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2년 곡읍사유(哭泣事由)

태화당 2019. 8. 2. 09:50

곡읍사유(哭泣事由)

 

송서실솔사인비(蜙蝑蟋蟀使人悲)

부부시구교인루(鳺鴀鳲鳩敎人淚)

갱유단장일성재(更有斷腸一聲在)

불욕개구향인루(不欲開口向人漏)

수유별가만가다(雖有別歌輓歌多)

하사자규제혈류(何似子規啼血流)

약지비애하처출(若知悲哀何處出)

합곡합읍불합무(合哭合泣不合舞)

 

베짱이와 귀뚜라미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프게 하고

멧비둘기와 뻐꾸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나게 하거니와

다시 단장(斷腸)의 한 소리가 있지만

입을 열어 남을 향해 누설하고 싶지 않네.

비록 이별가와 만가(輓歌)가 많이 있지만

어찌 자규(子規)의 울어 피 흘림만 같으랴

만약 비애가 어느 곳에서 나오는지 안다면

곡도 합당하고 읍도 합당하지만 춤은 합당하지 않다 하노라.

 

   1~4행 송서(蜙蝑)는 베짱이니 송()은 베짱이 송. ()는 메뚜기 서. 실솔(蟋蟀)은 귀뚜라미. ()은 귀뚜라미 실. ()은 귀뚜라미 솔. 부부(鳺鴀)는 멧비둘기니 부()는 멧비둘기 부. ()는 멧비둘기 부. 시구(鳲鳩)는 뻐꾸기니 시()는 뻐꾸기 시. ()는 비둘기 구. ()는 시킬 교. ()는 어조사.

   5행 만()은 애도(哀悼)할 만이니 만()과 통함. 만가(輓歌)는 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노래. ()는 비록 수.

   8행의 뜻은 오도(悟道) 후에 너무 좋아 팔딱거리며 춤을 추는 것보다 곡읍(哭泣)을 함이 마땅하다는 뜻이나 꼭 곡읍이 춤보다 낫다는 것은 아님. 한때의 방편어(方便語)이므로 속지 않는 것이 옳나니 본인이 스스로 증험(證驗)해야 마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