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無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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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삼응고부오(三喚三應辜負吾)
호무격애유끽방(毫無隔碍猶喫棒)
이지끽방암탁량(爾祇喫棒暗度量)
아요차화행팔방(我要此話行八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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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부르고 세 번 응낙하매 나를 저버림이요
터럭만큼 격애(隔碍)가 없어도 오히려 방(棒)을 먹도다
너는 다만 방을 먹고 가만히 탁량(度量)하라
나는 이 화두가 팔방에 행함을 요하느니라.
1행 국사(國師. 慧忠國師)가 어느 날 시자(侍者)를 부르자 시자가 응낙(應諾. 대답)했다. 이와 같이 세 번 부르고 세 번 응낙하자 국사가 가로 되 장차 내가 너를 저버린다고 이르더니 도리어 이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 [宗鑑法林卷七]. 고(辜)는 저버릴 고. 허물 고. 부(負)는 질 부. 저버릴 부.
2행 중에게 묻되 어느 곳에서 오느냐. 가로되 최근에 절중(浙中)을 떠나왔습니다. 스님(雪峯)이 가로되 배로 왔느냐 육로(陸路)로 왔느냐. 가로되 이도(二途. 船陸)에 다 교섭(交涉)치 않습니다. 스님이 가로되 어떻게 이 속에 이름을 얻었느냐. 가로되 무슨 격애(隔碍)가 있으리오. 스님이 바로 때렸다. 중이 십 년을 경과(經過)한 후에 다시 왔다. 스님이 또 묻되 어느 곳에서 왔느냐. 가로되 호남(湖南)입니다. 스님이 가로되 호남과 이 속이 서로 떨어짐이 얼마인고. 가로되 막히지 않았습니다. 스님이 불자(拂子)를 세우고 가로되 도리어 이것에 막혔느냐. 가로되 만약 막혔다면 어찌 이 속에 이름을 얻었겠습니까. 스님이 또 때리고 쫓아내니 중이 수긍(首肯)치 않았다. 주지(住止)한 후에 무릇 사람을 보면 곧 설봉을 매도(罵倒)하거늘 어느 날 어떤 동행(同行. 道伴)이 듣고 특별히 가서 그 연고(緣故)를 방문(訪問. 訪은 問의 뜻)하자 중이 앞의 양단화(兩段話)를 드는지라 자세히 점파(點破. 점검하여 깨뜨림)하였는데 이 중이 이에 슬프게 눈물 흘리더니 늘 중야(中夜)가 되면 분향(焚香)하고 설봉을 바라보며 예배했다 [五燈全書卷十三 雪峯章]. 내가 늘 너를 부르면 네가 이에 응낙하고/ 네가 혹 나에게 문신(問訊)하면 내가 곧 대답하나니/ 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라/ 종래로 한 실터럭만큼도 막히지 않았느니라 (吾常呼汝汝斯應 汝或訊吾吾輒酬 莫道此間無佛法 從來不隔一絲頭) [高麗圓鑑國師歌頌 圓鑑偈].
3~4행 스님(鏡淸이니 雪峯의 法嗣)이 중에게 묻되 최근에 어느 곳을 떠나왔느냐. 이르되 석교(石橋)입니다. 스님이 이르되 본분사(本分事)가 어떤 것인고. 이르되 최근에 석교를 떠나왔습니다. 스님이 이르되 어찌 네가 최근에 석교를 떠나왔는 줄 알지 못하겠느냐, 본분사가 어떤 것인가. 이르되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화두(話頭)를 영오(領悟)치 못하십니까. 스님이 바로 때렸다. 중이 이르되 모갑(某甲)이 할 말이 있습니다. 스님이 이르되 너는 단지 끽방(喫棒)하기나 하거라 나는 이 화두가 행해짐을 요하노라 [聯燈會要卷二十四 鏡淸道怤章]. 지(祇)는 다만 지. 암(暗)은 몰래할 암. 탁(度)은 헤아릴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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