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噓噓)
석두로활난답파(石頭路滑難踏破)
은봉양도피차타(隱峯兩度被蹉跎)
비신도탈현신이(飛身倒脫顯神異)
쟁나평지끽교하(爭奈平地喫交何)
석두로(石頭路)가 미끄러워 답파(踏破)하기 어렵나니
등은봉(鄧隱峯)이 두 차례 미끄러짐을 입었도다
비신(飛身)하고 도탈(倒脫)해 신이(神異)를 나타냈지만
평지(平地)에서 넘어짐을 어찌하리오.
제목 허(噓)는 불 허. 탄식할 허. 허허(噓噓)는 슬프거나 놀라거나 기막힌 일을 당했을 때 깊이 탄식해 내는 소리.
1~2행 오대산은봉선사(五臺山隱峯禪師. 馬祖의 法嗣. 姓 鄧氏)가 어느 날 마조를 고별(告別)하자 마조가 가로되 어디로 갈 것인가. 스님이 가로되 석두(石頭. 希遷이니 靑原行思의 法嗣)로 가렵니다. 가로되 석두로(石頭路)가 미끄럽느니라. 스님이 가로되 간목(竿木)이 몸을 따르는지라 장소를 만나면 희롱을 지을 것입니다 하고는 바로 갔다. 겨우 석두에 도착하자 드디어 선상(禪牀)을 한 바퀴 돌고 지팡이를 떨쳐 한 번 내리고 묻되 이것이 어떤 종지(宗旨)입니까. 석두가 가로되 창천창천(蒼天蒼天. 탄식하는 소리니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스님이 말이 없었다. 돌아와 마조에게 들어 보이자 마조가 가로되 네가 다시 가서 그가 창천창천(蒼天蒼天)이라고 말함을 보거든 바로 허(噓)하며 두 번 소리 하거라. 스님이 또 가서 앞의 물음과 일의(一依. 똑같이 행하는 것)하자 석두가 곧 허(噓)를 두 번 소리 했다. 스님이 또 말이 없었다. 돌아와 마조에게 들어 보이자 마조가 가로되 너를 향해 말하되 석두의 길이 미끄럽다고 했더니라 [禪宗頌古聯珠通集卷十三]. 활(滑)은 미끄러울 활. 답파(踏破)의 파(破)는 조자(助字). 도(度)는 차례 도. 차(蹉)는 미끄러질 차. 타(跎)는 미끄러질 타.
3행 당원화중(唐元和中. 806~820)에 다시(荐은 再임) 오대산에 오르는데 회서(淮西)로 길이 났다. 마침 오원제(吳元濟)가 병사들을 조격(阻隔. 끌어 갈라 놓음. 방해해 사이를 떨어지게 함)해 왕명(王命)을 위거(違拒)했고 관군(官軍)이 도적들과 교봉(交鋒. 전투)했으나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스님이 가로되 내가 마땅히 가서 그 우환을 해결하리라. 이에 지팡이를 공중에 던지고 몸을 날려 지나가매 양군(兩軍)의 장사(將士)들이 우러러 바라보았고 일이 예몽(豫夢)과 부합(符合)하는지라 투심(鬪心)이 문득 식멸(息滅)했다. 스님이 이미 신이(神異)를 나타내고서는 중생을 혹란(惑亂)케 함을 이룸을 염려해 드디어 오대산에 들어갔고 금강굴 앞에서 장차 시멸(示滅)하려 하면서 먼저 대중에게 물어 이르되 제방(諸方)에서 천화(遷化. 교화를 다른 지방으로 옮김이니 곧 죽음)하매 좌거(坐去. 앉아 죽음)하고 와거(臥去)함을 내가 일찍이 그것을 보았거니와 도리어 입화(立化. 서서 죽음)함이 있느냐 또는 없느냐. 대중이 이르되 있습니다. 스님이 이르되 도리어 도립(倒立)한 자가 있느냐. 대중이 이르되 일찍이 있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스님이 곧 도립해 천화(遷化)했는데 꼿꼿해 그 옷도 몸을 따랐다. 때에 대중이 의논해 들어다 다비(茶毘)를 성취하려 했으나 흘연(屹然)해 움직이지 않았고 원근(遠近)에서 첨시(瞻視)하며 경탄하되 마침이 없었다. 스님에게 여동생이 있었고 비구니가 되었는데 때에 그곳에 있다가 이에 구부리어 가까이 가 혀를 차며 가로되 노형(老兄)이 지난날에도 법률(法律)을 좇지 않더니 죽어서도 다시 사람들을 형혹(熒惑. 熒은 의심 낼 형. 眩亂할 형)합니까 하고는 이에 손으로써 그를 밀치니 엎드러져 쓰러졌다 [傳燈錄卷八 隱峯章]. 도탈(倒脫)은 도립(倒立)해서 천화(遷化)함.
4행 평지끽교(平地喫交)란 평지에서 넘어짐.
'태화당수세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화단(禍端) (0) | 2019.08.04 |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애애(哀哀) (0) | 2019.08.04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승두(繩頭) (0) | 2019.08.04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당처(當處) (0) | 2019.08.04 |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초춘연우(初春烟雨) (0) | 2019.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