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柯
東平淳순于芬 吳楚游浹之士 恃酒不撿 家住郡東 有大槐樹 枝葉扶疏 芬嘗與酒徒婆娑其下 一日 過飮致疾 扶歸臥于東序之下 夢中忽忽然見二紫衣使者跪曰 槐安國王遣臣奉迎 芬不覺下榻탑 入門見左右車馬 侍從數人皆盛飾 扶芬登車出戶 指古穴而去 忽見山川境物 與人世不殊 可十里有都城 左右傳呼甚嚴 次入大城門 門樓榜曰大槐安國 俄有一騎 傳曰 王以駙馬遠到 令館于東華宮 頃爾間 又見一門洞통啓 芬降而入 環眎시堂宇 金碧彩錯 往來遊翫者 皆以淳于郞爲戲語 芬會故人周弁변 田子 華方 敍舊間 遽聞呼相至 芬降階而揖 相曰 賢者不以弊國而來國內 寡君欲要賢者託以姻婭 芬曰 賤迹陋薄 豈有是望 相因請行 數步間 至殿堂 唯居一人 素服華冠 儼若王者之尊 左右令芬拜 王曰 奉令尊之命 欲一小女配君子 芬未知所對 但俯伏而已 王曰 卿可且回館舍 芬沈思父昔在日作邊臣 陷虜中 往往與虜交和而有是事邪 未幾 羊鴈之幣咸備 左右嬪從 或稱華陽姑靑溪女 上仙子 下仙子 翠步躞섭蹀접 彩錯玲瓏數里間 撤철幔去扇 見一女 号金枝公主 容貌姣교好 芬交之 頗甚歡娛 王一日謂芬曰 吾南柯郡事不理 太守黜廢 欲藉卿典之 可與小女同行 遂敕有司備行具甚盛 行至城門 榜曰南柯郡 芬典之二十餘年 芬妻遘疾 旬日而死 諡順義公主 葬于國東盤龍崗 王謂芬曰 卿辭家日久 可歸 芬曰 家卽此矣 又何所歸乎 王笑曰 卿本人間族 非此也 芬似稍초有悟 王令左右送至門 升自西階 見已臥于東序之下 芬甚驚怪 使者呼芬姓名 數呼 芬方大覺교 因出戶尋槐樹下穴 芬指曰 此卽夢中所經 遂令僕荷斧斷擁腫 斫查蘗 尋究穴下 可袤무丈尺 有太穴 夷坦洞然 可容一榻 有積壤如臺榭 群螘의輔之 此卽螘王槐安國之都 又一穴 有一腐龜 殻각大如斗 有小墳高尺餘 卽芬葬妻之墓 芬追前事 感嘆無已 見靈怪集 姣 音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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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平의 淳于芬은 吳楚의 游浹(浹은 돌 협. 곧 노닐며 돌아다님)의 사내다. 술을 믿고 檢校(살펴서 바르게 함)하지 않았다. 집이 郡의 동쪽에 거주했는데 큰 느티나무가 있었고 가지와 잎이 扶持하며 성기었다. 분이 늘(嘗은 常임) 술꾼들과 그 아래에서 너풀거렸다(婆娑). 어느 날 과음이 질병이 되어 부축해 돌아와 東序(序는 담장 서. 行廊 서. 곧 동쪽의 담장)의 아래에 누웠는데 夢中에 매우 갑작스럽게(忽忽然) 두 紫衣를 입은 使者를 보았는데 꿇어앉아 가로되 槐安國의 왕께서 臣을 보내 奉迎하라 하셨습니다. 분이 불각에 平床(榻)에서 내려왔다. 문에 들어와 좌우의 거마와 시종 몇 사람을 보았는데 다 성대하게 장식했다. 분을 부축해 수레에 오르게 하고 門戶를 나서매 古穴(穴은 구덩이 혈. 움 혈. 곧 오래된 움)을 가리키며 떠났다. 홀연히 山川의 경계와 물건을 보니 인간 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十里 가량에 都城이 있었는데 좌우에서 전하고 부름이 매우 삼엄했다. 다음에 큰 성문에 들어갔는데 門樓의 榜에 가로되 大槐安國이라 했다. 별안간 한 騎兵이 있어 전해 가로되 왕께서 駙馬(駙馬都尉의 준말. 임금의 사위)가 멀리서 도착했으므로 東華宮에 묵게(館) 하라 하셨습니다. 잠깐 사이에 또 한 문이 휑하게 열린 걸 보았다. 분이 내려가서 들어가 堂宇를 둘러보매 금색과 푸른 색이 彩色되어 섞였으며 왕래하며 노닐면서 구경하는 자가 다 淳于郞이라 하며 희롱하는 말로 삼았다. 분이 故人인 周弁변 田子 華方을 만났으며 옛일을 敍述하는 사이에 宰相이 이른다고 부르는 것을 갑자기 들었다. 芬이 섬돌에서 내려와 揖하였다. 재상이 가로되 賢者가 弊國이라 하지 않고 국내에 오셨습니다. 寡君께서 賢者를 요청한 건 부탁하여 姻婭(婭는 同壻 아. 一家 아. 곧 사위 쪽의 사돈과 동서 쪽의 사돈을 아울러 이르는 말)가 되려고 하신 것입니다. 분이 가로되 비천한 발자취라 누추하고 박복하거늘 어찌 이런 희망이 있겠습니까. 재상이 인하여 청해서 가는데 몇 걸음 사이에 殿堂에 이르렀다. 오직 한 사람이 거처했는데 素服에 華冠이며 의젓한 게 王者의 존엄과 같았다. 좌우가 분으로 하여금 예배하게 했다. 왕이 가로되 令尊(남의 아버지에 대한 敬稱)의 명령을 받들어 한 小女를 君子와 짝지을까 하노라. 분이 대답할 바를 알지 못해 단지 俯伏할 따름이었다. 왕이 가로되 卿은 가히 다만 館舍로 돌아가라. 분이 沈思(정신을 모아 깊이 생각함)하되 아버지가 옛적에 계실 때 邊臣이 되었다가 虜中에 陷沒했는데 왕왕 虜와 交和하였으므로 이 일이 있는가. 얼마 안되어 羊鴈의 폐백이 다 갖추어졌으며 좌우의 嬪從은 혹은 일컫기를 華陽姑 靑溪女 上仙子 下仙子라 했다. 비취색 걸음이 저벅저벅한데(躞은 저벅저벅 걸을 섭. 蹀은 저벅저벅 걸을 접) 채색이 섞여 영롱함이 몇 리 사이였다. 장막을 걷고 부채를 제거하자 한 여자가 보였는데 호가 金枝公主였다. 용모가 예쁘고 아름다웠으며 분이 그와 交接했는데 자못 기쁘고 즐거웠다. 왕이 어느 날 분에게 일러 가로되 나의 南柯郡이 일을 다스리지 못해 太守를 쫓아내 그만두게 하고 卿에게 藉賴(藉는 빌릴 자. 곧 憑藉하여 依賴함)하여 그것을 맡길까(典) 하노라. 가히 小女와 동행하라. 드디어 有司에게 칙령하여 行具를 갖춤이 매우 성대했다. 가서 城門에 이르니 榜에 가로되 南柯郡이었다. 분이 거기를 맡은 지 이십여 년에 분의 처가 질병을 만나 열흘 만에 죽었다. 시호가 順義公主였으며 나라의 동쪽 盤龍崗(崗은 언덕 강)에 장사 지냈다. 왕이 분에게 일러 가로되 卿이 집을 떠난 날이 오래니 돌아감이 옳다. 분이 가로되 집이 곧 여기이거늘 또 어디로 돌아갈 바이겠습니까. 왕이 웃으며 가로되 경은 본디 人間族이며 여기가 아니니라. 분이 조금 깨침이 있는 듯했는데 왕이 좌우를 시켜 전송해 문에 이르렀다. 西階로부터 올랐는데 보아 마치매 동쪽 담장의 아래에 누웠었다. 분이 매우 놀라며 괴이하게 여기는데 使者가 분의 성명을 불렀고 몇 번 불렀다. 분이 비로소 크게 깨었다. 인하여 문호를 나서서 느티나무 아래의 움을 찾았다. 분이 가로되 이것이 곧 몽중에서 경과한 곳이다. 드디어 奴僕으로 하여금 도끼를 짊어지고서 擁腫(작은 종기니 곧 썩은 부분)을 끊게 하고 쪼개어 그루터기를 조사했다. 찾아서 움 아래를 窮究하니 가히 길이(袤는 길이 무)가 丈尺(十餘尺)이었고 큰 구덩이가 있는데 평평하고 휑덩그렁했다. 가히 한 걸상(榻)을 受容할 만했다. 쌓인 흙이 있었는데 臺榭(榭는 정자 사)와 같았으며 뭇 개미가 그를 輔弼(輔는 도울 보. 弼은 도울 필)했으며 이것이 곧 개미왕이며 괴안국의 수도였다. 또 한 움에 한 썩은 거북이 있었고 껍질의 크기가 말(斗)과 같았다. 작은 봉분이 있었는데 한 자 가량이었다. 곧 분이 처를 안장한 묘였다. 분이 앞의 일을 추억하며 感嘆하여 말지 않았다. 靈怪集을 보라. 姣(예쁠 교)는 음이 爻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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