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2년 태화당(泰華堂)

태화당 2019. 8. 2. 10:20

태화당(泰華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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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하태화당(泰華山下泰華堂)

사벽유호무차란(四壁有戶無遮闌)

설월풍화이목객(雪月風花耳目客)

요주향묵비구반(醪酒香墨鼻口伴)

송수시서이전뇌(送受詩書以電腦)

전뇌즉시당중당(電腦卽是堂中堂)

당주불호인내왕(堂主不好人來往)

도두불사대매상(到頭不似大梅常)

일좌곡록기탁신(一座曲錄寄託身)

각억유마활방장(却憶維摩闊方丈)

상비백탕갈음다(常備白湯渴飮茶)

끽다조주장불망(喫茶趙州長不忘)

불개초지입성상(不改初志卄星霜)

나유이심간여생(那有異心間餘生)

망자불회회불망(忙者不會會不忘)

망지무망회망망(忙至無忙會忘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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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아래의 태화당이여

사벽(四壁)에 지게문이 있어 가리거나 막힘이 없나니

눈 달 바람 꽃은 귀와 눈의 손님이요

막걸리와 향기로운 먹은 코와 입의 벗이로다.

컴퓨터로 시와 서간(書簡)을 보내고 받으니

컴퓨터가 곧 이 당() 가운데의 당()이며

당주(堂主)가 사람들의 내왕(來往)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침내 대매산(大梅山)의 법상(法常)과는 같지 않더라.

일좌(一座)의 곡록(曲錄)에 몸을 기탁하면서

도리어 유마(維摩)의 넓은 방장(方丈)을 추억하고

항상 백탕(白湯)을 준비해 목마르면 차를 마시면서

차 마시러 가라고 한 조주(趙州)를 늘 잊지 않노라.

초지(初志)를 바꾸지 않은 지 이십 성상(星霜)이거늘

어찌 다른 마음이 여생(餘生)에 섞임이 있으랴

바쁜 자는 알지 못하고 알면 바쁘지 않나니

바쁨이 바쁨 없음에 이르러야 바쁨을 잊을 줄 아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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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태화당(泰華堂)은 내가 사는 집 이름.

   1~4행 차()는 가릴 차. ()은 막을 란. ()는 막걸리 료.

   5~8행 전뇌(電腦)는 컴퓨터. ()는 써 이. ()은 갈 왕. 도두(到頭)는 드디어, 마침내의 뜻. 대매법상(大梅法常. 마조의 法嗣)의 게에 이르되 최잔(摧殘)한 고목이 한림(寒林)에 기댄 듯하여/ 몇 번이나 봄을 만났으나 변심하지 않았네/ 나무꾼이 이를 만나도 오히려 돌아보지 않거늘/ 영인(郢人)이 어찌 애써 추심(追尋)함을 얻는가./ 일지(一池)의 하엽(荷葉)은 옷으로서 다함이 없고/ 몇 그루의 송화(松花)는 식량으로서 남음이 있도다/ 단지 세인이 주처(住處)를 알게 됨을 입어/ 또 띠집을 옮겨 깊이 들어가 거주할까 하노라 (摧殘枯木倚寒林 幾度逢春不變心 樵客遇之猶不顧 郢人那得苦追尋 一池荷葉衣無盡 數樹松花食有餘 剛被世人知住處 又移茅舍入深居) [五燈全書卷五 大梅章] 했는데 나의 생활이 그 정도로 고상(高尙)하지는 않다는 뜻.

   9~12행 좌()는 양사(量詞). 곡록(曲錄)은 곡록(曲祿) 곡록(曲彔)으로도 표기하나니 등받이가 휜 의자. ()는 맡길 기. ()은 맡길 탁. ()은 도리어 각. 유마거사의 방이 사방 열 자였는데 방장(方丈)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함. ()은 열 자 장. 유마거사의 방장에 삼만이천사자좌(三萬二千師子座)를 수용했다는 말이 유마경부사의품(維摩經不思議品)에 나옴. ()은 넓을 활. 백탕(白湯)은 끓인 맹물. ()은 목마를 갈. 신도승(新到僧. 처음 온 중)에게 스님(趙州南泉法嗣)이 묻되 일찍이 이곳에 이르렀는가. 일찍이 이르렀습니다. 차 마시러 가게(喫茶去). 또 중에게 물으매 중이 가로되 일찍이 이르지 않았습니다. 차 마시러 가게. 뒤에 원주(院主)가 물어 가로되 무엇 때문에 일찍이 이르렀다고 해도 차 마시러 가게 라고 말씀하시고 일찍이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차 마시러 가게 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스님이 원주를 부르매 원주가 대답하자 스님이 가로되 차 마시러 가게 [五燈會元卷四 趙州章]. ()은 늘 장.

   13~16행 입()은 스물 입. ()은 세월 성. ()은 세월 상. ()은 섞일 간. ()는 알 회. ()와 같은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