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무심공덕(無心功德)

태화당 2019. 8. 8. 10:26

무심공덕(無心功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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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거불부당(雲居不赴堂)

천신송식고(天神送食故)

불사선악념(不思善惡念)

삼일절통로(三日絶通路)

라집칠세시(羅什七歲時)

철발치어로(鐵鉢置於顱)

심시발타지(尋時鉢墮地)

지인념대소(只因念大小)

귀핍렴념시(鬼逼斂念時)

귀운불견료(鬼云不見了)

재념운귀거(才念云鬼去)

유시우위요(繇是又圍遶)

수집과통축(手執課筒祝)

술사지소도(術士知所禱)

공축불언사(空祝不言事)

부지기심소(不知其心所)

무심공덕최(無心功德最)

시고유사소(是故喩些少)

불기일념시(不起一念時)

숙홀전체로(倏忽全體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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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거(雲居)가 승당(僧堂)에 다다르지 않음은

천신(天神)이 밥을 보냈기 때문인데

선악의 생각을 사량(思量)하지 않으니

삼 일 만에 통로(通路)가 끊겼더라.

라집(羅什)이 일곱 살 때

철발(鐵鉢)을 머리에 놓았는데

잠시 만에 철발이 땅에 떨어진 것은

단지 대소(大小)를 생각했기 때문이로다.

귀신이 핍박하매 생각을 거두었을 때

귀신이 이르되 보이지 않는다 했고

겨우 생각해 이르되 귀신이 갔다 하매

이로 말미암아 또 위요(圍遶)하더라.

손으로 과통(課筒)을 잡고 축원(祝願)하매

술사(術士)가 축도(祝禱)하는 바를 알지만

축원을 비우고 일을 말하지 않으니

그 심소(心所)를 알지 못하였도다.

무심의 공덕이 으뜸인지라

이런 고로 조금 비유(譬喩)했거니와

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을 때

문득 전체가 드러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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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행 스님(雲居道膺이니 洞山良价法嗣)이 뒤에 삼봉(三峯)에 암자를 엮었는데 열흘이 지나도록 승당(僧堂. 대중이 밥 먹고 좌선하는 곳)에 다다르지 않았다. 동산(洞山)이 묻되 자네가 근일(近日)에 어찌하여 재(. 식사)에 다다르지 않는가. 스님이 가로되 매일 스스로 천신(天神)이 밥을 보냄이 있습니다. 동산이 가로되 내가 장차 이르기를 네가 이 낱의 사람이라 하였더니 오히려 이 낱의 견해를 지어 있는가. 네가 만간(晩間. 저녁)에 오너라. 스님이 저녁에 이르자 동산이 응암주(膺庵主)야 하며 불렀다. 스님이 응낙(應諾. 대답)하자 동산이 가로되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면 이것이 무엇인고. 스님이 암자로 돌아와 적연(寂然)히 연좌(宴坐)하였다. 천신이 이로부터 마침내 찾아도 보이지 않는지라 이와 같이 하기를 삼 일 만에 곧 끊어졌다 [五燈全書卷二十六 雲居章].

5~8행 옛적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나이 일곱 살 때 어머니를 따라가서 향을 사르는데 절 가운데 철발(鐵鉢)이 있었고 가히 한 섬가량 담을 만했다. 라집이 곧 머리 위에 놓았는데 곧 생각을 지어 이르되 철발은 매우 크고 나는 나이가 매우 작은데 무거움 없음을 얻겠는가. 불각(不覺)에 실성(失聲)하였고 철발이 잠시 만에 땅에 떨어졌다. 어머니가 물어 가로되 어찌된 것이냐. 라집이 가로되 제가 처음엔 무심(無心)히 철발을 머리 위에 놓아 그 무거움이 됨을 깨닫지 못했으나 무단(無端)히 분별하되 철발은 크고 나는 작으니 어찌 무거움이 없으랴 하매 곧 매우 무거움을 느껴 힘으로 능히 이지() 못한지라 고로 실성(失聲)하였습니다. 이때 라집이 곧 만법이 다 오직 자기의 마음이요 다른 물건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湛然圓澄禪師語錄卷七]. ()는 머리 로. 해골 로. ()은 잠깐 심.

9~12행 옛적에 귀핍선사(鬼逼禪師)가 있어 다리 위에 앉았는데 숨어서 들으니 뭇 귀신이 서로 얘기하며 이르되 오늘 체대(替代. 代替)하여 오는 이가 있다. 다른 귀신이 물어 가로되 체대자(替代者)가 어떤 사람인가. 가로되 철모자(鐵帽子)를 인 자가 곧 체신(替身)한다. 저녁이 되자 하늘이 비를 내렸다. 언덕 위의 사람이 쇠솥을 머리 위에 이고 내에 들어가 발을 씻었다. 선사가 급히 저지(沮止)하며 그 연고를 알렸고 그 사람은 곧 돌아갔다. 귀신이 성내어 가로되 무엇 등의 모지라진 물건이 우리의 호사(好事)를 실패케 했느냐. 내가 마땅히 보복(報復)하리라. 이로 말미암아 귀신들이 다 위요(圍遶)하여 스님을 해치려 했다. 스님이 곧 생각을 거두어 움직이지 않았다. 귀신이 가로되 좋은 일좌(一座. 量詞)의 탑이구나. 사람은 어느 속을 좇아갔는가. 얼마 만에 귀신이 흩어지자 스님이 생각을 지어 이르되 귀신이 갔구나. 귀신이 다시 모여 이르되 왔다 왔다. 스님이 다시 생각을 거두자 귀신이 이르되 또 보이지 않는구나. 이와 같이 하기를 세 차례에 활연(豁然)히 대오(大悟)했는데 당시의 사람들이 귀핍선사(鬼逼禪師)라고 호()했다 [湛然圓澄禪師語錄卷七]. ()은 거둘 렴. ()는 말미암을 유. ()는 둘릴 요니 요()와 같음.

13~16행 옛적에 이웃 사람에 진()을 성()으로 하는 자가 있었다. (湛然圓澄禪師)에게 말하여 가로되 양호(梁湖)에 한 술사(術士)가 있는데 무릇 복점(卜占)을 사러 오는 자가 이르면 단지 그 과통(課筒)을 잡고 하늘을 대하여 도축(禱祝)하되 꼭 그 일을 나타내어 말하지 않아도 술사가 낱낱이 그것을 압디다. (圓澄)가 가서 시험삼아 물었는데 과통(課筒)을 잡고 하늘을 대해 축원을 비우고 그 일을 말하지 않자 술사가 가로되 네가 오히려 기도(祈禱)하지 않거늘 나로 하여금 이 무엇을 판단(判斷)하게 하리오 하였다 [湛然圓澄禪師語錄卷八]. ()는 점복(占卜)의 한 가지. 곧 과통(課筒)은 점칠 때 쓰는 통. 심소(心所)는 심소유(心所有).

20행 숙()은 홀연 숙. 얼른 숙. 숙홀(倏忽)은 문득. 별안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