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本分)
호위인사유상환(好爲人師儒尙患)
출세간인하불신(出世間人何不愼)
이도유쾌아형소(爾刀愈快我硎消)
유인혐타불문신(有人嫌他不問訊)
법막선어본분사(法莫先於本分事)
말계난봉출격인(末季難逢出格人)
사가탄복과잔춘(乍可坦腹過殘春)
불위빙자분시진(不爲憑慈奔市塵)
사람의 스승 노릇을 좋아함은 선비도 오히려 우환으로 여겼거늘
세간을 벗어난 사람이 어찌 삼가지 않으랴
너의 칼은 더욱 날카로워지지만 나의 숫돌은 닳거늘
어떤 사람은 그가 문신(問訊)하지 않음을 혐의하더라.
법은 본분사(本分事)보다 우선하는 게 없건만
말계(末季)인지라 출격인(出格人)을 만나기 어렵도다
차라리 가히 탄복(坦腹)하며 남은 봄을 지낼지언정
자비를 빙자(憑藉)해 시진(市塵)에 분망(奔忙)하지 않으리라.
제목 해석 1 본래분제(本來分際)의 뜻. 미망(迷妄)이나 깨달음에 무관한 절대적 경위(境位). 2 마음의 본성. 본래의 마음.
1행 사람의 우환(憂患)은 사람의 스승 노릇하기를 좋아함에 있다 (人之患在好爲人師) [孟子卷之七 離婁章句]. 상(尙)은 오히려 상.
3~4행 도를 닦는 사람은 한 덩이의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장삼(張三. 장씨네 셋째 아들)도 또한 와서 갈고 이사(李四. 이씨네 넷째 아들)도 또한 와서 가나니 갈아 오고 갈아 가매 다른 사람의 칼은 잘 들겠지만 자가(自家)의 숫돌은 점점 닳거늘 그러나 어떤 사람은 다시 타인이 와서 나의 숫돌 위에 갈지 않는가 하고 혐의(嫌疑)하더라 [禪家龜鑑]. 유(愈)는 더욱 유. 쾌(快)는 쾌할 쾌. 형(硎)은 숫돌 형.
5행 조주(趙州. 從諗이니 南泉普願의 法嗣. 南嶽下三世)가 이르되 만약 노승(老僧. 趙州)으로 하여금 저들(學人)의 근기(根機)를 따라 접인(接人)하라 한다면 스스로 삼승십이분교(三乘十二分敎)가 있어서 저들을 접인(接引)하거니와 노승의 이 속은 단지 본분사(本分事)로써 접인(接人)하나니 만약 제접(提接)하되 요득(了得)치 못한다면 스스로 학자의 근성(根性)이 지둔(遲鈍. 느리고 둔함)함이 있음이지 노승의 일에 상간(相干)되지 않는다 하노라 [書狀 答鼓山逮長老].
6~8행 계(季)는 끝 계. 말계(末季)는 말세. 출격인(出格人)은 격식을 떠난 방외객(方外客). 사(乍)는 차라리 사. 탄복(坦腹)은 배를 깔고 뒹굴음. 빙(憑)은 기댈 빙. 부탁할 빙. 자(藉)는 빌릴 자. 깔개 자. 분(奔)은 분주할 분. 달릴 분.
'태화당수세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창도(唱導) (0) | 2019.08.04 |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감응(感應) (0) | 2019.08.04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영춘주(迎春酒) (0) | 2019.08.04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화광동진(和光同塵) (0) | 2019.08.04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명도(明道) (0) | 2019.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