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2년 투심(偸心)

태화당 2019. 8. 2. 09:43

투심(偸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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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호접탐화밀(胡蜂胡蝶眈花蜜)

문예슬기락인혈(蚊蚋蝨蟣樂人血)

막장선악분호오(莫將善惡分好惡)

투심진시중생멸(偸心盡時衆生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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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과 나비가 꽃의 꿀을 노리고

모기와 서캐가 사람의 피를 즐기나니

선악을 가지고 좋음과 싫음을 분별하지 말아라

훔치는 마음이 다한 때엔 중생도 없어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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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행 호봉(胡蜂)은 말벌. 호접(胡蝶. 은 나비 접)은 나비. ()은 노려볼 탐. ()은 모기 문. ()는 모기 예. ()은 이 슬. ()는 서캐 기. 서캐는 이의 새끼. ()은 가질 장. ()는 싫어할 오. ()는 훔칠 투.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이루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듯 벌은 꿀을 만들어 사람을 기쁘게 하고 이는 피를 빨아 사람을 괴롭게 하거니와 선악과 호오(好惡)등의 감정은 다 인간의 분별일 뿐, 업력 따라 사는 것이 중생이므로 다른 중생을 멸시하지 말자는 취지를 읊어 보았음. 실로 훔치는 마음으로 인해 중생계가 존재하나니 벌과 나비는 꿀을 훔치고 그 꿀을 사람이 훔치고 모기와 서캐가 피를 훔치고 그 피는 사람이 다른 매체를 통해 훔치고 등등. 또 이치로 말하자면 눈은 색을 코는 냄새를 귀는 소리를 입은 맛을 몸은 감촉을 뜻은 법을 훔치고 있으며 바람은 달을 호수는 산색을 땅은 하늘을 물은 불을 등등 다 훔침으로 존재하는 물건들이니 무릇 대상이 있는 것은 다 훔침의 세계인 것. 중생이 부처를 이룸도 훔치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투심이 없어진다면 어찌 중생만 없어지랴, 삼라만상이 멸진(滅盡)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