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三○】 충국사가 어느 날 시자를 부르자 시자가 응낙(應喏)했다. 이와 같이 세 번 불렀고 시자가 세 번 응답했다. 국사가 가르되 장자 이르기를 내가 너를 저버린다고 하렸더니 도리어 이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
투자청(投子靑)이 송하되 국사가 시자를 부름은/ 중요한 말이라 마땅히 더듬거리지 않았다/ 그(시자)의 귀가 또 귀먹지 않았지만/ 스스로 또 설욕(雪辱)할 곳이 없다.
장산천(蔣山泉)이 송하되 국사가 세 차례 불렀고/ 시자가 3회 응낙했다/ 집이 부유하면 소아가 귀엽고/ 병이 많으면 약성(藥性)을 안다/ 내가 너를 저버림이여/ 농서(*隴西)의 앵무가 능히 언어(言語)한다/ 네가 나를 저버림이여/ 서래의 벽안호(碧眼胡)를 너무 웃겼다/ 남양의 단적(端的; 진실, 확실)한 뜻을 알려고 하느냐/ 대도(*大都) 연로하여 마음이 외로움을 깨달았다.
보녕수(保寧秀)가 송하되 국사가 세 번 부르고/ 시자가 세 번 응낙했다/ 두 개의 무공철추(無孔䥫鎚)니/ 방관인(傍觀人)도 또한 꼭 기민(*氣悶)한다/ 피차 편의가 없거늘/ 금고에 누가 상신(信)하겠는가. 돌(咄). 사람을 너무 둔치(鈍置)케 하는구나.
황룡남(黃龍南)이 송하되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름은/ 풀을 때려 다만 뱀을 놀라게 하려고 함이다/ 누가 아는가 개울 밑의 청송/ 아래 천 년 묵은 복령(*茯苓)이 있는 줄을.
또 송하되 국사가 말씀이 있어 헛되이 베풀지 않나니/ 시자를 세 번 불렀으나 소식이 없다/ 평생의 심담(心膽)을 남을 향해 기울였으나/ 서로 앎이 서로 알지 못함만 같지 못하다.
해인신(海印信)이 송하되 노도(老倒)한 남양 대고추(大古錐)가/ 등한히 낚시를 내리며 강미(江湄; 강가)에 띄웠다/ 밤은 고요하고 물이 차서 고기가 먹지 않으니(*夜靜水寒魚不食)/ 만선(滿船)에 공연히 월명(月明; 달빛)만 싣고 돌아온다.
동림총(東林摠)이 송하되 국사가 세 번 부름은 고금에 환하거늘/ 무슨 일로 노생(*勞生)은 스스로 능하지 못한가/ 신(信)은 이 남과 더불어 구분(舊分)이 없어/ 남과 나의 무정함에 상간(相干)하지 않는다.
법진일(法眞一)이 송하되 단봉(丹鳳)이 새끼를 부르매 새끼가 다시 응하니/ 청음(淸音)이 역력하여 저절로 화명(和鳴)한다/ 어느 곳이 저버림을 이루는지 알지 못하나니/ 평지에 꼭 파랑(波浪)이 일어나게 하는가.
곤산원(崑山元)이 송하되 언행은 군자의 추기(*樞機)거늘/ 고인이 어찌 헛되이 발함을 긍정하랴/ 모름지기 알지니 협로(狹路)에서 상봉하면/ 그 1찰(拶; 압박하다) 만남을 면하지 못한다/ 도리어 생각하나니 악어(惡語)로 사람을 손상하면/ 움직이는 대로 아프기가 칼로 도려낸 듯하니라.
불인청(佛印淸)이 송하되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르고/ 시자가 3회 응낙했다/ 다시 너를 저버리고 나를 저버린다 하니/ 진개(眞箇; 箇는 조사)로 가히 예(禮)를 안다 하리라.
상방익(上方益)이 송하되 남양이 세 번 부르고/ 시자가 세 번 응수(應酬)하니/ 노국(魯國)과 의희(依俙; 어슴푸레하다)하더니/ 양주(楊州)와 방불(髣髴)하다/ 회수(迴首)하니 한강(寒江)에 공연히 벽파(碧波)가 출렁이며/ 석양(夕陽)은 서쪽으로 가고 물은 동쪽으로 흐른다.
승천회(承天懷)가 송하되 국사가 세 번 부름은 내유(來由)가 있으니/ 시자가 소리마다 하나하나 응수했다/ 개중의 단적(端的)한 의지(意志)를 분변치 못할진대/ 도리어 일생의 아름다움을 저버림을 이루리라.
불안원(佛眼遠)이 송하되 노도(老倒; 노쇠함을 형용)에 강호상에서/ 낚싯대의 일이 가히 즐겁나니/ 1회(迴; 回) 부자(*浮子)가 움직이면/ 또 이 낚시에 올라오더라.
장령탁(長靈卓)이 송하되 부르는 곳이 분명하고 응답하는 곳이 친절하거늘/ 누가 이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인지 알지 못하겠네/ 동가(東家)에서 서가(西家)의 일을 누설하니/ 도리어 방관자로 하여금 웃음을 더욱 새롭게 하네.
숭승공(崇勝珙)이 송하되 국사가 국사가 세 번 부르고/ 시자가 세 번 응낙하니/ 고기는 용으로 변화하지 않았고/ 약이 도리어 병을 이루었다/ 흠채(欠債; 負債)는 돈으로 갚고(還)/ 살인은 목숨으로 보상하나니/ 바다는 편안하고(晏) 강은 맑으며/ 바람은 고요하고(怗) 물결은 조용하다/ 우차(吁嗟; 탄식)하나니 2사(師)여, 한바탕의 패궐(敗闕)이며/ 너를 저버리고 나를 저버림이여, 3사7증(*三師七證)이다.
대혜고(大慧杲)가 송하되 벙어리(*啞子)가 꿈을 얻었으니 누구에게 설해 줄까/ 일어나 상대하매 눈이 마미(*麻彌)하다/ 이미 사람 앞을 향해 폐부(肺腑)를 알렸으니(輸)/ 타자(他自; 자타)가 편의를 찾는 대로 좇는다.
죽암규(竹庵珪)가 송하되 세로(世路)의 풍파(風波)가 그대를 보지 않는가/ 1회 얼굴을 보매 1회 정신을 손상한다/ 물 흐르고 꽃 떨어지매 어느 곳인 줄 아느냐/ 동구(洞口)의 도원(*桃源)이라 별다른 이 봄이다.
개암붕(介庵朋)이 송하되 방생지(放生池) 두둑을 저녁에 지나는데/ 십 리에 부거(*芙蕖)며 푸른 연꽃 섞였다/ 꽃 아래 배가 있으나 보면 보이지 않고/ 다만 사람의 채련가(採蓮歌) 부름만 들리는구나.
지비자(知非子)가 송하되 왕의 선타바(*王仙陁婆)는/ 고금에 취칙(取則)하고/ 입니입수(*入泥入水)는/ 남양이 진력(盡力)했다/ 삼환삼응(三喚三應)하면서/ 시자가 망측(罔測)했으니/ 분골쇄신하여/ 어찌 보덕(報德)하겠는가
열재거사(悅齋居士)가 송하되 세 번 부르매 그(渠)를 회득(會得)할 사람이 없나니/ 지금토록 천재(千載; 천 년)에 도호(塗糊; 糊塗)를 입었다/ 낙화유수는 내가 너를 저버림이며/ 명월청풍은 네가 나를 저버림이다.
지문조(智門祚)가 상당하자 중이 묻되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른 의지(意旨)가 무엇입니까. 스님이 가르되 아이를 어여삐 여기다가 추태(醜態)를 깨닫지 못했다. 이르되 국사가 시자를 저버린 의지가 무엇입니까. 스님이 가로되 맛있는 음식도 배부른 사람이 먹기엔 맞지 않다(*美食不中飽人飡). 이르되 시자가 국사를 저버린 의지가 무엇입니까. 스님이 가로되 분골쇄신(粉骨碎身)하더라도 족히 갚지 못한다.
금산원(金山元)이 상당하자 중이 묻되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른 의지(意旨)가 무엇입니까. 스님이 이르되 노승이 이중(*耳重)이다. 진운(進云)하되 학인이 알지 못하겠습니다. 스님이 이르되 네가 만약 알지 못할진대 산승이 너를 위해 송출(頌出)하겠다. 국사가 세 번 부르고/ 시자가 세 번 응낙했다/ 객이 오면 관찰(看)함을 쓰고/ 도적이 오면 때림을 써라.
천복일(薦福逸)이 염하되 시자는 마음에 타인을 저버리지 않았고 국사는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해인신(海印信)이 염하되 대소(大小) 국사가 시자에게 감파(勘破)됨을 입었다.
천동각(天童覺)이 염하되 인의(仁義)의 도중(道中)과 사자(師資; 師弟)의 분상(分上)이니 재호(再呼)하매 능히 재응(再應)했고 실(實)을 논하고 허(虗)를 논하지 않았다. 그래 말하라, 고부(辜負; 저버림)가 있는가 고부가 없는가. 호옥(皓玉; 흰 옥. 깨끗한 옥)이 티가 없거늘 글자를 새겨 덕을 상(喪; 잃다)한다.
대혜고(大慧杲)가 보설(普說)에 이르되 예컨대(如) 국사삼환시자화(國師三喚侍者話)를 노파선(老婆禪)을 설해 타니대수(拖泥帶水)했다고 불러 지음을 얻겠느냐. 어느 날 시자를 부르매 시자가 응낙했고 이와 같이 세 번 부르매 시자가 세 번 응낙했다. 스님이 이르되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르매 어찌 일찍이 고부(辜負)가 있을 것이며 시자가 세 번 응낙하매 어느 곳이 이 고부처(辜負處)인가. 국사가 이르되 장차 이르기를 내가 너를 저버린다고 하렸더니 네가 나를 저버리는 줄 누가 알겠느냐. 스님이 이르되 평지에 뼈 무더기를 일으킴이다(*平地起骨堆). 다시 이르되 총림 중에서 국사삼환시자화(國師三喚侍者話)라고 불러 짓나니 이로부터 곧 일낙삭(*一絡索)이 있거니와 오직 설두가 고인의 골수를 견투(見透)하여 이르되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름은 점즉부도(*點卽不到)다. 스님이 이르되 작연(灼然)하다. 시자가 세 번 응낙함은 도즉부점(*到卽不點)이다. 스님이 이르되 도리어 이러하지 않다. 장차 이르기를 내가 너를 저버린다고 하렸더니 네가 나를 저버리는 줄 누가 알겠느냐. 설두를 속임을 얻지 못한다. 스님이 이르되 누가 말하느냐. 다시 대중을 부르고 이르되 호개(好箇)의, 설두를 속임을 얻지 못한다이다. 비록 그러하여 이와 같지만 설두도 또한 묘희(妙喜; 대혜)를 속임을 얻지 못하고 묘희도 또한 제인을 속임을 얻지 못하고 제인도 또한 노주(露柱)를 속임을 얻지 못한다. 현사가 이르되 시자가 도리어 알았다. 설두가 이르되 정수장지(停囚長智)로다. 스님이 이르되 양채일새(*兩彩一賽)다. 운문이 이르되 무엇이 이 국사가 시지를 저버린 곳인가, 회득(會得)하더라도 이는 무단(無端)이다. 설두가 이르되 원래 알지 못했다. 스님이 이르되 설봉(雪峯)이 말한 것이다. 운문이 또 이르되 무엇이 이 시자가 국사를 저버린 곳인가, 분골쇄신하더라도 갚음을 얻지 못한다. 설두가 이르되 무단무단(無端無端)이다. 스님이 이르되 살받이(垜)가 생겨나면 화살을 초래한다. 법안이 이르되 다만(且) 가고 다른 때 오너라. 설두가 이르되 나를 속임을 얻지 못한다. 스님이 이르되 도리어 이 법안이 알았다. 흥화(興化; 存獎)가 이르되 한 맹인이 뭇 맹인을 인도한다. 설두가 이르되 단적(端的; 확실)한 할(瞎; 눈 멀다)인가. 스님이 이르되 친절한 말이 친절한 입에서 나온다. 현각(玄覺; 行言)이 중에게 징문(徵問; 責問)하여 이르되 어느 곳이 이 시자가 안 곳인가. 중이 이르되 만약 알지 못했다면 어찌 이렇게 응낙할 줄 알겠습니까. 현각이 이르되 네가 조금 알았구나. 또 이르되 만약 이에서 견득(見得)하여 간다면 곧 현사를 안다. 스님이 이르되 사람을 너무 참황(慚惶; 부끄럽고 惶悚함)케 하는구나. 취암지(翠嵓芝; 守芝)가 이르되 국사와 시자가 모두 이회(理會)가 모자라 있다. 스님이 이르되 오히려 조금은 상당하다(猶較些子). 투자(投子; 大同)가 이르되 사람을 억핍(抑逼)하여 무엇하리오. 설두가 이르되 타근한(*挅根漢)이다. 스님이 이르되 이장즉취(*理長卽就)하라. 다시 이르되 오직 조주 다구아사(多口阿師)가 있어 저(箇) 주각을 하득(下得; 得은 조사)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착(疑着)케 한다. 중이 묻되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른 의지가 무엇입니까. 조주가 이르되 예컨대(如) 사람이 어둠 속에서 글자를 쓰면 글자는 비록 이루지 못하지만 문체는 이미 드러난다. 설두가 다시 할(喝)했다. 스님이 이르되 그래 말하라, 이 1할은 국사와 시자의 분상(分上)에 있느냐, 조주의 분상에 있느냐. 뒤 따라 할로 한 번 할하고 다시 이르되 만약 이 명근(命根)의 오색삭자(*五色索子)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 속을 투득(透得)하여 지나가겠는가. 설두가 이르되 만약 어떤 사람이 설두에게 묻는다면 설두가 곧 때릴지니 또한 제방의 검점(檢點)을 요한다. 스님이 이르되 도적이 되면 사람의 마음이 공허하다. 설두가 다시 1송이 있어 이르되 사자(師資)가 회우(會遇)하는 뜻이 가볍지 않나니, 스님이 이르되 이 말에 양부문(兩負門)이 있다. 일 없이 서로 함께 초리(草裏)를 행한다, 스님이 이르되 보주 사람이 도적을 압송한다(*普州人送賊). 너를 저버리고 나를 저버림을 사람이 묻지 말고, 스님이 이르되 놓아서 차가와짐을 기다렸다가 보아라. 천하가 머리 다퉈 쟁론(爭論)하는 대로 일임하라. 스님이 이르되 즉금 쉬려면 곧 쉴지니 만약 깨칠 때를 찾는다면 깨칠 때가 없다. 다시 이르되 너희가 만약 현묘한 해회(解會)를 구한다면 다만 국사삼환시자화(國師三喚侍者話)를 관대(管帶)하여 이회(理會)하라, 어느 속이 이 국사가 시자를 저버린 곳이며 어느 속이 이 시자가 국사를 저버린 곳인가. 무슨 교섭이 있으리오. 아왕이 택유(*鵝王擇乳)함은 본디 압류(鴨類)가 아니니 이것은 곧 이 국사가 검인상사(*劒刃上事)를 쓴 것이다.
또 실중(室中)에서 국사삼환시자의 의지를 중에게 묻자 중이 이르되 고기가 다니면 물이 탁해집니다. 스님이 이르되 돈비(*?沸)하지 말아라. 중이 말이 없자 스님이 곧 때렸다.
또 차화를 들고 이르되 국사가 도리어 시자를 보았느냐, 시자가 도리어 국사를 보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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