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제전화상(濟顚和尙)

태화당 2019. 8. 9. 08:33

제전화상(濟顚和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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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이백지주선(誰謂李白知酎仙)

제전지전난가주(濟顚之顚難可儔)

서호위주와호변(西湖爲酒臥湖邊)

일랑래시탄일구(一浪來時呑一口)

석가취무춘풍단(釋迦醉舞春風端)

가섭기무하증무(迦葉起舞何曾舞)

천공지활상방광(天空地闊常放光)

명암색공증무구(明暗色空曾無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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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백(李白)을 술을 아는 신선이라고 말했나

제전(濟顚)의 전도(顚倒)는 가히 짝하기 어렵도다

서호(西湖)가 술이 되어 호변에 누워

한 물결이 올 때 한입 마시도다.

석가가 술 취해서 춘풍의 끝에 춤추고

가섭이 일어나 춤추지만 어찌 일찍이 춤이리오

하늘이 비고 땅이 넓어 늘 방광(放光)하나니

명암색공(明暗色空)이 일찍이 허물이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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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전(濟顚)이란 자는 이름이 도제(道濟)였고 명전(明顚)이란 자는 이름이 ()이였는데 두 스님의 시적(示跡)은 동시(同時)였지만 각군(各郡)이었다. 그러나 다 본디 풍전(風顚. 미치광이의 뜻)인지라 사람들이 인해 제전명전(濟顚明顚)이라 일컬었고 제전의 전도(顚倒)가 더욱 심하다 하였다. 음주식육(飮酒食肉)과 더불어 시정(市井)에서 부침(浮沈)하되 기쁘면 곤두박질을 짓고 잠방이도 입지 않고 희롱지거리를 형상해 드러냈으며 사람들이 비방하고 웃었지만 스스로는 기꺼움을 보였다. 영은사(靈隱寺)에 출가했는데 사승(寺僧)이 침 뱉고 욕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그를 쫓아내어 정자사(淨慈寺)에 거처케 했다. 사람을 위해 송경(誦經)하거나 하화(下火. 화장할 때 불을 붙이는 일)하여 주식(酒食)을 얻으매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다다랐다. 시를 읊어 가로되 어찌 임경(林景. 숲의 경치)이 뛰어난 소상(瀟湘)을 쓰리오/ 단지 서호(西湖)가 변화해 술이 되기를 원하노라/ 온몸이 서호 변에 와도(臥倒)하여/ 한 물결이 올 때 한입 삼킬까 하노라 (何須林景勝瀟湘 只願西湖化爲酒 和身臥倒西湖邊 一浪來時呑一口). 사람의 다툼을 그치게 하거나 사람의 죽음을 구제하매 다 희학담소간(戱謔談笑間)에 했으며 신출귀몰(神出鬼沒)했는데 사람들이 능히 헤아리지 못했다. 나이 일흔셋에 시화(示化. 죽음을 보임)했다 [補續高僧傳卷十九]. 제전도제(濟顚道濟)는 영은혜원(靈隱慧遠. 圓悟克勤法嗣)을 참견(參見)하여 심지(心地)를 발명(發明)했으며 어록일권(語錄一卷)이 만속장경(卍續藏經)에 실린 바, 내용이 해학적(諧謔的)이며 아름답고 난해한 시구(詩句)가 곳곳에 보임.

1~4행 이백(李白)은 이태백(李太白). ()는 세 번 빚은 술 주. ()는 짝 주. ()는 섞일 화.

5행 백억의 활석가(活釋迦)가 술 취해서 춘풍의 끝에 춤추다 (百億活釋迦 醉舞春風端).

6행 건달바왕(乾達婆王)이 음악을 바쳤는데 그때에 산하대지가 다 거문고 소리를 지었고 가섭이 일어나 춤췄다. 왕이 부처님께 묻되 가섭이 어찌 이 아라한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누(. 번뇌)가 이미 다했거늘 어찌 다시 여습(餘習)이 있습니까. 부처님이 이르시되 실로 여습이 없으니 법을 비방하지 말아라. 왕이 또 거문고를 삼편(三徧. 三回) 어루만지자 가섭이 또 세 번 춤을 추었다. 왕이 이르되 가섭이 춤을 춤이 어찌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이 이르시되 실로 일찍이 춤을 춘 게 아니니라. 왕이 이르되 세존께서 어찌 망어(妄語)를 얻으십니까. 부처님이 이르시되 망어가 아니니라. 네가 거문고를 어루만지매 산하대지목석(山河大地木石)이 다 거문고 소리를 지음이 어찌 이것이 아니리오. 왕이 이르되 그러합니다. 부처님이 이르시되 가섭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소이(所以)로 실로 일찍이 춤을 추지 않았느니라. 왕이 곧 신수(信受)했다 [禪門拈頌卷一 二十二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