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당수세록

태화당수세록(泰華堂隨歲錄) 2003년 대인(大人)

태화당 2019. 8. 6. 10:01

대인(大人)

 

분양도처시자수(汾陽到處侍者隨)

낭중행처조주주(郞中行處趙州走)

호리무차천지격(毫釐無差天地隔)

수여몰량대인주(誰與沒量大人疇)

 

분양(汾陽)이 이르는 곳에 시자가 따르고

낭중(郞中)이 가는 곳에 조주가 달리도다

털끝만큼 어긋나지 않아도 천지처럼 막히거늘

누가 몰량대인(沒量大人)과 더불어 짝하랴.

 

   1행 용덕부윤이후(龍德府尹李侯)는 스님(汾陽)과 구면(舊面)이었다. 승천사(承天寺)를 비워 그를 불러들였는데 사자(使者)가 세 번 돌아갔으나 부임(赴任)하지 않았고 사자가 벌을 받았다. 다시 이르러 이르되 반드시 스님과 함께 감을 얻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있을 뿐입니다(使者가 벌을 받는다는 말). 스님이 웃으며 가로되 노승(老僧)의 업()이 이미 사원(寺院)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로다. 감을 빌리자면 마땅히 선후(先後)로 가거늘 하필이면 함께해야 하는가. 사자가 가로되 스님이 허락하셔야 곧 선후(先後)를 오직 간택할 바입니다. 스님이 이에 음식을 베풀고 행장(行裝)을 갖추어 마치고는 대중에게 고해 가로되 노승이 가리라. 어떤 사람이 따르겠는가. 한 중이 나와 이르되 모갑(某甲)이 따르겠습니다. 스님이 가로되 너는 하루에 몇 리를 가느냐. 중이 이르되 오십 리입니다. 스님이 가로되 너는 나를 따름을 얻지 못하느니라. 또 한 중이 나와 이르되 모갑이 따르겠습니다. 스님이 가로되 너는 하루에 몇 리를 가느냐. 중이 이르되 칠십 리입니다. 스님이 가로되 너도 또한 나를 따름을 얻지 못하느니라. 시자(侍者)가 나와 이르되 모갑(某甲)이 따르리니 단지 화상께서 이르는 곳에 모갑도 곧 이를 것입니다. 스님이 가로되 너라야 도리어 노승을 따르리라. 말을 마치자 사자(使者)에게 가로되 내가 먼저 가노라 하더니 즐겁게 좌서(坐逝. 坐脫)했고 시자는 곧 입화(立化. 立亡)했다 [古尊宿語錄卷十]. 분양(汾陽)은 선소(善昭)니 수산성념(首山省念)의 법사(法嗣). 임제하오세(臨濟下五世).

   2행 최낭중(崔郞中)이 묻되 대선지식도 도리어 지옥에 들어갑니까 또는 아닙니까. 스님(趙州)이 이르되 노승은 마지막에 들어가리라. ()가 이르되 이미 이 대선지식이시거늘 무엇 때문에 지옥에 들어갑니까. 스님이 이르되 노승이 만약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찌 낭중(郞中)을 얻어 보리오 [古尊宿語錄卷十三].

   3행 묻되 터럭만큼 어긋남이 있으면 어떠합니까. 스님(趙州)이 이르되 천지현격(天地懸隔)이니라. 이르되 터럭만큼도 어긋남이 없으면 어떠합니까. 스님이 이르되 천지현격(天地懸隔)이니라 [古尊宿語錄卷十 三].

   4행 몰()은 없을 몰. 몰량대인(沒量大人)은 헤아림이 없는 큰 인물. ()는 짝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