗣)을 보내면서 네가 가히 양기회화상(楊岐會和尙)을 참견(參見)하라. 과연 이 선()이 있느냐, 과연 이 오문(悟門)이 있느냐. 수단이 드디어 가서 양기(楊岐. 方會)를 상견하여 인사(人事)를 마치자 방회(方會)가 묻되 어느 곳에서 오느냐. 다릉(茶陵)에서 왔습니다. 영사(令師. 남의 스승에 대한 존칭)가 누구냐. 욱산주(郁山主)입니다. 양기가 이르되 내가 들으니 너의 스님이 오도송(悟道頌)이 있다던데 그러냐 아니냐. 수단이 곧 앞의 송을 들자 양기가 크게 웃고 방장(方丈)으로 돌아갔다. 수단이 그 뜻을 알지 못해 다음 날 또 가서 청문(請問)하되 어제 화상께서 모갑(某甲)의 사장(師長)의 입도인연(入道因緣)을 물으심을 입었거니와 이는 오유(悟由)가 있습니까 오유가 없습니까. 바라건대 화상께서 자비로 설파(說破)하십시오. ()가 실로 그것을 의심합니다. 양기가 이르되 네가 일찍이 백희(百戱)를 짓는 것을 보았느냐. 수단이 응답해 이르되 보았습니다. 양기가 이르되 그는 단지 사람의 웃음을 요함이요 너는 사람의 웃음을 두려워함이니라(他只要人咲 你怕人咲). 수단이 이에서 대오(大悟)했다 [無門慧開禪師語錄卷下].

2행 다반(茶飯)은 항다반(恒茶飯)이니 늘 있는 차와 밥처럼 흔한 것. 예사로운 것.

3~4행은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