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2년 경유하사(竟有何事)

태화당 2019. 8. 2. 09:54

경유하사(竟有何事)

 

완월농화노생몽(玩月弄花盧生夢)

취주제시이백몽(醉酒題詩李白夢)

불욕개구설오몽(不欲開口說吾夢)

치인추향우문공(痴人追響又捫空)

장주유호접지사(莊周遺胡蝶之辭)

휴정류삼몽지사(休靜留三夢之詞)

덕산임행유반게(德山臨行有半偈)

몽교각비유심사(夢覺覺非有甚事)

 

달을 희롱하고 꽃을 희롱함은 노생(盧生)의 꿈이요

술에 취해 시를 지음은 이백(李白)의 꿈이로다

입 열어 나의 꿈을 설하고 싶지 않음은

어리석은 사람이 메아리를 따르고 또 허공을 더듬으리라.

장주(莊周)가 호접(胡蝶)의 말을 남기고

휴정(休靜)이 삼몽(三夢)의 글을 머물러 두었거니와

덕산(德山)이 임행(臨行)에 반게(半偈)가 있었나니

꿈과 깸이 그른 줄 깨친다면 무슨 일이 있으랴 하다.

 

   제목 해석 필경 무슨 일이 있으랴. ()은 마침내 경.

   1행 완()은 희롱할 완. 노생(盧生)의 꿈이란 침중기(枕中記)에 이르되 당()의 노생이 조()의 수도 한단(邯鄲)에서 여옹(呂翁)을 만나 베개를 하나 빌렸는데 여관에서 주인이 누런 좁쌀죽을 끓이는 사이 잠이 들어 꿈에 온갖 부귀공명을 80세가 될 때까지 누렸으며 죽을 때 주위에 앉은 수많은 자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꿈을 깨어 보니 아직 죽이 다 익지 않았더라는 고사(故事)에서 온 말. 한 그릇의 누런 좁쌀죽을 짓는 사이에 꿈을 꾸었으므로 황량몽(黃粱夢. 은 기장 량. 좁쌀 량), 일취지몽(一炊之夢. 는 불땔 취)이라고도 하며 한단침(邯鄲枕. 은 베개 침), 한단몽(邯鄲夢)이라고도 함.

   2행 제시(題詩)는 시를 짓는 일. 이백(李白)은 이태백(李太白)이니 동정호(洞庭湖)에서 술에 취해 달을 건지다가 익사(溺死)했다는 전설이 있음. ()의 두보(杜甫)와 같은 시대 사람.

   4행 문()은 더듬을 문. ()은 울릴 향. 꿈 얘기를 하는데도 어리석은 사람은 공연히 이리저리 헤아려 추측하므로 허공을 더듬고 메아리를 따라간다는 표현을 쓴 것.

   5행 장주(莊周)는 장자(莊子)니 조정사원권육(祖庭事苑卷六)에 성()은 장(), ()은 주(), ()는 자휴(子休)라고 했음. ()는 남길 유. 끼칠 유.

   6행 휴정(休靜)은 서산대사(西山大師). 삼몽지사(三夢之詞)란 대사의 시 삼몽사(三夢詞)에 이르되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설하고/ 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설하나니/ 지금 두 꿈을 설하는 나그네여/ 또한 이 꿈 가운데의 사람이로다 (主人夢說客 客夢說主人 今說二夢客 亦是夢中人) [淸虛集]. ()는 머무를 류. ()는 글 사. 말씀 사.

  7행 덕산(德山)은 선감화상(宣鑒和尙)이 주석(駐錫)했던 산 이름. 중국에선 지명(地名)으로 스님의 이름을 대신하는 일이 대부분임. 임행(臨行)이란 죽음에 임한다는 뜻. 반게(半偈)란 꿈과 깸이 그른 줄을 깨친다면 필경 무슨 일이 있으랴 (夢覺覺非 竟有何事) [五燈全書卷十三 德山章] 라 했으니 8행은 대사의 말씀을 일곱 글자로 정리한 것.

   8행 교()는 꿈 깰 교. 깨칠 각. ()은 무엇 심. 삼으로 발음하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