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선자덕성선사(船子德誠禪師)

태화당 2019. 8. 7. 10:56

선자덕성선사(船子德誠禪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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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작진중재죽(釣竿斫盡重栽竹)

조진강파우금린(釣盡江波遇金鱗)

맥지복선의재하(驀地覆船意在何)

무종적처몰장신(無踪跡處沒藏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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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가 쪼개져 다하면 거듭 대를 심어

강파(江波)를 낚아 없애 금린(金鱗)을 만났도다

갑자기 배를 엎은 뜻이 어디에 있는가

종적이 없는 곳에 몸을 숨기지 않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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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자덕성선사(船子德誠禪師)는 약산유엄(藥山惟儼)의 법사(法嗣). 청원하삼세(靑原下三世).

1행 삼십년래(三十年來)에 해상에 노닐으매/ 물이 맑아 고기가 나타나나 낚시를 삼키지 않네/ 낚싯대가 쪼개져 다하면 거듭 대를 심나니/ 공정(功程)을 계산하지 않고 바로 쉼을 얻노라 (三十年來海上遊 水淸魚現不呑鉤 釣竿斫盡重栽竹 不計功程得便休) [五燈全書卷九 德誠章 德誠偈中].

2~4행 도오(道吾. 宗智藥山法嗣)가 뒤에 경구(京口)에 이르렀는데 협산(夾山. 善會船子德誠法嗣)의 상당(上堂)을 만났다. 중이 묻되 무엇이 이 법신(法身)입니까. 협산이 가로되 법신은 모양이 없느니라 (法身無相). 가로되 무엇이 이 법안(法眼)입니까. 협산이 가로되 법안은 티가 없느니라 (法眼無瑕). 도오가 불각(不覺)에 실소(失笑)했다. 협산이 하좌(下座)하여 도오에게 청문(請問)하되 모갑(某甲)이 아까 이 중에게 지대(祇對. 대답)한 말에 반드시 옳지 않음이 있어 상좌(上座. 禪僧)로 하여금 실소(失笑)에 이르게 했으리니 바라건대 상좌께선 자비를 아끼지 마십시오. 도오가 가로되 화상(和尙)이 한가지로 이 출세(出世)했으나 스승이 있지 않도다. 협산이 가로되 모갑의 어느 곳이 옳지 않습니까 설파(說破)하시기를 바랍니다. 도오가 가로되 모갑은 마침내 설하지 못하나니 청컨대 화상이 도리어 화정선자(華亭船子)의 거처로 가게나. 협산이 가로되 이 사람은 어떻습니까. 도오가 가로되 이 사람은 위로는 한 조각의 기와도 없고 아래론 송곳 세울 곳이 없다네 (上無片瓦 下無立錐). 화상이 만약 가거든 반드시 옷을 바꿔 입고 가게나. 협산이 곧 대중을 흩고 행장(行裝)을 꾸려 바로 화정(華亭)으로 나아가니 스님(德誠)이 겨우 보자 곧 묻되 대덕(大德)은 어느 사()에 주()하는가. 협산이 가로되 사()엔 곧 주()하지 않나니 주()한 즉 곧 사(. 흡사)하지 않습니다 (寺卽不住 住卽不似). 스님이 가로되 흡사하지 않다 하니 이 무엇과 흡사한가 (不似似箇甚麽). 협산이 가로되 이 목전의 법이 아닙니다 (不是目前法). 스님이 가로되 어느 곳에서 배워 얻어 왔는가. 협산이 가로되 이목(耳目)의 이르를 바가 아닙니다 (非耳目之所到). 스님이 가로되 일구(一句)의 합두어(合頭語. 합당한 말)가 만겁에 나귀를 매는 말뚝이니라 (一句合頭語 萬劫繫驢橛) 하고는 이에 이르되 낚싯줄을 천척(千尺)에 드리움은 뜻이 심담(深潭)에 있거늘 낚시를 세 치 여의고서 자네가 어찌 말하지 못하는가. 협산이 입 열려고 하다가 스님의, 일뇨(一橈. 는 노 뇨)로 때려 수중에 떨어짐을 입었다. 협산이 겨우 배에 오르려 하니 스님이 또 가로되 말하라 말하라. 협산이 입 열려고 하는데 스님이 또 때리매 협산이 활연(豁然)하여 대오하고 이에 머리를 세 번 끄득였다. 스님이 가로되 낚싯대와 낚싯줄은 그대의 희롱하는 대로 좇겠지만 청파(淸波)를 범하지 못함은 뜻이 스스로 특수하여서이니라 (竿頭絲線從君弄 不犯淸波意自殊). 협산이 드디어 묻되 포륜척조(抛綸擲釣. 낚싯줄과 낚시를 던짐)하는 스님의 뜻이 어떤 것입니까. 스님이 가로되 낚싯줄을 푸른 물에 드리움은 부(. 釣魚具니 나무로 만듦. 낚시 찌)로 유무(有無)의 뜻을 정()함이니라. 협산이 가로되 말이 원(; 과 같음)을 띠려고 하나 길이 없고 혓바닥으로 얘기하려 하나 얘기하지 못합니다 (語帶元而無路 舌頭談而不談). 스님이 가로되 강파(江波)를 낚아 없애 금린(金鱗)을 비로소 만났도다 (釣盡江波 金鱗始遇). 협산이 귀를 막자 스님이 가로되 이와 같고 이와 같다 하고는 드디어 부촉(付囑)하여 가로되 네가 향거(向去)하면서 바로 모름지기 몸을 감춘 곳에 종적을 없애고 종적을 없앤 곳에 몸을 감추지 말지니 (藏身處沒踪跡 沒踪跡處莫藏身) 내가 삼십 년을 약산에 있으면서 단지 이 일(몸을 감춘 곳 云云)을 밝혔느니라. 네가 이제 이미 얻었으니 타후(他後)에 성황취락(城隍聚落)에 머물지 말고 다만 깊고 깊은 산 속 곽두변(钁頭邊)을 향(. 의 뜻이 있음)해 일개반개(一箇半箇. 一人半人)를 멱취(覓取)하여 접속해 단절됨이 없도록 하라. 협산이 이에 고별하고 가는데 자주자주 돌아보자 스님이 드디어 부르되 사리(闍黎). 협산이 이에 머리를 돌리니 스님이 노를 세워 일으키고 가로되 네가 장차 별다른 게 있다고 이르려 하느냐 하고는 곧 배를 엎어 입수(入水)하여 장서(長逝)했다 [五燈全書卷九 德誠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