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四】 마나라(*摩拏羅) 존자의 게에 이르되 마음이 만경(萬境)을 따라 구르나니/ 구르는 곳이 실로 능히 그윽하다/ 흐름을 따라 성품을 알아 얻으면/ 기쁨도 없고 또한 근심도 없다.
지비자(知非子)가 송하되 조계가 스스로 이르되 전혀 기량이 없다(*曹溪自云全無伎倆)하니/ 백초두상에서 노승을 천취하라(*薦取老僧百草頭上)/ 나에게 1구가 있어 수파축랑(*隨波逐浪)하나니/ 무우무희(無憂無喜)하여 천진(天眞)에 맡기고/ 번뇌를 단절하지 않아도 보리(菩提)가 자란다.
운문언(雲門偃)이, 중이 묻되 무엇이 이 구르는 곳이 실로 능히 그윽함입니까 함으로 인해 스님이 이르되 흘료설두(*吃了舌頭)야, 노승이 3천 리를 거꾸로 도주한다. 또 묻되 무엇이 이 흐름을 따라 성품을 알아 얻음입니까. 스님이 이르되 만두(饅頭)와 퇴자(*䭔子)다.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蜜). 또 어떤 때 답해 이르되 동당(*東堂)엔 달이 밝고 서당(*西堂)은 어둡다.
상방악(*上方岳)이 상당하여 차화를 들고는 주장자를 잡아 일으키고 이르되 주장자는 이 경(境)이니 어느 것이 이 성(性)이냐. 경(境)을 식득(識得)하면 어느 곳에 성(性)이 있으며 성(性)을 식득(識得)하면 어느 곳에 경(境)이 있느냐. 스님이 양구(良久)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일으키고 이르되 보아라 보아라, 주장자가 부도(踣跳; 跳躍)하여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올라 범왕(*梵王)과 제석의 반야바라밀 설함을 듣더니 도리어 남섬부주(南贍部洲)와 북울단월(北欝單越)로 가서 제방의 노화상이 말후구를 알지 못한다고 질할(叱喝)하고는 제인자(諸仁者)가 불천(*不薦)함을 본 후 도리어 상방(上方; 上方岳)의 손 안을 향해 지동획서(指東劃西; 동을 가리키고 서를 긋다)하고 말하되 이 일대(一隊)의 반대자(*飯帒子)가 만약 공규(*孔竅)가 있다면 향후에 비공요천(*鼻孔遼天)하려니와 만약 공규가 없다면 아침에 3천을 때리고 저녁에 8백을 때리겠다. 스님이 주장자로써 일시에 진산(趂散; 쫓아내어 흩어짐)하였다.
지해일(智海逸)이 상당하여 차화를 들고 이르되 입향수속(*入鄕隨俗)하거나 군자가입(*君子可入)은 1변(邊)에 놓아두고 운문이 말한 축물의이(*逐物意移)는 이 어떤 사람의 경계인가. 양구(良久)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일으키고 이르되 조사가 오셨다, 남두(南頭; 남쪽)에서 비싸게 팔고 북두(北頭; 북쪽)에서 싸게 파니 일문(*一文)에 두 개며 양문(兩文)에 세 개다. 다구아사(*多口阿師)라도 감히 물어 깨뜨리지 못하나니 산승이 금일 시험삼아 물어 깨뜨려 보리라. 드디어 주장자를 던져 떨어뜨리고 이르되 시자야 주장자를 부기(扶起)하여 운문선사에게 부여(付與)할지니 타초혜(*打草鞋)하여 행각하게 하라. 산승은 대중을 거느리고 귀당(歸堂)하여 끽다(喫茶)하겠다.
보녕용(保寧勇)이 차화를 들고는 선상을 한 번 두드리고 이르되 보녕이 한 마리(頭; 量詞)의 수고우(水牯牛; 물소)가 되어 가리니 도리어 상수(相隨)할 자가 있느냐. 만약 상수(相隨)함을 얻는다면 콧구멍이 어느 곳에 있느냐, 만약 상수함을 얻지 못한다면 보녕이 자기자도(自起自倒)하여 가리라. 이에 이르되 의기(意氣)가 있을 때 의기를 더함이며 풍류하지 않을 곳에서 또한 풍류함이다.
진정문(眞淨文)이 상당하여 차화를 들고 이르되 좋구나, 제선덕(諸禪德)이여 이러하여도 얻고 이러하지 않아도 얻고 이러하거나 이러하지 않거나 모두 얻는다. 여래가 설한 일합상이 곧 일합상이 아니라(*如來說*一合相) 하니 수보리를 좋이 30방(棒) 주어야 하리라.
●第九四則; 차화는 연등회요2에 나옴.
●摩拏羅; 선종 제22조. 나제국(那提國) 상자재왕(常自在王)의 아들. 나이 30에 바수반두조사(婆修盤頭祖師)를 만나 출가했고 법을 전수(傳受)했음. 후에 학륵나(鶴勒那)가 존자에게 물어 가로되 내가 무슨 사연(事緣)이 있어 학의 무리를 감응(感應)합니까. 존자가 가로되 너는 제4겁 중에 일찍이 비구가 되어 마땅히 용궁의 모임에 다다르게 되자 너의 여러 제자가 모두 수종(隨從)하고 싶어 했다. 네가 관찰하매 5백의 대중 가운데 묘공(妙供)을 감임(堪任)할 이가 한 사람도 있지 않았다. 때에 여러 제자가 가로되 스님이 늘 설법하시기를 식(食)에 평등한 자는 법에도 또한 평등하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이미 그렇지 않으시니 무슨 성인(聖人)이 있다 하겠습니까. 네가 곧 데리고 모임에 다다랐다. 네가 사생취생(捨生趣生)함으로부터 여러 나라를 전화(轉化)했지만 그 5백의 제자는 복이 미약하고 덕이 희박(稀薄)하여 우족(羽族)에 태어났다. 이제 너의 은혜에 감응한지라 고로 학중(鶴衆)이 되어 서로 따른다. 학륵나가 말씀을 듣고 가로되 무슨 방편을 써야 그들로 하여금 해탈케 하겠습니까. 존자가 가로되 내가 무상법보(無上法寶)가 있나니 너는 마땅히 청수(聽受)하여 미래제(未來際)를 교화하라. 게를 설해 가로되 마음이 만경(萬境)을 따라 구르나니/ 구르는 곳이 실로 능히 그윽하다/ 흐름을 따라 성품을 알아 얻으면/ 기쁨도 없고 다시 근심도 없으리라. 때에 학중이 게를 듣더니 날아 울며 떠났음. 존자가 가부좌하고 적연(寂然)히 문득 화거(化去)했음 [보림전4. 조당집2. 전등록2].
●曹溪自云全無伎倆; 육조단경에 이르되 어떤 중이 와륜선사(臥輪禪師)의 게를 들어 가로되 와륜이 기량이 있어/ 능히 온갖 사상을 끊나니/ 경계를 상대해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니/ 보리(菩提)가 날마다 자라네. 스님이 이를 듣고 가로되 이 게는 심지(心地)를 밝히지 못했다. 만약 의거해 이를 행할진대 이는 계박(繫縛)을 더한다. 인하여 1게를 보여 가로되 혜능은 기량이 없어/ 온갖 사상을 끊지 못했다/ 경계를 대해 마음이 자주 일어나지만/ 보리(菩提)가 어떻게 자라리오.
●薦取老僧百草頭上; 연등회요21 협산선회(夾山善會). 모름지기 요시문두(鬧市門頭)를 향해 천자를 식취(識取)하고 백초두상(百草頭上)에서 노승을 천취(薦取)해야 비로소 이 누라한(僂儸漢)이다.
●隨波逐浪; 오등회원15 덕산연밀(德山緣密). 나에게 3구(句)의 말이 있어 너희 제인에게 보인다. 1구는 함개건곤(函蓋乾坤)이며 1구는 절단중연(截斷衆流)이며 1구는 수파축랑(隨波逐浪)이다. 어떻게 분변(分辨; 辯)하는가. 만약 분변해 냄을 얻는다면 참학할 분한이 있지만 만약 분변해 냄을 얻지 못하면 장안로상에서 곤곤지(輥輥地)리라. ▲조정사원1. 3구(句) 1은 절단중류며 2는 함개건곤(函蓋乾坤)이며 3은 수파축랑임. 이 3구를 세움은 덕산원명(德山圓明; 德山緣密이니 운문의 法嗣)대사로부터 시작하였음. 여금(如今)에 다 이르기를 운문의 3구라 하는 것은 대개로 참심(參尋; 參은 연구할 참. 곧 연구하여 찾음)의 상세하지 못함임. 그러나 덕산은 곧 운문의 법사인지라 이 3구가 있음.
●吃了舌頭; 심지를 밝히지 못하고 다만 기어를 배송(背誦; 책을 보지 않고 돌아 앉아서 외움)할 줄만 아는 자에 대한 기척어(譏斥語; 나무라며 배척하는 말). 흘료(吃了)는 또 흘료(吃嘹)ㆍ길료(咭嘹)ㆍ길료(狤獠)ㆍ길료(吉獠)ㆍ길료(吉了)ㆍ길료(鴶鷯)ㆍ힐료(犵獠)로 지음.
●䭔子; (䭔)는 떡 종류의 식품이니 촉 사람들은 증병(烝餠)을 호해 퇴라 함. 자는 조사.
●摩訶; <범> mahā. 범어임. 번역명의집5. 대론(大論; 대지도론)에 이르되 마하는 여기에선 세 뜻을 함유한다. 이르자면 대(大)ㆍ다(多)ㆍ승(勝)이다.
●東堂; 선사(禪寺) 중의 승당은 사람이 많음으로 인해 동당과 서당, 혹 전당과 후당으로 분리하며 합칭이 양당(兩堂)임. 또 선림에서 일컫기를 당사(當寺)에 전부터 거주한 사람을 이름해 동당(東堂)이라 하고 타산에서 은퇴한 장로가 본사에 와서 거주하는 이를 이름해 서당(西堂)이라 함. 서(西)는 이 빈위(賓位)인 연고임. 동당은 또 명칭이 동암(東庵).
●西堂; 위 동당(東堂)을 보라.
●上方岳; 또 상방악(上方嶽)으로 지음. 상방제악(上方齊嶽)이니 송대 운문종승. 복창중선(福昌重善)의 법사. 운문하 3세. 안길주 상방(上方)에 주(住)했음.
●梵王; 곧 대범천왕(大梵天王)이니 이름이 시기(尸棄) 혹 세주(世主). 인도 옛 전설 중 겁초 때 광음천(光音天)으로부터 하생했으며 만물을 조작(造作)한다 함. 불교 중에선 곧 제석천과 더불어 한가지로 불교의 호법신이 됨. 그가 거주하는 바의 궁전을 일컬어 범왕궁이라 함 [대지도론10. 대비바사론98. 대당서역기4].
●不薦; 천(薦)은 영회(領會; 깨달아 이해함). 영오(領悟; 깨달아 앎).
●飯帒子; 同飯袋子 여금에 밥통(飯桶)이라고 말함과 같음. 매우 욕하는 말임. 자(子)는 조사. 뜻이 음식에만 공력(功力)을 씀이 있고 식음(食飮)을 제한 밖엔 하나도 능한 바가 없는 자를 비유로 가리킴. 주낭(酒囊)과 같은 뜻.
●孔竅; 긴요한 곳을 가리킴.
●鼻孔遼天; 뜻으로 이르자면 선법을 성오(省悟)하여 초연히 세상을 벗어나 하늘 가를 요천(遼天)하고 충향(沖向)하면서 천공(天空)을 향해 비행함.
●入鄕隨俗; 만약 타향에 들어가면 그 풍속을 따라야 함.
●君子可入; 여러 선록에 혹 군자가팔(君子可八)로 지어졌음. 가팔(可八)과 가입(可入)에 어느 것이 옳은지 알지 못하지만 의당 군자가팔로 지어야 함. 영리한 사람이나 혹은 오득한 사람을 가리킴. 또 군자는 가이(可以) 인ㆍ의ㆍ예ㆍ지ㆍ효ㆍ제ㆍ충ㆍ신의 8덕을 갖추어야 함.
●逐物意移; 선문염송집 제1012칙. 운문이 수어(垂語)하여 이르되 건곤의 안과 우주(宇宙)의 사이, 중간에 한 보배가 있어 형산(形山)에 비장되어 있다. 등롱을 집어 불전 속을 향하고 3문(門)을 가지고 등롱 위로 오나니 어떠한가. 스스로 대운(代云)하되 사물을 쫓으면 뜻이 이동한다(逐物意移).
●一文; 문(文)은 양사(量詞)임. 동전을 계산하는 데 쓰는 기본 단위. 남북조 이래로 동전은 원형이었고 가운데 네모난 구멍이 있으며 한 면에 문자를 주조해 있으므로 고로 동전 1매를 일컬어 1문(文)이라 함.
●多口阿師; 언어와 사구(詞句)에 뒤얽힌 승인. 아사(阿師)는 승인.
●打草鞋; 수공(手工)으로 짚신을 짜서 만듦.
●如來說一合相卽非一合相; 금강경. 수보리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미진으로 만들면 뜻에 어떠한가 이 미진의 무리를 어찌 많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말하되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연고냐, 만약 이 미진의 무리가 실로 있는 것이라면 불타가 곧 이 미진의 무리를 설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소이란 게 무엇인가, 불타가 설하신 미진의 무리는 곧 미진의 무리가 아니니 이 이름이 미진의 무리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설하신 바 삼천대천세계가 곧 세계가 아닌 이 이름이 세계입니다. 무슨 연고냐, 만약 세계가 실로 있는 것이라면 곧 이 일합상(一合相)이거니와 여래가 설하신 일합상은 곧 일합상이 아니니 이 이름이 일합상입니다.
●一合相; 중연(衆緣)의 화합으로 인하여 1건(件)의 사물을 형성함을 가리킴. 불교의 관점으로써 이를 말하자면 세간의 일체법이 다 일합상이 됨. ▲삼장법수1 일합상[출금강경] 일합상(一合相)이란 것은 대개 말하자면 중진(衆塵)이 화합하여 1세계가 됨이다. 세계가 본공(本空)이며 미진(微塵)이 불유(不有)지만 단지 중생이 깨치지 못해 망령되이 집착하여 실(實)로 삼는다. 만약 이것이 실유(實有)라면 곧 응당 가히 세계를 나누어 미진(微塵)으로 만들지 못하며 만약 이것이 실무(實無)라면 응당 미진을 합해 세계로 만들지 못한다. 이로 알지니 집유집무(執有執無)는 다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 경에 이르되 여래가 설한 일합상은 곧 일합상이 아닌 이 이름이 일합상이라 한 게 이것이다.
선문염송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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