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무창(無瘡)

태화당 2019. 8. 5. 15:49

무창(無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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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견저환(蠅見蛆歡)

난수봉무(鸞隨鳳舞)

노견비은근(奴見婢慇懃)

의심성처주(蟻尋腥處走)

노배지소둔철다(爐鞴之所鈍鐵多)

양의문내병자주(良醫門內病者足)

횡재불부명궁인(橫財不富命窮人)

명의고황난하수(名醫膏肓難下手)

염추수불시방행할(拈椎竪拂施棒行喝)

삼대수시대가무(三臺須是大家舞)

분류도인뇌분전치(奔流度刃雷奔電馳)

부잡안인시옥수(不眨眼人是阿誰)

위군설파오후매(爲君說破悟後罵)

대객무언석점두(對客無言惜點頭)

채병불가여타약(瘥病不假驢駝藥)

하황피차무창우(何況彼此無瘡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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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구더기를 보면 기뻐하고

난새는 봉새를 따라 춤을 추며

종놈이 종년을 보면 은근해지고

개미는 비린내 나는 곳을 찾아 달리도다.

노배(爐鞴)의 장소에 둔철(鈍鐵)이 많고

양의(良醫)의 문 안에 병자가 많나니

횡재가 명이 다한 사람을 부자가 되게 못하고

명의(名醫)라도 고황(膏肓)의 병에 손을 대기 어렵도다.

염추수불(拈椎竪拂)하고 시방행할(施棒行喝)하니

삼대(三臺)는 모름지기 이 대가(大家)라야 춤추며

분류(奔流)에 도인(度刃)하고 뇌분(雷奔)하고 전치(電馳)하매

눈을 깜빡이지 않는 사람이 이 누구이더뇨.

그대를 위해 설파(說破)하면 깨친 후에 욕하리니

객을 대해 말이 없고 머리를 끄덕임도 아끼노라

병을 낫게 하는데 여타(驢駝)의 약을 빌리지 않나니

어찌 하물며 피차(彼此) 창우(瘡肬)가 없음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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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창()은 부스럼 창. 다칠 창.

   1~4행 난새는 봉새를 따라 춤을 추고 파리는 구더기를 보면 기뻐한다 (鸞隨鳳舞 蠅見蛆懽) [宗門拈古彙集卷十四]. ()은 파리 승. ()는 구더기 저. ()는 계집종 비. ()는 개미 의. ()은 비린내 성.

   5~8행 배()는 풀무(風箱) . ()와 같음. ()는 많을 주. 더할 주. 묘약(妙藥)이 원채(寃債)의 병을 고치지 못하거늘 횡재(橫財)가 어찌 명이 다한 사람을 부자가 되게 하리오 (妙藥不醫寃債病 橫財豈富命窮人) [宗門拈古彙集卷二十五]. 고황(膏肓)의 병이란 좌전(左典) 성왕(成王) 십년(十年)에 가로되 진공(晋公)이 질병에 걸려 진()에 의원(醫員)을 구하자 진백(秦伯)이 의원으로 하여금 그것을 완화(緩和)토록 하게 하였다. 이르지 아니해서 진공의 꿈에 질병이 두 수자(竪子. 는 더벅머리 수. 助字)가 되어 가로되 그는 양의(良醫)이므로 나를 다치게 할까 두렵나니 내가 어찌 그에게서 도망하리오. 그 하나가 가로되 황(. 명치 황)의 위와 고(. 명치 끝 고)의 아래에 거처한다면 나를 어찌하겠는가. 의원이 이르러 가로되 질병을 가히 다스리지 못합니다 하였다 [禪林疎語考證卷二]. ()은 좋을 량. 어질 량.

   9~12행 염추수불(拈椎竪拂. 는 몽둥이 추. 쇠뭉치 추. 와 통함)이란 몽둥이를 잡거나 불자(拂子)를 세움이며 시방행할(施棒行喝)은 방망이로 때리거나 악 하며 고함을 지르는 것이니 법을 거양(擧揚)하는 모습. 삼대(三臺)는 당대(唐代)의 무곡명(舞曲名). ()은 빨리 갈 분. ()는 지날() . 분류도인(奔流度刃)이란 빠른 물살에 칼날을 스치는 것. 뇌분(雷奔)은 우레의 번쩍함. 전치(電馳)는 번개가 번쩍하는 것이니 모두 기()의 신속함을 표현한 말. ()은 눈 깜작일 잡. ()은 누구 옥. 또 아로 발음하며 조사.

   13~16행 향엄(香嚴. 志閑이니 潙山靈祐法嗣)이 여러 차례 위산에게 설파하기를 빌었으나() 위산이 가로되 내가 만약 너에게 설해 주면 네가 이후에 나를 욕하리라. 내가 설하는 것은 이 나의 것이므로 마침내 너의 일에 상간(相干)치 않느니라. (中略) 어느 날 초목을 베어 없애다가 우연히 와력(瓦礫. 은 자갈 력)을 던졌는데 대나무에 부딪쳐 소리를 지음에서 홀연히 성오(省悟)하고는 급히 돌아가 목욕하고 향을 사르고 멀리 위산에 절을 하며 가로되 화상의 대자비는 은혜가 부모보다 더하나니 당시에 만약 나를 위해 설파하셨다면 어찌 오늘의 일이 있으리오 [五燈全書卷十七 香嚴章]. 손님을 접대하되 평생 한 말도 없었거니와 그대를 위해 오늘은 선상(禪牀)에 앉았노라 (待客平生無一語 爲君今日坐禪牀) [朝鮮浮休集]. ()는 욕할 매. ()은 끄덕일 점. ()는 병 나을 채. 역질 차. 여타약(驢駝藥)이란 그 약의 양이 많음을 일컫는 말. ()는 낙타 타. 그와 내가 부스럼이 없으니 다치게 하지 말아라 (彼自無瘡 勿傷之也) [五燈全書卷十六 棗樹章]. ()는 혹 우. 사마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