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九】세존이, 흑씨범지(*黑氏*梵志)가 신력을 운행해 좌우수(左右手)로 합환과 오동(*合歡梧桐) 꽃 두 그루를 받들고 와서 공양함으로 인해 불타가 이르시되 선인(仙人)아, 범지가 응낙했다. 불타가 이르시되 방하착(放下着)하라. 범지가 드디어 왼손의 한 그루 꽃을 방하했다. 불타가 또 선인을 부르고는 방하착하라. 범지가 또 오른손의 한 그루 꽃을 방하했다. 불타가 또 이르시되 선인아, 방하착하라. 범지가 이르되 세존이시여, 나는 이제 빈 몸으로 머물거늘 다시 저(箇) 무엇을 방하하게 하십니까. 불타가 이르시되 내가 너로 하여금 그 꽃을 방사(放捨)하라 함이 아니었다. 너는 마땅히 밖의 6진(*六塵)과 안의 6근(*六根)과 중간의 6식(*六識)을 일시에 방사해버려서 가히 방사할 곳이 없어야 이것이 네가 생사를 면하는 곳이다. 범지가 언하에 무생인(無生忍)을 깨쳤다. 어떤 책(有本)에 소이대동(小異大同)함.
심문분(*心聞賁)이 송하되 두 손으로 가져와서 모두 내려놓고/ 빈 몸으로 땅에 서서 다시 의시(疑猜; 의심)한다/ 근진식계(*根塵識界)에선 찾을 곳이 없더니/ 춘풍에 난만히 피었음에 많이 감사한다.
자수심(*慈受深)이 상당하여 차화를 들고 이르되 석가노자가 다만 토끼를 보고 매를 놓을 줄만 알고 머리를 급히 잡아(鑚; 攢과 통함. 緊握) 입초(入草)하는 줄 깨닫지 못한다. 산승이 다시 너희를 위해 주파(注破; 破는 조사)하리니 만약 회득(會得)한다면 다만(且) 조사문하에 저(箇) 조금 쉬는 마당을 지으리라. 쉬고 쉬고 쉬어(休休休) 방하착하라/ 무량겁래의 영성(靈性)이 악하다/ 다만 탐애(貪愛)가 구름 같이 검은 줄말 알고/ 일단(一段)의 광명을 모두 매각(昧却)했다/ 쉬고 쉬고 쉬어 방하착하라/ 부생(*浮生)에 많은 도탁(圖度; 도모하고 헤아림)이 쓰이지 않는다/ 영화와 부귀가 모두 공(空)을 이루나니/ 마침내(*到頭) 오직 무생락(無生樂)이 있을 뿐이다.
●第一九則; 차화는 연등회요1에 나옴. ▲흑씨범지경(黑氏梵志經; 一卷 吳 支謙譯). 때에 범지가 염라왕에게 묻되 무엇 때문에 비읍(悲泣)하며 눈물을 비와 같이 떨어뜨립니까. 염라가 답해 가로되 사(事)가 마땅히 사실로 돌아가나니 허언을 함은 옳지 못하다. 인(仁; 상대방의 敬稱)은 여금에 경을 설하면서 언사(言辭)가 빠르고(便) 입이 날카로우며 의리가 심묘(甚妙)함이 마치 연화와 같고 명월주(明月珠)와 같지만(若) 목숨이 다하려고 하여 7일만 남아 있다. 홀연히 지나가서 후세에 나아감을 염려하나니 이런 까닭으로 비읍하며 능히 스스로 이기지 못한다. 또 인(仁)이 명과(命過; 사망)하면 지옥 중에 떨어져 나의 부계(部界)에 있으리라 …… 때에 그 향산(香山)에 여러 선신(善神)이 있었고 자주 불타의 처소에 나아가 경전을 자수(諮受; 묻고 받다)했다. 범지에게 이르되 불타가 세상에 흥성함을 인(仁)이 알지 못하느냐 …… 불타가 범지에게 고하며 흑씨에게 일러 가로되 방사(放捨)하라, 방사하라. 범지가 응낙하고 세존의 가르침과 같이 곧 오른손의 오동나무를 방사하여 불타의 우면(右面)에 폈다(種; 布也). 다시 범지에게 이르되 방사하라, 방사하라. 범지가 곧 왼손에 가진 바의 합환(合歡)나무를 방사하여 불타의 좌면(左面)에 폈다. 불타가 다시 거듭 고하시되 방사하라. 방사하라. 범지가 사뢰어 가로되 마침(適) 두 나무가 있어 불타의 좌우에 방사하고 빈 손으로 섰거늘 마땅히 다시 무엇을 방사하라 하십니까. 불타가 범지에게 고하시되 불타가 경(卿)에게 수중(手中)의 물건을 방사하라 함이 아니라 불타가 가로되 방사하란 것은 그 전(前)을 방사하고 또한 마땅히 그 후(後)를 방사하고 다시 중간을 방사하게 해서 처소가 없게 하라 함이니 이에 생사의 중환(衆患)의 곤란(困難)을 제도한다 …… 범지가 불타에게 사뢰되 내가 미(迷)한 이래로 그 날이 오래되었습니다. 원컨대 수민(垂愍)을 보이시어 사문이 됨을 얻겠습니까. 불타가 곧 청허(聽許; 聽)하셨다. 두발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붙었고 위의(威儀)가 제정(齊整)하였고 적지(寂志)를 성취하였다.
●黑氏梵志; 또 명칭이 사자왕가라필추(師子王迦羅苾芻)니 향산(香山)에 거주한 바라문임. 처음에 4선(禪)을 닥아 5통(通)을 구족했고 비행(飛行)을 잘했으며 경의(講說)를 강설했음. 어느 날 염라왕이 와서 청법(聽法)하고는 범지(梵志)가 7일 후에 수명이 거의 마치고 죽어 지옥에 떨어진다고 예고했음. 범지가 우수(憂愁)하며 고뇌했고 후에 향산의 여러 선신(善神)의 권유에 의해 불타의 처소에 이르러 출가했고 제루(諸漏)가 없어짐을 얻었고 일시에 증수(增壽)했음. 흑씨범지경 1서(書)가 있으며 곧 이 흑씨범지의 귀불(歸佛)의 인연을 서설(敘說)했음 [유부비나야약사17].
●梵志; 1. 뜻(志)에 범천(梵天)의 법을 구하는 자를 범지라고 이름. 유가론기(瑜伽論記; 二十四卷 唐 遁倫集撰)) 19에 가로되 범(梵)이란 것은 서국음(西國音)이며 여기에선 적정(寂靜)으로 번역하나니 이르자면 열반이다. 지(志)는 곧 이 지방의 말이니 뜻(志)에 범(梵)을 구하는지라 고로 이르되 범지다. 2. 또 일체 외도(外道)의 출가자를 범지라고 이름함. 지도론56에 가로되 범지란 것은 이 일제의 출가외도다. 만약 그 법을 승용(承用)함이 있는 자는 또한 이름이 범지다. ▲현응음의18. 바라문(婆羅門; 梵 brāhmaṇa) 이 말은 와략(訛略)이다. 응당 이르되 바라하마나(婆羅賀磨拏)니 이는 뜻에 이르되 범천법(梵天法)을 승습(承習)하는 자다. 그 사람들의 종류가 스스로 이르기를 범천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4성(姓) 중에 최승(最勝)이므로 고로 홀로 범(梵)이란 이름을 취한다. 오직 5천축에만 있고 제국(諸國)에는 곧 없다. 경중의 범지(梵志)도 또한 이 이름이다. 바른 말로는 정윤(靜胤)이니 말하자면 이 범천의 묘윤(苗胤)이다. ▲수릉엄의소주경2. 바라문(婆羅門) 여기에선 이르되 범지(梵志)며 혹은 정지(淨志)다.
●合歡梧桐; 합환나무와 오동나무임.
●六塵; 삼장법수21. 육진(六塵) [출열반경] 진(塵)은 곧 염오(染汚)의 뜻이니 이르자면 능히 정식(情識)을 염오(染汚)하여 진성(眞性)으로 하여금 능히 현발(顯發)하지 못하게 함. 열반경 중에선 이 6진을 일컬어 6대적(大賊)이라고 이름하나니 능히 일체의 선법(善法)을 겁탈(劫奪)하기 때문임. 1. 색진(色塵) 이르자면 청황적백(靑黃赤白)의 색과 및 남녀형모(男女形貌)의 색 등이니 이 이름이 색진임. 2. 성진(聲塵) 이르자면 사죽환패(絲竹環珮)의 소리 및 남녀가영(男女歌詠)의 소리 등이니 이 이름이 성진임. 3. 향진(香塵) 이르자면 전단(栴檀)ㆍ침수(沈水; 침수향)ㆍ음식의 향과 및 남녀의 신분(身分)이 소유한 향 등이니 이 이름이 향진임. 4. 미진(味塵) 이르자면 갖가지 음식과 효선(肴饍)의 미미(美味) 등이니 이 이름이 미진임. 5. 촉진(觸塵) 촉(觸)은 곧 붙음(著)이니 이르자면 남녀의 신분(身分)이 유연(柔軟)하고 세활(細滑)함과 및 묘의(玅衣)ㆍ상복(上服) 등이니 이 이름이 촉진임. 6. 법진(法塵) 이르자면 의근(意根)이 전5진(前五塵; 색진ㆍ성진ㆍ향진ㆍ미진ㆍ촉진)을 상대하여 호추(好醜)를 분별하여 선악의 제법(諸法)을 일으킴이니 이 이름이 법진임.
●六根; 삼장법수21. 육근(六根) [출수릉엄경] 근(根)은 곧 능생(能生)의 뜻이니 이르자면 6근(根)이 능히 6식(識)을 내는지라 고로 이름이 6근임. 1. 안근(眼根) 이르자면 눈(眼)이 능히 색경(色境)에 모두 제색(諸色)을 보나니 유가론(瑜伽論)에 이르되 능히 뭇 색(色)을 본다 한 게 이것임. 2. 이근(耳根) 이르자면 귀(耳)가 능히 뭇 소리를 청문(聽聞)하나니 유가론에 이르되 자주 이것을 말미암는 고로 소리가 이르면 능히 듣는다 한 게 이것임. 3. 비근(鼻根) 이르자면 코(鼻)가 능히 향기를 냄새 맡나니 유가론에 이르되 자주 이것을 말미암는 고로 능히 향기를 냄새 맡는다 한 게 이것임. 4. 설근(舌根) 이르자면 혀(舌)가 능히 식미(食味)를 맛보나니 유가론에 이르되 능히 뭇 맛을 맛보며 자주 언론(言論)을 발(發)한다 한 게 이것임. 5. 신근(身根) 이르자면 몸(身)이 제근(諸根)의 의지(依止)하는 바가 되나니 유가론에 이르되 제근이 적취(積聚)한다 한 게 이것임. 6. 의근(意根) 이르자면 뜻(意)이 5진(塵)의 경계에 좋거나 나쁘거나 모두 능히 분별함임.
●六識; 삼장법수21. 육식(六識) [출법계차제] 6식(識)이란 것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에 각기 식(識)이 있음이다. 이르자면 5근(根)에 의하여 능히 5진(塵)을 보며 5식(識)이 된다. 5진경(塵境)에 분별을 일으킴이 제6식이 된다. 1은 안식(眼識)이니 이르자면 안근이 만약 색진을 대하면 곧 안식을 낸다. 안식이 날 때 단지 능히 색은 보지만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2는 이식(耳識)이니 이르자면 이근(耳根)이 만약 성진(聲塵)을 대하면 곧 이식을 낸다. 이식이 날 때 단지 능히 소리를 듣지만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3은 비식(鼻識)이니 이르자면 비근(鼻根)이 만약 향진(香塵)을 대하면 곧 비식을 낸다. 단지 능히 향기를 냄새 맡지만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4는 설식(舌識)이니 이르자면 설근(舌根)이 만약 미진(味塵)을 대하면 곧 설식을 낸다. 설식이 날 때 단지 능히 맛을 보지만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5는 신식(身識)이니 이르자면 신근(身根)이 만약 촉진(觸塵)을 대하면 곧 신식을 일으킨다. 단지 능히 각촉(覺觸)하지만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6은 의식(意識)이니 이르자면 의근(意根)이 만약 법진(法塵)을 대하면 곧 의식을 낸다. 의식이 날 때 곧 능히 5진(塵)의 경(境)에 선악과 호추(好醜)를 분별한다.
●無生忍; 무생법인(無生法忍)이니 이르자면 제법의 무생무멸의 이치를 관하여 그것을 체인(諦認; 자세하게 분변하고 인식함)하고 안주하면서 또 마음을 움직이지 않음. 또 무생인(無生忍)ㆍ무생인법(無生忍法)으로 지음. 대지도론50. 무생법인이란 것은 생멸이 없는 제법의 실상 중에서 신수(信受)하여 통달하고 무애하면서 불퇴하나니 이 이름이 무생인(無生忍)이다. ▲선림소어고증3. 무생법인(無生法忍) 릉엄에 이르되 무생법인(無生法忍). 주(註) 진여의 실상을 무생법인이라고 이름하며 무루(無漏)의 진지(眞知)를 이름하여 인(忍)이라 한다. 이 지(智)를 얻을 때 법의 무생의 이치를 인가인지(忍可印持)하므로 결정코 어긋나지 않아 경지(境智)가 상명(相冥)함을 이름이 무생인(無生忍)이다. 유가론(瑜伽論)에 이르되 어찌하여 이름이 인(忍)인가. 스스로 분발(憤勃; 분을 발끈 냄)함이 없어 남에게 원한을 갚지 않으므로 고로 이름이 인(忍)이다
●心聞賁; 심문담분(心聞曇賁)이니 송대 황룡파승. 자는 심문(心聞)이며 영가(지금 절강에 속함) 사람. 육왕개심(育王介諶; 황룡하 4세)을 이었으며 대주의 만년(萬年) 및 온주의 강심에 거주했음. 심문담분선사어요 1권이 있어 세상에 유행함 [속전등록3. 오등회원18].
●根塵識; 또 근경식(根境識)으로 지음. 곧 식을 내어 경계를 취하는 작용이 있는 것을 일컬어 근(根)이라 하고 소연(所緣)하는 것을 일컬어 진(塵)이라 하고 능연(能緣)하는 것을 일컬어 식(識)이라 함. 5근ㆍ5진ㆍ5식 등은 일컬어 전15계(前十五界)라 하고 6근ㆍ6진ㆍ6식 등은 곧 일컬어 18계라 함. 예컨대(如) 안식은 안근으로써 소의(所依)를 삼고 색진은 그의 소연(所緣)이 됨과 같음. 또 의식은 의근으로써 소의를 삼고 법진은 곧 그의 소연이 됨과 같음.
●慈受深; 자수회심(慈受懷深)이니 위 제2칙 자수(慈受)를 보라.
●浮生; 이르자면 인생이 세상에 있음이 천상의 부운(浮雲), 수상의 부평(浮萍)과 같아서 항상 존재하기 어려운지라 고로 가로되 부생임. ▲장자 각의(刻意). 그 생은 부(浮)와 같고 그 사는 휴(休)와 같다. 休
●到頭; 도저(到底)와 같음. 최종ㆍ결국ㆍ종극(終極)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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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발행. 150부. 5책 1질. 총 4,842쪽, 12.5pt. 4․6배판. 하드. 양장. 정가 60만 원. 한문주석 1만 여 개로 염송본문의 各則을 해석하고 전체를 한글로 번역. 주석의 쪽 수가 본문을 조금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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