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4년 향씨(向氏)

태화당 2019. 8. 10. 11:24

향씨(向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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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귀불필무귀론(無鬼不必無鬼論)

무불하필무불론(無佛何必無佛論)

허공기언아야공(虛空豈言我也空)

임이모호사정혼(任爾耗毫使精魂)


귀신이 없다면 무귀론(無鬼論)이 필요치 않거늘

부처가 없다면 무불론(無佛論)이 어찌 필요하랴

허공이 어찌 나는야 공()했다고 말하리오

네가 붓을 소모(消耗)하고 정혼(精魂)을 부림에 맡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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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행 관인(官人)이 무귀론(無鬼論)을 짓는데 중야(中夜)에 휘호(揮毫)하던 차에 홀연히 보매 한 귀신이 뛰어나와 가로되 네가 무()라 하니 나는야(我喏. 는 입속에서 동시에 나오는 소리) [宗鑑法林卷八]. 장상영(張商英. 兜率從悅法嗣. 黃龍慧南下二世)의 자()는 천각(天覺)이며 호()가 무진거사(無盡居士). 어린아이였을 적에 하루 만언(萬言)을 기억했다. 열아홉에 과거에 응시(應試)하려고 입경(入京)하는데 길이 향씨(向氏)를 경유(經由)했다. 하루 앞의 저녁에 향씨가 꿈을 꾸었는데 신()이 고()하되 명일(明日) 상공(相公)을 접견(接見)할 것이다. ()이 이르자 그것을 이상(異常)하게 여겨 드디어 딸로써 처를 삼게 했다. 어느 날 승사(僧舍)에 놀러갔는데 장경(藏經)의 장연(裝演. 은 꾸밀 장. 貯藏할 장)하고 엄려(嚴麗)함을 보고는 발끈하며 가로되 우리 공성(孔聖. 孔子)의 서적이 이에 호인(胡人. 釋迦)에 미치지 못하랴. 돌아와 서실(書室)에 앉아 읊조리다 삼고(三鼓. 三更과 같은 뜻)에 이르렀다. 향씨(向氏)가 가로되 밤이 깊었는데 왜 자러 가지 않습니까. ()이 드디어 앞의 뜻을 써서 대답해 가로되 바로 이에 무불론(無佛論)을 지을까 합니다. 향씨가 소리에 응해 가로되 이미 이 무불(無佛)이라면 무슨 논이 있으리오. 모름지기 유불론(有佛論)을 지어야 비로소 옳을 것입니다. 영이 그 말을 의심하여 곧 그만두었다 [居士分燈錄卷下 張商英章]. ()는 덜릴 모. 감할 모. 없을 모. ()는 붓 호. 정혼(精魂)1 만물의 근원을 이룬다는 신령스러운 기운. 2 죽은 사람의 영혼. 3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들어 있다는 혼령. 4 생활력이나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