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선사(淸素禪師)
복박난득위인사(福薄難得爲人師)
도두불위선사기(到頭不違先師記)
입불유이입마난(入佛猶易入魔難)
뇌관기허등한개(牢關豈許等閑開)
복이 엷으면 사람의 스승 되기 어려움을 얻나니
마침내 선사(先師)의 수기(授記)를 위배하지 않았네
부처에 들기는 오히려 쉽지만 마(魔)에 들기가 어렵나니
뇌관(牢關)이 어찌 등한히 열림을 허락하리오.
1~4행 청소(淸素)란 자가 있어 오래 자명(慈明. 楚圓이니 汾陽善昭의 法嗣. 臨濟下六世)을 참(參)하고서 일실(一室)에 우거(寓居)했는데 애초에 사람들과 교제(交際)하지 않았다. 스님(兜率從悅이니 眞淨克文의 法嗣. 臨濟下九世)이 꿀에 절인 여지(荔枝. 果名)를 먹는데 우연히 청소가 문을 지남을 인해 불러 가로되 이것은 노인(老人. 淸素를 가리킴)의 향과(鄕果)니 이것을 함께 먹는 게 옳습니다. 청소가 가로되 선사(先師)께서 돌아가신 후로부터 이를 얻어 먹지 못한 지 오래로다. 스님이 가로되 선사(先師)가 뉘가 됩니까. 청소가 가로되 자명(慈明)이니 모(某)가 욕되이 집시(執侍)한 게 십삼 년이니라. 스님이 의해(疑駭. 의심하고 놀람)하며 가로되 십삼 년이나 집시(執侍)의 노역(勞役)을 감인(堪忍)했다면 그 도를 얻지 않고서 어찌하랴. 드디어 나머지 과일을 먹게 하면서 차츰차츰 그와 친해졌다. 청소가 묻되 스님이 참견(參見. 찾아 뵘)한 자가 어떤 사람인가. 가로되 동산문(洞山文. 眞淨克文)입니다. 청소가 가로되 극문은 어떤 사람을 참견했는가. 스님이 가로되 황룡남(黃龍南. 慧南이니 慈明楚圓의 法嗣)입니다. 청소가 가로되 남변두(南匾頭)가 선사(先師)를 뵌 지 오래지 않거늘 법도(法道)를 크게 떨침이 이와 같은가. 스님이 더욱 의해(疑駭)하여 드디어 수향(袖香. 袖는 물건을 소매에 감출 수니 곧 향을 소매에 넣는 것)하고 청소에게 나아가 작례(作禮)하자 청소가 일어나 그를 피하면서 가로되 나는 복박(福薄)하기 때문에 선사(先師)께서 수기(授記)하여 사람의 스승이 됨을 허락하지 않으셨느니라. 스님이 공경(恭敬)을 더하자 청소가 이에 가로되 자네의 성의(誠意)가 연민(憐憫)스러워 선사의 수기(授記)를 위배할까 하노라. 자네가 평생에 얻은 바를 시험삼아 나에게 말하게. 스님이 갖추어 소견(所見)을 통지(通知)하였다. 청소가 가로되 가이(可以) 입불(入佛)하였으나 능히 입마(入魔)하지 못했구나. 스님이 가로되 무엇을 이르심입니까. 청소가 가로되 어찌 보지 못하는가. 고인(古人. 洛浦元安이니 夾山善會의 法嗣)이 말하되 말후의 일구라야 비로소 뇌관(牢關)에 이른다 (末後一句 始到牢關) 하였네. 이와 같이 하기를 몇 달 만에 청소가 이에 인가(印可)하면서 곧 그에게 경계(警戒)하여 가로되 극문(克文)이 자네에게 보인 것은 다 정지정견(正知正見)이라네. 그러나 자네가 극문을 떠남이 너무 일찍인지라 능히 그 묘(妙)를 다하지 못하였음이네. 내가 이제 자네를 위해 점파(點破. 點檢해 깨뜨림)해 자네로 하여금 수용(受用)해 대자재(大自在)를 얻게 하였지만 다른 날에 간절히 나를 잇지(嗣) 말게나. 스님이 뒤에 진정(眞淨)을 이었다 [五燈會元卷十七 兜率從悅章]. 뢰(牢)는 견고할 뢰. 우리 뢰.
'태화당수세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원사유감(遠嗣遺憾) (0) | 2019.08.09 |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침선유(針線喩) (0) | 2019.08.09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원대(遠大) (0) | 2019.08.09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권실(權實) (0) | 2019.08.09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가지례(可知禮) (0) | 2019.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