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漚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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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취처백설비(白雨驟處白雪飛)
화개지상육화대(花開枝上六花代)
융동성하별천차(隆冬盛夏別千差)
양안의전무참치(兩眼依前無參差)
이지기량유시진(爾之技倆有時盡)
여무분변무앙시(予無分釆無央時)
명년삼월우맹조(明年三月又萌兆)
수지유유불맹지(須知猶有不萌枝)
청정본연무일물(淸淨本然無一物)
운하홀생산하지(云何忽生山河地)
개구즉상폐구실(開口卽喪閉口失)
유인지상갱안지(有人枝上更安枝)
전무매림작구화(前無梅林作漚和)
사졸일시지갈래(士卒一時止渴來)
임타현기무궁변(任他玄機無窮變)
흉몽종래무인기(凶夢從來無人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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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白雨)가 휘몰아치던 곳에 백설이 날리고
꽃이 피던 가지 위에 육화(六花)가 대신했네
융동(隆冬)과 성하(盛夏)의 다름이 천차(千差)지만
두 눈은 의전(依前)히 참치(參差)가 없도다.
너의 기량은 다할 시절이 있지만
나의 분변 없음은 다할 때가 없나니
명년의 삼월에 또 싹이 돋겠지만
모름지기 오히려 싹트지 않는 가지가 있는 줄 알아야 하리라.
청정본연(淸淨本然)하여 한 물건도 없거늘
어찌하여 홀연히 산하와 대지가 생겨났는가
입을 열면 곧 죽고 입을 닫으면 잃건마는
어떤 사람은 가지 위에 다시 가지를 안치하는구나.
앞에 매림(梅林)이 없지만 구화(漚和)를 지어
사졸(士卒)이 일시에 갈증을 그쳤나니
저 현기(玄機)의 무궁한 변화에 맡기지만
흉몽은 종래(從來)로 바라는 사람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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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화(漚和)는 인도말 구화구사라(漚和俱舍羅)니 여기에서는 방편(方便)이라고 말함 [祖庭事苑卷五].
1~4행 백우(白雨)는 소나기. 또는 우박. 취(驟)는 말 몰 취. 육화(六花)는 눈의 다른 이름. 륭(隆)은 성할 륭. 융동(隆冬)은 한겨울. 성하(盛夏)는 한여름. 의전(依前)은 의구(依舊)와 같은 뜻. 참(參)은 층날 참. 가지런하지 않을 참. 치(差)는 어긋날 치. 층날 치. 참치(參差)는 어긋나서 가지런하지 않은 모습.
5~8행 천태(天台. 智者大師)가 이르되 너의 기량은 다함이 있지만 나의 분변(分釆. 釆은 辨의 本字)치 않음은 무궁하노라 (汝之技倆有盡 我之不釆無窮) [高峯和尙禪要示衆]. 여(予)는 나 여. 앙(央)은 다할 앙. 맹(萌)은 싹 맹. 맹조(萌兆)는 싹이 처음 돋는 것. 사물의 시작.
9~12행 세존이시여, 세간의 일체 근진음처계(根塵陰處界. 六根 六塵 五陰 十二處 十八界) 등이 다 여래장(如來藏)일진댄 청정본연(淸淨本然)이거늘 어찌하여 홀연히 산하대지가 생겨났습니까 [楞嚴經卷四]. 장수좌주(長水座主. 琅邪의 法嗣)가 묻되 청정본연이거늘 어찌하여 홀연히 산하대지가 생겨났습니까 (淸淨本然 云何忽生山河大地). 스님(琅邪慧覺이니 汾陽善昭의 法嗣. 臨濟下六世)이 항성(抗聲)으로 이르되 청정본연이거늘 어찌하여 산하대지가 홀연히 생겨나리오 (淸淨本然 云何忽生山河大地). 좌주(座主. 講僧을 좌주라 함)가 언하(言下)에 대오했다 [禪門拈頌卷二十九 千三百七十九則].
13~16행 위무제(魏武帝. 曹操의 追贈諡號)가 군사(軍士)들과 더불어 길을 잃어 매우 목이 말랐으나 물이 없는지라 드디어 호령(號令)하여 가로되 앞에 매림(梅林)이 있는데 열매를 맺어 달고 시어서 가이(可以) 갈증을 멈추리라. 사졸이 그것을 듣고 입 가운데 물이 나와 드디어 앞의 수원(水源)에 미침을 얻었다 [祖庭事苑卷五]. 래(來)는 조사(助詞). 기(冀)는 바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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