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신위인위(信位人位)

태화당 2019. 8. 10. 08:31

신위인위(信位人位)

 

향의근하사량탁(向意根下思量度)

전소전원무료기(轉疏轉遠無了期)

반사사지일체무(反思思底一切無)

신위즉시인위비(信位卽是人位非)

사상처파질여전(事上覰破疾如電)

종연오달영무퇴(從緣悟達永無退)

기멸지시수요회(起滅之時須要會)

요과신라인부지(鷂過新羅人不知)

 

의근(意根) 아래를 향해 사량(思量)하고 헤아린다면

더욱 성기고 더욱 멀어져 깨칠 기약이 없도다

생각하는 것을 돌이켜 생각하매 일체가 없지만

신위(信位)는 곧 이것이나 인위(人位)는 아니로다.

사상(事上)에서 처파(覰破)하면 빠르기가 번개 같으며

인연을 좇아 오달(悟達)하면 영원히 물러남이 없도다

기멸(起滅)할 때 모름지기 앎을 요하나니

새매가 신라를 지났음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가.

 

1~2행 사상(事上)을 향해 엿본다면 곧 빠르지만 만약 의근(意根) 아래를 향해 사량(思量)하고 복탁(卜度)한다면 곧 더욱 성기고 더욱 멀어지느니라 (向事上覰則疾 若向意根下思量卜度 則轉疏轉遠矣) [指月錄卷三十一 大慧宗杲章 示趙師重]. ()은 헤아릴 탁.

3~4행 옛적에 어떤 중이 앙산(仰山. 慧寂)에게 묻되 선종(禪宗)의 돈오(頓悟)는 필경 입문(入門)하는 뜻이 어떠합니까. 앙산이 가로되 이 뜻이 극히 어렵나니 만약 이 조종문하(祖宗門下)의 상근상지(上根上智)일진댄 일문천오(一聞千悟)하여 대총지(大總持)를 얻겠지만 이 근기(根器)의 사람을 얻기 어렵느니라. 그 근미지열(根微智劣)한 이가 있나니 소이(所以)로 고덕(高德)이 말하되 만약 안선정려(安禪靜慮)하지 않는다면 이 속에 이르러선 모두 반드시 망연(茫然)하다 했느니라. 중이 가로되 이 격외(格外)를 제하고 도리어 다른 방편이 있어 학인(學人)으로 하여금 득입(得入)하게 합니까 또는 없습니까. 앙산이 가로되 달리 있음과 달리 없음 (別有別無) 은 너의 마음으로 하여금 불안케 하느니라. 내가 이제 너에게 묻노니 너는 이 어느 곳의 사람이냐. 가로되 유주인(幽州人)입니다. 앙산이 가로되 네가 도리어 그곳을 생각하는가. 가로되 늘 생각합니다. 앙산이 가로되 그곳의 누대임원(樓臺林苑)과 인마변전(人馬騈闐)을 네가 생각하는 것을 돌이켜 생각하매 (返思思底) 도리어 허다한 종류(種類. )가 있느냐 또는 없느냐. 가로되 모갑(某甲)이 이 속에 이르러선 일체를 있음으로 보지 않습니다. 앙산이 가로되 너의 이해는 오히려 경계(境界)에 있나니 (汝解猶在境) 신위(信位)는 곧 이것이나 인위(人位)는 곧 이것이 아니니라 (信位卽是 人位卽不是) 했느니라. 묘희(妙喜. 庵名. 大慧)가 이미 이 노파심이 간절한지라 다시 이 주각(注脚. . 注釋은 두 줄로 쓰므로 이라 함) 내림을 쓰리라. 인위(人位)는 곧 왕언장(汪彦章)이며 신위(信位)는 곧 이 근성(根性)이 누열(陋劣)함을 알아서 입두처(入頭處)를 구하는 것이니라 [指月錄卷三十一 大慧宗杲章 答汪彦章].

5~6행 인연을 좇아 오달(悟達)하면 영원히 퇴실(退失)이 없다 (從緣悟達永無退失) [五燈全書卷八 靈雲章 潙山語]. ()는 엿볼 처.

7~8행은 속지월록권수(續指月錄卷首) 명실도인(明室道人. 圓悟克勤法嗣)의 게에 나오는 구절. ()는 새매 요. 새매가 신라를 지났다는 말은 종적이 없음을 형용하는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