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二】 앙굴마라존자(*殃崛摩羅尊者)가 발우를 가지고 한 장자의 문에 이르렀는데 그 집의 부인이 바로 산난(産難)을 만났다. 장자가 가로되 구담의 제자여 그대(汝)는 지성(至聖)이 되리니 마땅히 어떤 법이 있어 능히 산난을 구제하겠습니까. 존자가 가로되 나는 방금(*乍) 입도(入道)한지라 이 법을 알지 못하니 내가 돌아가 세존에게 물음을 기다린다면 돌아와서 상보(相報)하겠습니다. 그리고 돌아가 사정을 갖추어 불타에게 고백하자 불타가 말씀하시되 너는 속히 가서 알려 이르되 나는 현성법(賢聖法)을 좇음으로부터 일찍이 살생하지 않았다 하라. 존자가 바로 불타의 말씀을 받들어 장자에게 가서 고하자 그 부인이 득문(得聞)하고 곧 산난을 면했다.
대혜고(大慧杲)가 송하되 화음산(*華陰山) 앞의 백 척(尺)의 우물이여/ 가운데 찬 샘이 있어 뼈에 사무치게 차다/ 뉘 집 여자가 와서 그림자를 비추는데/ 나머지는 비추지 않고 기울은 옷깃만 비추더라.
죽암규(竹菴珪)가 송하되 달 속의 항아(*姮娥)는 눈썹을 그리지 않나니/ 다만 운무(雲霧)를 가져 나의(羅衣)를 만든다/ 꿈이 푸른 난새를 쫓아갔는 줄 알지 못하고서/ 오히려 꽃가지를 잡아 얼굴을 가리고 돌아온다.
열재거사(悅齋居士)가 송하되 밀운(密雲)이지만 서교(西郊)에 비 내리지 않으니/ 4산(山)의 색이 묵취(墨聚)와 같다/ 뇌전(雷電)이 유룡(游龍)을 치지 않고/ 큰 몽둥이로 노서(老鼠)를 뗘려 죽였다.
운문고(雲門杲)가 보설(普說)에 차화를 들고 이르되 이 속에서 방을 사용하고 할을 사용하거나 선상을 번쩍 들어 엎거나 경교(經敎)를 인용하여 이사(理事)를 설하거나 돌을 치는 불과 번쩍하는 번갯빛에서 야반에 오계(烏雞)를 잡음을 얻겠는가. 인하여 담당화상(*湛堂和尙)에게 청익했는데 겨우 차화를 거기(擧起)하자 담당이 가로되 네가 나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爬着). 저화(遮話; 차화)는 이 금시법(金屎法)이니 알지 못하면 금과 같고 알면 곧 똥과 같다. 가로되 어찌 방편이 없겠습니까. 담당이 가로되 나에게 방편이 있지만 다만 이 네가 도리어(*剗地) 알지 못한다. 가로되 화상의 자비를 바랍니다. 담당이 가로되 앙굴이 이르기를 나는 방금 입도한지라 이 법을 알지 못하니 세존에게 물음을 기다려라 했거니와 불타의 좌하(座下)에 이르지도 아니하여서 그 집에서 아자(兒子; 아기)를 생하(生下; 출생해 마침)했을 때는 어찌하겠는가. 내가 현성법(賢聖法)을 좇음으로부터 일찍이 살생하지 않았다 하라 하매 앙굴이 이 말을 가지고 그 집에 이르지도 아니하여서 이미 아자(兒子)를 생하(生下)했을 때는 어찌하겠는가. 노한(老漢; 대혜)이 당시에 이회(理會)함을 얻지 못했다. 후에 인하여 호구(*虎丘)에 있으면서 화엄경을 보는데 보살이 제7지(*菩薩第七地)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한다 함에 이르러 이르기를 불자야 보살이 차인(此忍)을 성취하면 즉시 보살의 제팔부동지(*第八不動地)에 득입(得入)하여 심행(深行)의 보살이 되나니 무차별(無差別)을 가히 알기 어렵다. 일체상(一切相)ㆍ일체상(一切想)ㆍ일체집착(一切執着)을 여의는지라 무량무변한 일체의 성문이나 벽지불이 능히 미치는 바가 아니다. 모든 훤쟁(諠諍)을 여의어 적멸만 현전한다. 내지 보살마하살ㆍ보살심ㆍ불심ㆍ보리심ㆍ열반심도 오히려 현기(現起)하지 않거늘 하물며 다시 세간의 마음을 일으키겠는가 하였다. 스님이 이르되 이 속에 이르러 포대를 잃었고(*打失布袋) 담당이 나를 위해 설한 방편이 홀연히 현전했으니 비로소 참다운 선지식(*善知識)이 나를 속이지 않았으며 진개(眞个; 진짜)로 이 금강권(*金剛圈)임을 알았다.
●第七二則; 연등회요1 앙굴마라가 인하여 지발(持鉢)하고 한 장자가(長者家)에 이르렀는데 부인의 산난(産難)을 만난지라 자모(子母)가 분리되지 않았따. 장자가 이르되 구담의 제자여 그대(汝)는 지성(至聖)이 되리니 마땅히 어떤 법이 있어 능히 산난을 면하겠습니까. 앙굴이 장자에게 말해 이르되 나는 방금(乍) 입도(入道)한지라 이 법을 알지 못하니 내가 돌아가 세존에게 물음을 기다린다면 돌아와서 상보(相報)하겠습니다. 및 돌아가 불타에게 고백하자 불타가 앙굴에게 고하시되 너는 속히 가서 알려 이르되 나는 현성법(賢聖法)을 좇아옴으로부터 일찍이 살생하지 않았다 하라. 앙굴이 가서 고하자 부인이 이를 듣고 당하(當下)에 분면(分免; 分娩)했다. ▲증일아함경31 이때 앙굴마(鴦掘魔)가 식후에 의발을 수섭(收攝)하고 니사단(尼師檀)을 어깨 위에 놓고(著) 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두면(頭面)으로 예족(禮足)하고 일면(一面)에 있으면서 앉았다. 이때 앙굴마가 세존에게 사뢰어 말하되 내가 접때 착의지발(著衣持鉢)하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했는데 한 부인을 보매 신체가 무겁게 임신했습니다. 이때 내가 곧 이런 생각을 짓되 중생의 수고(受苦)가 어찌하여 여기에 이르렀는가 했습니다. 세존이 고해 가로되 너는 지금 그 부인의 처소로 가서 이런 말을 짓되 내가 현성(賢聖)으로 좇아 출생한 이래로 일찍이 살생하지 않았다 하라. 이 지성(至誠)의 말을 수지하여 이 모인(母人)의 태()로 하여금 타사(他事)가 없게 하라. 앙굴마가 대답해 가로되 이와 같이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앙굴마가 곧 그 날에 착의지발하고 사위성에 들어가 그 모인(母人)의 처소에 가서 이르자 그 모인에게 말해 가로되 내가 현성으로 좇아 출생한 이래로 다시 살생하지 않았으니 이 지성의 말을 수지하여 태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리라. 이때 모인의 태가 곧 해탈함을 얻었다.
●殃崛摩羅; <범> aṅgulimālya. 불타 제자의 하나. 또 앙굴마라(鴦崛摩羅)ㆍ앙굴마라(鴦掘摩羅)ㆍ앙굴마라(央掘摩羅)ㆍ앙굴마라(央掘魔羅)ㆍ앙구마라(央仇魔羅)ㆍ앙구리마라(鴦窶利摩羅)ㆍ앙굴마(鴦掘摩)로 지음. 여기에서 번역하면 지만(指鬘)ㆍ지계(指髻) 혹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임. 만약 범한(梵漢)을 병거(竝擧)하면 곧 호칭이 앙굴만(鴦崛鬘)ㆍ앙굴계(鴦崛髻)며 또 명칭이 지만외도(指鬘外道)임. 처음에 실라벌실지성에 거주하는 흉인(凶人)이 되었음. 일찍이 사사(邪師) 마니발타라(摩尼跋陀羅)를 사사(師事)하며 공순(恭順)하고 겸경(謙敬)했는데 후에 사모(師母)가 그 능욕지죄(凌辱之罪)로 무함(誣陷)한지라 그의 스승이 드디어 그에게 명해 출유(出遊)하며 수행하라 했고 아울러 부촉하기를 천 사람을 살해하여 각기 한 손가락을 취해 화만(華鬘; 鬘은 머리의 장식)을 만들어야 비로소 열반의 법을 득수(得授)한다 했음. 앙굴마라가 이에 성을 나서서 살인했는데 매번 한 사람을 죽이면 곧 한 손가락을 취해 화만(華鬘)을 만든지라 고로 지만(指鬘)의 명칭이 있음. 999인에 이르렀을 때 그의 모친을 죽여 1천의 수를 이루려고 하자 불타가 멀리서 이를 알고는 불쌍히 여겨 드디어 앞으로 가서 그를 제도하려고 했음. 앙굴마라가 불타가 앞으로 옴을 보고는 검을 잡고 앞으로 달려가 뜻에 그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불타가 정법을 설함을 경과한 후에 곧 개과(改過)하고 참회했고 불문에 들었으며 후에 라한과를 증득했음 [증일아함경31. 잡아함경38. 앙굴마라경. 대당서역기6].
●乍; 초(初)임. 재(才; 겨우)임.
●華陰山; 화산(華山; 섬서 화음)이니 5악(嶽)의 하나.
●姮娥; 또 명칭이 항하(嫦娥)니 월궁 속에 있다는 전설상의 선녀. 또 달의 다른 명칭. ▲회남자6 남명훈(覽冥訓). 예(羿)가 불사의 약을 서왕모에게 청했는데 항아(姮娥)가 훔쳐 달로 달아났다. ▲선림소어고증2. 장형(張衡) 영헌서(靈憲序) 달이란 것은 음종(陰宗)의 정(精)이며 쌓여서 짐승이 되나니 토음(兔陰)의 무리를 형상한다. 그 수(數)는 우(偶; 짝수)다. 그 후에 궁후예(窮后羿)가 있어 서왕모에게 불사(不死)의 약을 청했는데 그 처인 항아(嫦娥)가 훔쳐서 달로 달아났다. 이것이 섬여(蟾蜍)가 되었다.
●湛堂; 담당문준(湛堂文準)이니 위 제49칙 담당준(湛堂準)을 보라.
●剗地; 잔(剗)은 각(却; 도리어)ㆍ반이(反而; 도리어)에 상당함. 지(地)는 조사.
●虎丘; 호구산이니 강소 오현 창문(閶門) 밖에 위치함. 또 명칭이 무구산(武丘山)ㆍ호구산(虎邱山)ㆍ해용봉(海湧峰)임. 춘추 만기(晩期) 오왕 부차가 부친 합려를 여기에 안장했는데 상전(相傳)하기를 안장한 후 3일 만에 백호가 묘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여 고로 명칭이 호구며 일설엔 이는 구형(丘形)이 웅크린 범과 같아서 드디어 외형으로써 득명(得名)했다 함. 송대에 이르러 선풍이 대성(大盛)했고 드디어 선승의 수행 도량이 되었고 소륭(1077-1136)이 내주(來住)함에 이르러 승중이 운집하고 도성(道聲)이 현양(顯揚)하여 드디어 호구파를 형성했음.
●菩薩第七地; 보살 제7 원행지(遠行地)니 또 심행지(深行地)ㆍ심입지(深入地)ㆍ심원지(深遠地)로 지음. 차지(此地)의 보살은 순무상관(純無相觀)에 주(住)하여 세간과 2승(乘)의 유상행(有相行)을 멀리 출과(出過)하는지라 고로 이 명칭이 있음. 보살이 차지(此地)에서 방편선교바라밀(方便善巧波羅蜜)을 수행하여 세상(細相)의 현행장(現行障)을 단절하고 법무별진여(法無別眞如)를 증득함 [성유식론9].
●無生法忍; 이르자면 제법의 무생무멸의 이치를 관하여 그것을 체인(諦認; 자세하게 분변하고 인식함)하고 안주하면서 또 마음을 움직이지 않음. 또 무생인(無生忍)ㆍ무생인법(無生忍法)으로 지음. 위 제19칙 무생인(無生忍)을 보라.
●第八不動地; 화엄경38에 가로되 이 보살지지(菩薩智地)를 이름하여 부동지(不動地)라 한다. 능히 저괴(沮壞)하지 못하는 고로 이름하여 부전지(不轉地)며 지혜가 무퇴(無退)인 고로 이름하여 난득지(難得地)며 일체 세간이 능히 헤아리지 못하는 고로 이름하여 동진지(童眞地)며 일체의 과실을 여의는 고로 이름하여 생지(生地)며 낙을 따라 자재한 고로 이름하여 성지(成地)며 다시는 소작(所作)이 없는 고로 이름하여 구경지(究竟地)며 지혜가 결정(決定)인 고로 이름하여 변화지(變化地)며 원(願)을 따라 성취하는 고로 이름하여 역지지(力持地)며 타인이 능히 움직이지 못하는 고로 이름하여 무공용지(無功用地)이다.
●打失布袋; 진속(塵俗)의 망념을 단제(斷除)하고 선법을 영오함에 비유함. 포대는 다분히 행각하는 승인이 발우와 의물을 놓아두는 포복대(包袱袋; 보따리)를 가리킴.
●善知識; 또 간단히 이르되 지식(知識)이니 지식이란 것은 그의 마음을 알고(知) 그의 형상을 안다는(識) 뜻이니 지인(知人)이며 곧 붕우의 뜻임. 박지박식(博知博識)을 이름이 아님. 선(善)이란 것은 나에게 이익이 되며 나를 선도(善道)로 인도하는 자임. ▲법화문구(法華文句; 十卷 隋 智顗說) 4. 이름을 들음이 지(知)가 되고 형상을 봄이 식(識)이 되나니 이 사람은 나의 보리지도(菩提之道)를 더하는지라(益) 이름이 선지식이다. ▲법화경 묘장엄왕품. 선지식이란 것은 이 큰 인연이다. 이른 바 화도(化導)하여 견불(見佛)을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한다.
●金剛圈; 1종의 무기로 사용하는 금속권이니 선가의 기어나 고인의 공안을 비유로 가리킴. 안험컨대 이것은 송대 선승의 습용(習用)하는 사어(詞語)임. 권(圈)은 고리 형상이며 고리 형상의 동서(東西; 물건)니 철권ㆍ화권(花圈)과 같음 것임.
선문염송집주
불교신문 광고 2022년 3월 발행. 150부. 5책 1질. 총 4,842쪽, 12.5pt. 4․6배판. 하드. 양장. 정가 60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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